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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상현의 세계 100대 골프여행] 궁극의 아름다움 사이프러스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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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프러스포인트의 백미. 233야드 파3 16번 홀.


[헤럴드경제 스포츠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뛰어난 코스는 어디일까? 많은 사람들이 사이프러스포인트(Cypress Point Club)라고 답한다.

2020년 <골프매거진> ‘세계 100대 코스’ 2위, <골프다이제스트> ‘미국 100대 코스’ 3위이자, 영국의 ‘탑100골프코스’ 사이트 순위로 전세계 1위에 올라있으니 분명 근거 있는 답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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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입장 안내판과 코스 입구의 사이프러스 소나무들.


미국 캘리포니아 몬터레이 반도의 북서쪽, 페블비치 반대쪽 해안에 자리한 사이프러스포인트의 자연은 형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름답다. 원시의 거친 자연 그대로 태평양의 코발트 해변과 하얀 모래언덕, 숲속의 스릴 넘치는 홀들을 걷는 것은 가장 신비롭고 가슴 떨리는 경험이다.

이곳은 오거스타내셔널과 함께 전 세계에서 가장 라운드하기 어려운 곳으로 꼽힌다. 회원이 250명에 불과한 데다, 그들 대부분이 유명인이고 다수가 연로해서 라운드에 초대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골프 친구이자 소설가인 스탠퍼드 대학 문학부 이창래 교수에게서 티타임이 잡혔다는 연락을 받자마자 항공권을 끊은 건 이 때문이었다. 우릴 초대한 회원은 한때 미국 언론 2위 기업의 소유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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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프러스 배경의 소박한 클럽하우스.


사이프러스포인트는 1928년에 개장했다. 설계자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설계가 중 하나로 꼽히는 알리스터 맥킨지다. 원래는 미국 중부 출신 유명 설계가 세스 레이노어(Seth Reynor)에게 맡기려 했지만, 1926년에 그가 갑자기 타계하면서 스코틀랜드에서 미국으로 건너와 캘리포니아를 처음 방문중이던 맥킨지에게 작업을 맡기게 되었다고 한다.

‘사이프러스 곶’을 뜻하는 클럽 이름은 코스 주변에 자생하는 사이프러스 소나무에서 나왔다. 측백나무과에 속하는 침엽수로 길게는 수천년 이상 생존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 나무들은 코스 주변 숲에 수십 미터 높이로 빽빽이 자라고 있다. 태평양의 바닷바람을 맞고 안개를 머금으며 자라는 사이프러스는 죽은 고목조차도 아름다워 코스 곳곳에 그대로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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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야드 파3 7번 홀.


홀들은 부지 북서쪽 클럽하우스에서 시작해 동남쪽 숲을 향해 시계 반대방향으로 길게 나아갔다 돌아오는 흐름이다. 여러 언덕과 숲 사이로 다양한 경사의 오르막과 내리막 홀들이 흥미롭게 이어진다. 마지막 네 홀은 클럽하우스를 지나쳐 바닷가에 놓여있는데 이곳의 15~17번 홀이 사이프러스포인트의 하이라이트다.

이곳에서는 단 한 홀도 평범하지 않다. 홀마다 특징이 뚜렷하고, 비슷한 홀이 하나도 없다. 챔피언티에서 파72 6524야드로 짧은 전장이지만, 난도가 높아 좋은 스코어를 내기 어렵다. 수많은 벙커들이 페어웨이 좌우, 그린 앞뒤에 포진해 매 샷 정확성을 요구하고, 미세한 굴곡을 지닌 포대그린 또는 2단, 3단의 빠른 그린들이 퍼팅에 집중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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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번 홀에서 바라본 13번 홀 그린과 바다 전경.


라운드 내내 끊임없이 변하는 코스 풍경은 사이프러스포인트만의 자랑이다. 처음 몇 홀은 양 옆으로 울창한 소나무들이 도열한 숲 속을 따라가다가, 6번 홀 그린부터 갑자기 탁 트인 전경에 하얀 모래사구와 해안 들풀 사이를 지나고, 15번 홀 이후 종반으로 접어들면 파도 치는 바닷가를 걷게 되는 것이다.

모래사구에서 출발한 홀들은 파4 4번 홀부터 숲으로 접어든다. 이 홀과 다음 홀은 사방이 숲에 둘러싸인 완만한 오르막으로 거대한 페어웨이 벙커들이 티샷의 정확성을 요구한다. 코스는 개미허리 페어웨이를 가진 내리막 좌 도그렉 파5 6번 홀 그린이 시야에 들어올 때쯤 하얀 모래의 듄스 코스로 변하면서 멀리 바다가 보인다. 코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 시작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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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3 15번 홀.


파4 8번 홀은 언덕을 낀 우 도그렉 오르막 홀로 블라인드 티샷과 3단 그린이 독특한 즐거움을 안긴다. 289야드의 급한 내리막 홀로 원온을 유도하는 파4 9번 홀을 마치면 부지 한가운데 좌우로 오가는 10번과 11번 홀이 나타난다. 스코틀랜드 느낌의 파4 11번 홀은 커다란 모래 언덕 앞 4개의 벙커에 둘러싸인 그린 공략이 만만치 않다. 둘 다 오른쪽으로 굽은 파4 12, 13번 홀은 바다를 향해 북서 방향으로 곧장 나아간다.

사이프러스 포인트의 선물은 라운드 종반에 대한 기대감이다. 매 홀 뛰어나지만 진짜 비밀은 마지막 순간까지 감춰져 있는 것이다. 그 첫번째는 135야드에 불과한 파3 15번 홀이다. 한 폭의 그림 같은 이 홀에서는 바닷바람을 계산하며 파도 속에 불쑥 튀어나온 검붉은 바위 끝 그린을 향해 샷을 보낸다. 홀 주변 하얀 사이프러스 고목은 무척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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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3야드 파3 16번 홀 그린에서 티잉 구역을 바라본 모습.


이어지는 또 하나의 파3 16번 홀은 ‘세계 최고 또는 최악의 홀’로 불리는 홀이다. 티잉 구역에서 그린까지 200야드 이상의 캐리가 요구되고 그 사이엔 오직 바다다. 완벽한 롱 샷을 구사해도 태평양에서 불어오는 맞바람을 뚫고 온그린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파를 할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그린 왼쪽 피난 구역으로 150야드 정도 보낸 다음 어프로치샷을 시도할 수도 있다.

거친 해안선을 끼고 활처럼 휘어지는 파4 17번 홀은 코스의 마지막 하이라이트다. 멀리 페어웨이 오른쪽 사이프러스 나무들을 피해 티샷을 한 다음, 해변에 바싹 붙은 그린을 공략해야 한다. 18번 홀은 오르막 우도그렉으로 앞 홀들에 비해 너무 평범해 ‘클럽하우스로 돌아가는 경로’일 뿐이라는 혹평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티샷과 어프로치샷 모두 정확성이 요구되는 나름 괜찮은 마무리 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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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건너치는 파4 17번 홀.


사이프러스 포인트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차로 2시간 정도 남쪽에 있다. 페블비치에서는 10분 거리에 불과하다. 회원 초청을 받은 방문객은 클럽하우스에 입장할 수 있지만, 라커나 식당 이용은 안된다. 일설에 따르면 존 F 케네디 대통령조차도 이곳 식당 입장을 거부당했다고 한다.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코스를 경험하는 데 이게 문제겠는가? 티타임만 잡힌다면 내일이라도 다시 날아가고 싶다. ‘궁극의 아름다움’을 또 한 번 맛보기 위해.

[사진과 글= 백상현 화이트파인파트너스 대표, 골프 여행가] 필자의 홈페이지 ‘세계 100대 골프여행(top100golftravel.com)’과 유튜브 채널 ‘세계 100대 골프여행’에서 동영상과 함께 이 골프장을 보실 수 있습니다. 필자는 5대륙 950여 곳의 명문 코스를 여행사 도움 없이 직접 부킹하고 차를 몰고 가 라운드 한 최고의 골프여행 전문가입니다. 지난 2년간의 연재를 잠시 쉽니다. 그동안 열심히 읽어주신 독자에게 감사드립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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