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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구로 세계를 만난다_in 프랑스②] (22) '만원 관중, 경기력, 팬서비스' 풍성한 프랑스 배구(LN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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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승리한 투르의 주전세터 ’앙헬 트리니다드 데 하로(Angel Trinidad De Haro)‘와 함께 태극기를 들고 사진을 찍었다. 그는 태극기를 보더니 필자에게 “비예나가 뛰는 국가 맞죠?”라며 반겨줬다. 알고 보니 스페인 국가대표 세터였다.


프랑스 배구협회 취재를 마친 후 다음날 ‘투르(Tours)’라는 지역으로 이동했다. 캐롤라인 토마스(Caroline Thomas 프랑스 1편 참고)가 추천하기도 했고, 당시 가장 빨리, 가까운 곳에서 볼 수 있는 경기이기도 했다. 다른 경기들은 장시간 동안 이동해야 하는 곳이었다. 이 글을 쓰는 지금 돌이켜보면 아주 탁월한 선택이었다. 모든 면에서 좋았다.

버스와 기차를 이용하려고 했지만 생각보다 가격이 많이 비쌌다. 저렴하게 이동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 ‘Car Pool’이란 것을 찾았는데 위험성은 조금 있었지만 평점과 후기를 잘 보고 고른다면 나름 괜찮은 방법이었다. 차량의 퀄리티는 낮았지만 좋은 드라이버를 만나 즐겁게 투르로 향했다.

처음에 도착하자마자 기분이 좋았다. 원래 소도시를 좋아했지만 그곳의 분위기는 필자에게 안성맞춤이었다. 고요하며 아기자기한 건물들이 있었고 사람들 또한 느리게 움직이며 얼굴엔 미소를 띠고 있었다. ‘왠지 느낌이 좋은데?’라고 속으로 말하며 숙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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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인 ‘투르 발리볼(Tours Volleyball)’의 외부와 내부 모습. 한국 경기장의 모습과 비슷해서 친근했다.


프랑스 배구리그 LNV(Ligue Nationale de Volley)를 만나다

투르에서 저렴한 숙소를 찾다 보니 딱 한 군데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만큼 정보가 많지 않은 도시였다. 나머지는 다 호텔 수준이었기에 어쩔 수 없이 그곳을 택했다. 그런데 이게 무슨 행운인가? 체육관이 바로 옆에 있는 것이었다. 걸어서 5분도 채 안 걸리는 위치. 나 같은 ‘저렴한 여행자’에겐 행복 그 자체다(웃음).

덕분에 도착한 당일은 마음 편히 푹 쉬고 다음날 경기 시간인 저녁 7시 30분에 맞춰 체육관으로 향했다. 세계 배구여행을 시작하고 가장 편안하게 이동했던 것 같다. 도착한 후 입장하기 전 매표소 직원에게 ‘저는 한국에서 온 기자입니다. 혹시 관계자 분을 만날 수 있을까요?’란 질문을 했더니, “지금 관계자 분이 바빠서 기자증을 드릴 테니 들어가서 기자석에 앉아계시면 일 마치고 그쪽으로 가실 거예요. 먼저 들어가서 기다려주시겠어요?”라고 말했다.

비록 대학생기자이지만 여러 국가를 돌면서 정식으로 기자증을 받고 기자석에 앉아 취재를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목에 기자증을 걸고 들어가니 왠지 모르게 설레는 감정이 더 커졌다. 입구 내부에는 구단을 홍보하는 부스가 작게 있었고 간단한 주전부리를 살 수 있는 매점이 있었다. 참고로 프랑스 배구리그 경기 입장료는 성인 10유로, 어린 학생들은 6유로라고 한다. 여하튼 오랜만에 한국과 비슷한 느낌의 체육관을 만난 기분을 갖고 안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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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르(Tours) vs 툴루즈(Toulouse)가 경기를 치르고 있는 모습.


'만원 관중, 경기력, 팬서비스' 모든 것이 완벽했던 프랑스 배구리그(LNV)

경기장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입이 떡 벌어졌다. 나도 모르게 ‘와!’라는 감탄사가 계속 나왔다. 여행을 시작하고 만난 배구장 중 규모가 제일 크고, 시설도 가장 좋았다. 여기에 만원관중의 모습은 살짝 소름이 돋게 만들었다. 한마디로 ‘미쳤다 진짜’라는 말이 나올 정도.

그렇게 기자석으로 향해 경기를 관람했는데 당시 맞붙었던 두 팀은 ‘투르(Tours 당시 리그 2위 홈팀) vs 툴루즈(Toulouse 리그 10위 어웨이팀)’였다. 순위만 봐도 실력 차이가 난다는 것을 미리 예상했다.

경기를 재밌게 관람하고 있는데 건장한 체격의 40대로 보이는 듯한 남자 분이 내게 다가왔다. 그의 이름은 ‘라비(Labbe)’였고 직책은 홈팀인 투르의 총책임자라고 했다. 구단주는 아닌 것 같았고 체육관을 전체적으로 관리하는 사람으로 보였다.

“혹시 당신이 한국에서 온 기자인가요? 어떤 용무 때문에 찾아오셨죠?”
“저는 지금 세계 배구여행을 하며 칼럼을 쓰고 있어요. 현재까지 총 8개국의 취재를 마쳤고 오늘은 프랑스 배구리그를 취재할 예정입니다. 제게 프랑스 배구에 대해 설명을 해주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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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일 경기는 만원 관중이었다. 팬들을 보고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라비 씨는 일단 의자에 앉으라며 내 옆에 앉아 프랑스 배구리그에 대해 설명했다.

“프랑스 배구리그는 남자팀과 여자팀 모두 14개 팀으로 운영되고 있어요. 예선전은 13개 다른 팀과 각 2번씩(홈에서 1번 어웨이에서 1번) 맞붙어 총 26경기를 진행해요. 거기서 승점을 많이 따낸 8팀이 준준결승전을, 여기서 승리한 4팀이 준결승전을,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2팀이 결승전을 치르는 식으로 운영되죠. 보통 10월부터 다음 해 5월까지 리그가 열립니다”라고 말했다.

선수들의 몸값은 어떨까? 라비 씨에 따르면 투르 팀에서 가장 높은 연봉은 ‘6만 5,000유로(한화 약 8,385만 원, 22일 네이버 환율 기준)’이다. 어린 선수들은 돈을 받지 못하는 대신 숙식을 제공 받고, 좋은 환경에서 훈련할 수 있다. 연봉으로만 따지면 최저연봉이 있는 한국에 비해 다소 처졌다.

경기는 전체적으로 투르가 우세를 보였고, 툴루즈는 약팀의 최대단점인 범실을 연발하며 스스로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다. 경기를 보며 놀란 것은 2세트가 끝나고 모든 선수들이 라커룸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필자는 ‘내가 잘못 본 건가? 경기가 끝난 건 아닐까?’라는 의구심을 가졌지만 경기는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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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기자증을 받아 목에 걸고 기자석에 앉아 취재를 했다. 팸플릿과 기록지까지 최고의 환경이었다(좌측). 그리고 양 팀 선수들 모두 끝까지 남아 최선을 다해 팬 서비스를 해줬다(우측).


필자는 라비 씨에게 “지금 무슨 일이죠? 경기 중에 선수들이 휴식시간을 갖는다고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놀라셨죠?(웃음). 프랑스 배구리그는 모든 경기에서 2세트가 끝나고 10분 동안 휴식시간을 갖고 있어요. 아마 세계에서 유일하게 휴식시간을 갖는 배구 규정일 겁니다. 흐름이 끊길 수 있다는 우려가 있기도 하지만 오래전부터 이어오던 규정이라 지금도 유지하고 있죠. 선수단과 팬들 모두 이해하고 있는 규정이라 큰 문제가 없어요”라고 설명했다.

이는 아마 프랑스 배구리그를 직접 관전하지 않았다면 평생 몰랐던 정보였을 것이다. 정말 신기했다. 경기 결과는 투르의 3-0 완승. 이날 경기를 뛰었던 선수들 중 몇 명은 한국에서도 충분히 성과를 낼 만한 기량이 있었다. 나중에 한국의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에 참가했으면 좋겠다.

응원문화도 성숙했다. 팬들은 상대팀을 조롱하는 것은 일절 없고, 매너 있는 응원을 펼쳤다. 지켜보는 내 얼굴에 미소기 만들어질 정도였다. 선수출신인 이런 만원관중의 응원을 보면 저절로 몸이 뜨거워진다.

■ 프랑스 배구 리그 직관 영상



경기가 종료된 후 최선을 다해 싸워준 양 팀에게 관중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고, 선수들은 모두 끝까지 남아 팬들과 사진을 찍어주고 사인을 해주는 등 최고의 팬 서비스로 보답했다. ‘만원 관중, 경기력, 팬 서비스’ 이 삼박자가 맞아 떨어진 배구리그는 브라질 후 처음이었다. 특히 응원문화는 모든 국가들 중에서도 ‘넘버원‘이었다.

이렇게 프랑스 배구 취재도 종료됐다. 파업 때문에 걱정이 많았지만 나름 잘 극복해낸 것 같아 스스로를 ’장하다‘라고 토닥이고 싶다. 프랑스를 포함해 지금까지 총 9개 국가의 취재를 마쳤지만 모두 나름의 매력을 갖고 있었다. 앞으로 남은 취재들이 기대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부디 이 프로젝트가 끝나는 날까지 건강하게 여행했으면 좋겠다.


* 장도영은 대학 1학년까지 배구선수였던 대학생입니다. 은퇴 후 글쓰기, 여행, 이벤트 진행 등 다양한 분야를 적극적으로 체험하면서 은퇴선수로 배구인으로 미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 장도영의 세계 배구여행은 연예기획사 PNB가 후원합니다.
*** 현지 동영상 등 더 자세한 세계 배구여행의 정보는 인스타그램(_dywhy_), 페이스북(ehdud1303), 유튜브(JW0GgMjbBJ0)에 있습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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