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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구로 세계를 만난다_in 스페인②] (20) 스페인 배구리그도 ‘슈퍼리그(SV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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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카자 코스타 데 알메리아(Unicaja Costa de Almeria) 코칭스태프와 선수들과 함께. 이 사진을 선물해준 크리스티나 다오(Cristina Dao)는 정말 고마웠다.


배구협회 취재 후 스페인 배구리그 경기 직관을 위해 협회 홈페이지를 꼼꼼히 살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내가 머물던 마드리드에는 여자팀만 있었고 남자팀은 없었다. V리그 대한항공의 외국인선수 비예나에 관심이 많았던 까닭에 남자팀 경기를 보고 싶었는데 말이다. 더 심각한 것은 남자경기는 주로 스페인의 동서남북 끝자락에 있는 도시들에서 경기가 열렸다. 심지어 섬에서 활동하는 팀도 있었다.

고민 끝에 남쪽 끝자락에 있는 알메리아(Almeria)라는 지역을 방문하기로 했다. 원래 계획에 스페인 남부를 돌아보는 것이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리고 이왕이면 리그 1위와 2위 팀이 맞붙는 경기가 있어서 ‘이왕 멀리 가는 거 더 재밌는 게임을 보자’고 생각했다.

마드리드에서 버스(스페인을 여행한다면 ‘Alsa’라는 버스를 추천한다. 많은 여행객들이 이용하는 회사다)를 타고 알메리아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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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인 파벨론 모이스 루이즈(Pabellon Moises Ruiz)의 외부 모습.


‘슈퍼리가’ SVM(Superliga Voleibol Masculina) 관람기

알메리아에 도착해 예약한 호스텔로 향했다. 뜬금없는 이야기지만 장기여행을 떠날 사람들에게 정말 짐을 최소한으로 줄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짐이 많으면 몸이 고생한다. 경기는 도착한 당일 저녁 7시 30분이었기 때문에 오후 일찍 도착한 나는 일단 숙소에서 휴식을 취했다. 여행이 길어지다 보니 구경하는 것보다 몸을 더 먼저 챙기게 됐다.

시간에 맞춰 준비를 하고 체육관인 ‘파벨론 모이스 루이즈(Pabellon Moises Ruiz)’로 출발했다. 도보로 20분 정도 되는 거리였는데 남미에선 치안 때문에 택시를 주로 이용했지만, 유럽에서는 웬만하면 걷는다. 비교적 안전한 편에 속하고 걸으면서 이것저것 사람들 사는 모습을 구경하는 것에 소소한 재미가 있다. 하지만 유럽에서도 강도와 소매치기는 항상 경계해야 한다.

체육관에 도착하니 입장표를 사야 했다. 1장당 5유로였는데 좌석은 1층과 2층에서 본인이 앉고 싶은 곳을 자유롭게 선택하면 되는 시스템이었다. 따져보니 배구 세계여행을 시작한 후 돈으로 입장료를 산 것은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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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인 파벨론 모이스 루이즈(Pabellon Moises Ruiz)의 내부와 응원하는 팬들의 모습. 부부젤라는 정말 듣기 힘들었다.


체육관 내부는 경기를 하기 충분한 크기의 코트를 보유하고 있었다. 배구 외에도 농구와 핸드볼 같은 실내종목 경기들이 펼쳐진다고 했다. 이날 맞붙은 두 팀은 ‘유니카자 코스타 데 알메리아(Unicaja Costa de Almeria 리그 2위, 이하 경기전 순위-홈팀) vs 우르비아 볼리 팔마(Urbia Voley Palma 리그 1위, 어웨이팀)였다.

선두를 두고 다투는 두 팀이었기에 경기 초반부터 신경전이 펼쳐졌다. 특히 홈 팬들이 부부젤라같이 생긴 도구를 이용해 응원하는 모습과 어웨이팀인 우르비아 볼리 팔마 선수들이 위축되지 않으려고 득점 때마다 세리머니를 일부러 크게 하는 장면이 인상 깊었다. 경기력은 포르투갈 배구리그보다 수준이 높았지만, 세계적인 클럽팀들과 비교하면 상위권은 벅차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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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하는 내내 필자를 도와주고 ’인생샷‘을 선물해준 크리스티나 다오와 함께. 그녀를 만난 건 정말 행운이었다.


비예나의 친구를 만나다

경기 도중 스페인 배구리그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해줄 사람을 찾았다. 양 팀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은 경기 중이라 불가능했고, 경기장을 둘러보니 사진기자가 가장 눈에 띄었다. 자유롭게 코트장과 기자석을 왔다갔다 하고 시간적으로도 여유가 있어 보였다. 거기다가 나름 젊은 여성이었다!

눈치를 보다 조심스레 기자석으로 향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녀의 이름은 ’크리스티나 다오(Cristina Dao)였고, 현재 파벨론 모이스 루이즈에서 펼쳐지는 모든 종목의 경기사진을 찍는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조심스럽게 “혹시 당신은 영어를 할 줄 아나요? 저는 한국에서 온 배구기자입니다. 혹시 도움을 요청해도 될까요?”라고 물었다. 그녀는 깜짝 놀란 듯 필자를 쳐다보더니 이내 웃으며 “갑자기 말을 걸어서 깜짝 놀랐네요(웃음). 만나서 반가워요. 여기는 무슨 일 때문에 온 거죠? 제가 무엇을 도와드리면 되나요?”라고 말했다.

필자는 비예나 이야기를 꺼내며 그가 과거 스페인 무대에서 활동할 때 어떤 선수였는지와 스페인 배구리그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자 놀라운 대답이 나왔다.

“어! 비예나는 제 친구예요.”

다오의 이야기는 이어졌다. “비예나는 놀라운 선수였어요. 작은 신장에도 불구하고 막강한 공격력으로 상대방 블로커들을 무기력하게 만들었죠. 지금 맞붙는 두 팀을 비롯해 그는 스페인 배구리그의 여러 팀에서 활동했어요. 아마 모두 그를 좋은 선수로 기억할 거예요.”

대박! 도움이 필요해 혹시나 하고 말을 걸었는데, 영어를 잘하는 비예나의 친구라니! 행운도 이런 행운이 없었다. 이후 그녀는 나를 적극적으로 도와줬다.

다오는 “스페인 배구리그는 남자부와 여자부 모두 12팀으로 운영되고 있어요. 예선전은 총 3라운드로 진행되고 이후 상위 6팀이 토너먼트로 우승팀을 가리죠. 토너먼트는 모두 3전2승제로 진행되고요. 그리고 외국인선수는 크게 제한이 없어요. 다만 팀들에서 많은 선수들을 스카우트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라고 설명했다.

■ 스페인배구리그(SVM) 짧은 취재 영상



다오와는 경기가 끝날 때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배구 이야기를 했고, 그녀는 필자에게 사진을 선물해주고 싶다며 경기가 끝난 후 홈팀인 유니카자 코스타 데 알메리아 팀과의 기념사진을 찍어줬다. 그 사진은 지금까지 취재를 하며 찍었던 사진 중 당연히 최고였다.

누군가 필자에게 “여행을 하다 가장 좋았던 순간이 언제죠?”라고 묻는다면, 지체 없이 “우연히 좋은 사람을 만났을 때요”라고 답할 것 같다. 다오를 만난 건 정말 행운이었다.

배구 세계여행을 하면서 항상 좋았던 것은 아니다. 힘들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찾아올 때도 있지만 이렇게 큰 행운이 찾아오면 다시 힘을 내는 것 같다.

이것으로 스페인 취재도 모두 마무리됐다. 다음은 프랑스다. 여자성인팀은 세계랭킹이 공동 39위(이하 1월 10일 기준)에 불과하지만, 남자성인팀이 9위에 랭크되어 있는 만큼 직접 마주할 프랑스 배구가 기대된다. ’배구로 세계를 만난다_in 프랑스‘ 렛츠고입니다.

* 장도영은 대학 1학년까지 배구선수였던 대학생입니다. 은퇴 후 글쓰기, 여행, 이벤트 진행 등 다양한 분야를 적극적으로 체험하면서 은퇴선수로 배구인으로 미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 장도영의 세계 배구여행은 연예기획사 PNB가 후원합니다.
*** 현지 동영상 등 더 자세한 세계 배구여행의 정보는 인스타그램(_dywhy_), 페이스북(ehdud1303), 유튜브(JW0GgMjbBJ0)에 있습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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