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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집플레이션’ 한국…혁신 실종된 ‘잃어버린 9년’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일본 유니클로가 스타트업 무진(Mujin)과 손잡고 의류정리 로봇개발에 성공한 소식을 1면에 다뤘다.

FT는 “부드러운 직물을 들어올리고 담는 능력은 로봇에는 큰 도전”이라며 “계절에 따라 다양한 옷을 분류하는 기능까지 감안하면 더욱 어려운 작업”이라고 평가했다.

로봇 개발에 열중인 미국 아마존도 아직 이 수준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일본 경제가 19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잃어버린 20년’을 겪었지만, 지난 9년은 달랐다. 일본 닛케이225는 2011~2019년(12월29일 종가기준) 무려 130% 상승해, 라이벌 독일(DAX30)의 123%를 앞섰다. 모바일과 스마트폰 혁명을 이끈 미국(S&P500)이 같은 기간 158% 오른 것과 비교해도 크게 뒤처지지 않는 수준이다.

일본 중앙은행이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주식을 매입하는 부양책을 펼치고 있지만, 증시상승에는 2010년 이후 기업들의 혁신 성과가 적지 않았다. 자동차와 전자업체가 차지하던 일본 증시 간판 종목에는 이제 유니클로와 같은 유통혁신 기업들과 함께 케인스, 화낙 등의 첨단기술 기업들이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은 전세계 혁신 기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로 세계 경제계의 ‘큰 손’으로 등극한 지 오래다.

일본이 ‘잃어버린 20년’을 벗어나려 안간힘을 썼던 지난 9년이 우리에게는 ‘잃어버린 9년’이었다. 2011~2019년 코스피는 겨우 6.8% 움직였다. 세계 주요국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 코스닥이 28% 가량 올랐지만, 순위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이런 우리와 ‘붕어빵’인 곳이 있다. 중국이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이 기간 6.8% 올랐고, 홍콩H지수는 12.3% 하락했다. 우리 경제가 1997년 외환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했던 배경에는 중국 경제의 급성장이 있다. 우리의 전기전자, 자동차, 조선, 철강, 화학 등 5대 업종이 최대 수혜를 봤다. 지난 9년 이들 5대 업종 간판기업 주가를 보자. 현대차는 31% 하락했고 한국조선해양(구 현대중공업)은 70% 폭락했다. 포스코는 51% 하락해 반토막이 났고, SK이노베이션도 22.6% 미끄러졌다. 중국 경제의 부진에 한국 주력산업들이 직격탄을 맞은 모습이다. 그나마 우리 경제가 이만큼이나마 버틴 데에는 반도체와 스마트폰의 힘이 컸다. 코스피도 삼성전자가 196%, SK하이닉스가 284% 급등한 덕분에 마이너스 수익률을 피할 수 있었다.

2019년도 이제 다 저물었다. 21세기의 두 번째 10년이 마지막 해만 남겨두게 됐다. 우리의 지난 9년을 되돌아 보면 정치·사회적으로는 좌우의 대립이 극한을 이뤘고, 경제적으로는 혁신이 실종되면서 서울 집값 등 일부 자산 가격만 급등했다.

새해에는 우리 주력인 반도체 경기가 되살아날 것이란 전망이 많다. 그 덕분에 경제가 좀 나아질 지 모르지만, 특정 국가, 일부 기업, 제한된 업종에만 의존하고, 새로운 유망 산업을 키우는 데 실패한다면 ‘잃어버린 9년’은 ‘20년’ 이상으로 길어질 수 있다. 경제에서 내실 없는 자산가격 상승은 결국 거품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적어도 경제에서 만큼은 대전환이 이뤄질 새해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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