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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노승 골프칼럼] (30) 해외전지훈련 못가는 것은 행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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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전지훈련 중인 선수들.


골프 대회의 시즌이 끝났다. 코로나 사태가 아니라면 선수들은 프로와 아마추어를 가리지 않고 해외전지훈련을 위해서 짐을 싸고 있을 시기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연말 연시에 미국, 동남아, 호주 등의 골프장들은 전지훈련을 나온 한국 선수들로 붐볐었다. 그러나 금년에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서 해외로 전지훈련을 가는 것이 완벽하게 차단되었다. 과연 이 상황이 선수들에게 나쁜 영향을 주는가? 그렇지 않다. 선수들과 그 부모들에게는 행운이며 새로운 실험과 경험의 기회이다.

언제부터인지 겨울이 오면 선수들이 해외로 전지훈련을 가는 것이 당연시 되었다. 짧은 기간도 아니고 두 세달 동안이나 해외 훈련을 떠나는 선수들의 목표는 확실한 기량의 향상이다. 드라이버의 거리를 더 늘리겠다는 목표, 샷을 더 똑바로 치겠다는 목표, 숏게임을 더 잘하겠다는 목표, 벙커샷을 마스터 하겠다는 목표 등이 선수들이 머리 속에 있다. 그러나 그 목표를 이루고 돌아오는 선수는 드물고 오랜 훈련과정을 거치며 몸과 정신이 지쳐서 돌아오기 쉽다. 무언가 깨닫고 배웠다고 생각하는 테크닉들은 막상 대회에 나가면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만다.

부모들은 최소한 천 만원에서 이천 만원 사이의 큰 부담이 되는 비용을 아낌없이 투자한다. 전지훈련을 다녀오면 단점들이 개선되고 다음 시즌에 훨씬 더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다고 믿는다. 다른 선수들은 모두 전지훈련을 가는데 나만 한국에 남아있으면 뒤쳐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열성적인 부모는 전지훈련기간 동안 동행하여 훈련을 직접 챙기기도 한다.

필자는 해외전지훈련을 온 선수들을 현장에서 지켜보았고, 현지에서 강의를 했고,선수들과 인터뷰도 했고, 매년 전지훈련을 보내는 부모들을 만나서 의견을 듣기도 했다. 선수에 따라서 차이는 있겠지만 전지훈련에서 돌아온 선수들의 기량은 부모의 기대처럼 좋아지지 않았다. 골프의 특성상 단기간의 집중훈련으로 기량이 좋아지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오히려 성적이 나빠지는 선수들도 많기 때문에 투자한 돈과 시간을 감안하면 전혀 남는 장사가 아니다. 10년 동안 해외전지훈련을 빠지지 않고 다녀왔다는 어떤 선수는 돌아보니 그럴 필요는 없었다고 말하며 후회했다.

겨울 동안에 해외전지훈련을 가는 대신 선수에게 우선 필요한 것은 정신적인 휴식 시간을 가지는 것이다. 골프에 관한 생각을 지우고 하고 싶은 것을 찾아서 즐기며 체력훈련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 이상적인 것은 선수들이 단 한 권의 책이라도 읽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선수가 평범한 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 기본적인 상식을 갖추지 못했다면 골프 잘 치는 바보나 다름없다. 골프의 역사를 보아도 깜짝 스타가 된 위대한 선수들이 자기의 무식을 깨닫고 부끄러워하며 후회했다는 일화는 여러 번 반복된다.

이번 겨울에 선수들이 해외전지훈련 대신 한국에 머물러야 하는 것은 코로나가 가져온 우연한 기회이다. 실내 연습시설의 발달로 모니터를 보면서 자신의 결점을 고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선수들은 이미 시간도 벌고 돈도 절약했으니 큰 횡재이다. 집에서 편하게 휴식을 취하고 기본을 점검하며 체력훈련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내년의 성적이 좌우될 것이다.

*골프 대디였던 필자는 미국 유학을 거쳐 골프 역사가, 대한골프협회의 국제심판, 선수 후원자, 대학 교수 등을 경험했다. 골프 역사서를 2권 저술했고 “박노승의 골프 타임리프” 라는 칼럼을 73회 동안 인기리에 연재 한 바 있으며 현재 시즌2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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