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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금쯤 물어봐야 하는 한류 확장·지속을 위한 과제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 기자] 한류 확장과 지속을 위한 과제는 무엇인가? 한류 관련 행사나 포럼 등에서 가장 쉽게 들을 수 있는 질문이다. 하지만 이제 여기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인 대답을 해야 할 때다.

한류가 덩치는 커졌는데 실속은 없다고 한다. 내실 있는 한류산업은 어떻게 키워가야할까? 지금과 같은 ‘스타’ 중심의 한류는 식고나면 다시 불태우기 어렵다. 콘텐츠 제작사 중심으로 가야 재투자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한류가 몇몇 스타에 집중되면 다양성도 떨어진다. 물론 제작사는 스타를 내세워야 투자로 받고 방송사 편성권을 따낼 수 있다. 하지만 작품이 중심이 돼야 콘텐츠 산업을 키울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드라마가 성공하면 제작사가 돈을 벌어들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제작사가 돈을 벌어야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 제작사가 콘텐츠를 성공시켜도 큰 돈을 벌지 못하면 제작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낮은 제작비는 콘텐츠의 질을 떨어뜨린다.


한류 콘텐츠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선결조건 및 과제는 콘텐츠 다양화다. 우리는 다양성에서 취약함을 보인다. 뭐 하나가 된다 싶으면 그쪽으로 몰린다. 하지만 콘텐츠 채널이 많아지고 플랫폼이 다양해지는 것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담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콘텐츠는 허구이지만 하나의 세계이다. 콘텐츠안에는 다양한 문화가 담기고, 그안에 산업도 들어간다.

지금의 한류가 전성기냐, 정체기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한류 역사로 볼때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답변은 유동적이다. 그럼에도 지금 한류를 전성기라고 하기는 어렵다. 드라마와 K-Pop 한류의 인기는 약간 주춤하고 있는 듯하다. 우리 콘텐츠가 디지털 네트워크를 타고 전세계로 퍼저나갈 때가 최전성기였다. 그걸 안정적으로 만든 게 2012년 싸이의 ‘강남스타일’이었다. ‘강제진출’이라는 말까지 사용한 걸 보면, 뒤에서 바람까지 불어준 모양새였다. 그 이듬해인 2013년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중국에서 크게 히트했다.

최근 만난 중국의 콘텐츠 관계자들은 한국 드라마의 때깔이 좋다고 한다. 캐릭터도 세련됐다고 했다. 박해진이나 추자현 등에서 알 수 있듯이, 한국 배우들은 중국에서 열심히 하고, 잘 한다. 한국 드라마 제작의 혹독한 환경에서 트레이닝된 배우들이 헐리웃 시스템과 가까운 중국에서 높은 적응력을 보이고 있다. 중국 언론에서 한국 아이돌 트레이닝 방식을 가끔 비인간적이라고 보도하지만, 우리의 교육과정과도 유사한 한국의 아이돌 가수 연습생 제도를 포함한 트레이닝 시스템은 외국에서도 높은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아직 유럽과 미주에서 K팝이 주류문화에 들어간 것은 아니지만, 미국 빌보드 차트에 한국 가수의 노래가 올라와도 특별한 일이 아닌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현실은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K팝 한류가 K뷰티, K푸드, K패션, K웨딩 등 파생상품 구매와 한국상품을 선호하게 되는데 기여하는 바도 적지 않다.

한류 일등공신은 드라마였다가 K팝, 예능 등으로 확산됐다. 우리는 김수현 전지현 이민호 장근석 이준기 박해진 등 자랑스러운 한류배우들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관광객들은 전지현이 드라마에서 사용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화장품을 대량 구매한다. 모두 캐릭터가 히트해 아시아 팬들에게 어필한 것이다. 드라마와 배역, 캐릭터가 없었다면 한류스타는 탄생되기 어렵다. 따라서 질 높고 세련된 스토리를 갖춘 드라마를 내놔야 한류 열풍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은 불문가지다.

중국은 한국으로부터 방송 프로그램 포맷을 수입하고 인력까지 돈으로 사들이고 있다. 한국의 기획력과 창의력을 돈으로 확보하려는 것이다. 우리가 인력 유출을 막을 방법은 없다. 우리가 꾸준히 대체 인력을 만들어내면 된다.

중국은 처음에는 한국 방송전문가들로부터 기술과 노하우를 수입해, 초기에는 뭔가 어설픈 ‘복사판’ 같지만 금세 ‘원판’을 위협할만한 수준으로 발전한다. 중국 스마트폰인 샤오미에서 이미 그런 예를 봤다.

따라서 콘텐츠의 다변화, 콘텐츠 제작의 선순환 구조는 서둘러야 한다. 골든타임이 있다. 콘텐츠 시장이 거대한 중국시장에 잠식되지 않기 위해서는 질(완성도)에서 우위에 있고 ‘윈윈’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춰야 한다. 여기서 ‘윈윈’이란 말로만 공동제작이 아닌, 매출액을 양국 제작사들이 서로 나누는 단계까지를 말한다.

그렇다고 우리 콘텐츠의 해외진출 전략을 요란하게 짤 필요는 없다. 나라마다 공략 포인트가 조금씩 다르지만, 우선 국내 시스템을 다양하게 잘 짜야 한다. 국내 전략과 해외 전략이 거의 같아지는 시대다. 박진영이 ‘원더걸스’를 데리고 미국에 2년동안 체류하며 미국시장을 공략했지만, 이제는 한국에 있으면서 미국에 진출하는 시대다. 그러니 음악이건, 드라마이건, 국내 시스템이 다양한지를 물어봐야 할 때다.

서병기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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