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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전략없는 밀어붙이기가 불러온 서울교통공사의 굴욕

서울교통공사가 ‘운전시간 조정의 잠정적 철회’를 발표하고 노동조합도 이를 수용하면서 우려됐던 21일의 지하철 운행중단 사태는 피하게 됐다. 시민의 발이 묶이는 최악의 사태는 면하게 됐지만 남은 것은 서울시교통공사의 굴욕이다. 얻은 것 하나없이 물러설 일에 공연한 평지풍파만 일으켰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논리를 중심으로 한 대화로 타결해야 할 일이었다. 그만큼 사측이 추진 중인 운전시간 연장은 충분한 논리적 근거를 갖추고 있다. 당초 교통공사가 진행하려던 사안은 승무원의 운전시간을 기존 4시간30분에서 4시간42분으로 12분 늘리려던 것이었다. 일부 승무원이 취업규칙과 노사합의에서 정한 운전 시간을 채우지 않아 과도한 휴일 근무가 발생하고 일부 퇴직을 앞둔 기관사가 평균 임금을 부풀려 퇴직금을 더 받으려고 휴일 근무에 몰두하는 일도 많다는 게 출발점이었다.

실제로 2018년 지급된 초과근무수당 129억여 원 가운데 95%를 넘는 125억원이 승무 분야에 집중되어 있다. 3250명의 승무분야 직원을 감안하면 1인당 평균 400만원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이렇다보니 한정된 급여재원에서 다른 분야 직원들은 피해를 입는다는 것이다.

특히 전체 근무시간 자체는 노사합의와 취업규칙에 정해진 범위내에 있는데다 운행 투입 인원이 줄어들기 때문에 대체 근무자에게 주는 수당도 합리화할 수 있다는 게 사측의 판단이다. 취업규칙에 ‘교번근무자의 운전시간은 1일 4시간42분으로 한다’고 명시된 것도 사실이다. 반면 노조는 “노동강도 증가와 인력 부족 문제를 근로시간 확대로 해결하려 든다”며 반발했다. 수당이 줄어 실질적 임금 감소가 생기는 문제가 바탕에 있음은 물론이다.

사측은 비용절감이 아닌 효율적 배분을 위한 조치이며 운전시간의 연장이라기보다는 불합리한 승무제도의 개선이자 정상화라는 점을 더 강조해 분위기를 이끌어야 했다. 노조가 파업과 다름업는 업무 거부로 맞설 걸 예상 못한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타당성만을 무기로 전략없이 밀어붙이다보니 굴욕적 결과만 얻게 된 것이다. 노조가 그동안의 논의 과정에서 사측의 일방적인 태도를 강하게 비판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문제는 불씨가 여전하다는 점이다. 갈등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사측은 잠정적 철회일 뿐 앞으로 이 문제를 다시 논의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노조는 여전히 수용불가 입장이 확고하다.

공사는 파업없이 운전시간을 정상화할 해결책과 추진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오늘의 굴욕이 치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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