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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부하는 학생선수 육성 ‘금빛나래학교’ 아시나요
쳬육계 잇단 충격적인 사건에
국내 첫 교육청 인가 대안학교
여자 탁구선수 15명 위탁교육
선수들 수준 고려 실용적 수업
체육전문대안학교 금빛나래학교의 정문에서 학생선수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지난 해 쇼트트랙 조재범 사건과 최근 고 최숙현 선수의 안타까운 죽음 등 체육계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문화체육관광부, 대한체육회, 국가인권위원회 등 관련 기관은 해결책 중 하나로 학교체육의 정상화를 내놓고 있다. 학생선수들이 운동만 하는 것이 아니라, 수업도 듣고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주중대회 및 합숙 금지에 연령별 하루 운동시간을 강제하는 규정까지 생겨나고 있다.

맞다. 한국의 학교체육은 2가지 문제가 심각하다. 일반학생은 입시에 찌들어 운동을 하지 않고, 학생선수는 공부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자가 후자보다 훨씬 심각하지만, 위정자들은 파장이 큰 ‘교육 속의 체육’은 외면한 채, ‘체육 속의 교육’만 문제를 삼고 있다.

좋다. 양보에 양보를 거듭해 일단 학생선수들이 공부를 병행하도록 하는 것에 집중한다고 하자. 그런데 수업에 참여하라고 강요만 하면 될까? 일반학생들도 ‘수포자’가 수두룩하고, 한번 학업을 소홀히하면 학교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현실에서 학생선수들이 중고교 수업을 정상적으로 들으면서 운동까지 자기하고 싶은 만큼 잘하라는 것은 그 자체로 어불성설이다. 알아듣지도 못하는데 수업에만 들어가면 무슨 소용인가?

코로나19 사태로 개교식도 하지 않았지만, 서울 금천구에는 학생선수들을 위한, 국내 최초의 교육청 인가 대안학교가 지난 3월 2일부터 조용히 운영 중이다. 금천구를 탁구의 메카로 만들고 있는 금빛나래탁구후원회라는 지역 생활체육인들의 모임이 끈질기게 서울시교육청을 설득해 어렵게 만들었다. 목표는 학생선수들의 학력부진 해소(맞춤형 교육), 운동여건 개선, 진로교육 등 스포츠혁의 지향점을 모두 담고 있다. 예산 2억4000만 원은 교육청이 50%, 후원회가 50%씩 분담한다. 학교이름은 ‘금빛나래학교’(교장 성덕현)다.

현재 금빛나래학교에는 독산고 7명, 문성중 8명의 여자 탁구선수들이 위탁교육을 받고 있다. 별도의 건물에서 오전 국영수와 역사 과학 등을 공부한 후(1~4교시), 독산고와 문성중으로 이동해 점심 급식을 먹고 5~7교시는 대안교과로 탁구를 훈련한다. 핵심은 오전 학과 수업이다. 입시용의 어려운 내용이 아니라, 선수들의 수준을 고려한 실용적인 교육이 이뤄진다. 수학은 고등학생이라도 중학교 수준을, 영어는 생활영어나 기초문법을 배운다. 이러니 선수들의 수업참여도가 아주 높다.

독산고 3학년 강희경 선수는 “코로나 때문에 대면수업이 많지 않았지만 수업이 지루하지 않아서 정말 좋아요. 독산고 때는 오전 수업에 들어가면 그냥 잤는데, 대안학교에서는 분위기도 좋고, 수업도 알아들을 수 있어서 재미있어요”라고 말했다. 또 운동에 대해서도 “오후 수업을 대안교과인 탁구로 하니까 원래보다 운동을 더 일찍 시작하고, 일찍 마칠 수 있다”고 만족해했다. 이밖에도 특강, 악기수업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적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기타를 배우면서 탁구선수들이 난데없이 음악에 푹 빠져 있다고 한다.

체육전문 대안학교 금빛나래 학교에는 필기시험이 없다. 모두 수행평가로 대체된다. 상급학교 진학을 위해 여러 가지 사항을 고려한 합리적인 성적산정만 할 뿐이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시도되고 있는 체육 대안학교는 이제 한 학기를 마쳤지만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또래 일반학생들과 사귈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은 아쉽지만 ‘공부하는 학생선수’의 시스템으로는 적절하다는 것이다. 공부 대신 마음껏 운동을 하고 싶다면 그렇게 배려하는 것이 좋은 교육이다. 체육중학교, 체육고등학교가 현실적으로 턱 없이 부족한 현실에서 모든 종목, 모든 학생선수들이 필요한 공부를 제대로 하면서 마음껏 운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전문가들이 할 일이다. 현장과 괴리된 탁상공론 대신 금빛나래학교를 한번 찾아가보면 어떨까.

유병철 스포츠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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