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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 성범죄 예방에 스포츠 종목별 차별 웬말?

유도 영웅이라고 떠받들던 올림픽 유도 은메달리스트 왕기춘이 미성년 제자를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아 트라이애슬론 최숙현 선수가 소속 경주시청팀의 구타와 가혹행위에 수년간 시달리다 22살 어린 나이로 세상을 등지는 사건이 발생해 국민을 충격과 비탄에 빠뜨렸다.

끊이지 않고 반복되는 이런 사태를 방관해온 체육계 탁상행정과 무책임에 분노가 치민다. 실현 여부를 떠나 스스로 초강수 대응책을 상상하고 있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 같다. 왕기춘 사건이 불거진 후 국내 유명 격투기 대회사 로드FC의 실권자 정문홍 씨도 고문 변호사까지 등장시킨 보도자료를 내고 폭로성 주장을 폈다. 선수와 코치 시절을 경험한 정씨는 “아직 자아가 형성되지 않은 미성년자를 관장, 코치 등 지도자가 건드리는 상황이 많이 나오고 있다. 직접 목격한 것도 많고 제보도 받았다”고 증언했다. 체육관에 온 10대 중후반 여학생의 눈에는 사범이 멋있게 보이게 마련인데, 이런 점을 악용해 소위 그루밍 성범죄로, 협박과 회유를 반복하면서 더러운 욕심을 채우려 드는 이들이 있다는 것이다.

세계격투스포츠협회(WFSO)라는 국내 사단법인체의 회장직을 맡은 정씨는 최근에는 자체 전수조사까지 마쳤다며, 제보로 접수된 타 단체 인사에 대한 고발을 검토한다는 보도자료까지 냈다.

정씨는 “사단법인이 성범죄자를 조회할 수 있도록 국회에서 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심지어 선수 등록을 받을 때 성범죄 전력 있는 사람들은 등록하지 못 하도록 막고 싶은데 조회를 못 하니 어쩌지 못하고 있다고 불평했다.

심정은 이해가 가는 부분도 있지만 이건 더 많은 사회 부작용을 낳을 수 있는 초법적인 요구다. 투기무술 종목 중 권투 레슬링 태권도 유도 검도 우슈 합기도의 경우처럼 취업자나 취업예정자의 성범죄 경력 조회를 경찰서에 신청하고 그 결과를 회신하는 의무를 지우는 방법이 더 효율적이고 현실적이다.

정부가 시행 중인 성범죄자 취업제한 제도는 법원에서 성범죄 판결과 동시에 취업제한 명령을 선고받은 자가 어린이집, 초중고교, 의료기관, 체육시설 등에서 최대 10년간 취업하지 못 하도록 막는다.

종합격투기(MMA), 킥복싱, 주짓수 등 신흥 격투기 종목이 이 제도의 적용을 받는 체육시설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체육시설업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등 근거법 안에 포함되도록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 성범죄자 취업제한 제도 소관기관인 여성가족부 담당자는 근거법이 없는 종목은 이 제도의 대상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공선택 대한킥복싱협회 사무총장은 “대한체육회 준가맹단체인 킥복싱, 주짓수 종목은 2~3년 내 정가맹 승격이 이뤄질 경우 문체부 승인을 거쳐 체육시설업에 포함돼 성범죄 경력조회 확인 의무를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금은 획기적인 대책이 나와야 할 때다. 제도권으로 들어와 관리대상이 된 종목만 안전 펜스를 쳐 주겠다는 건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은 아닌가. 준가맹과 정가맹 전 단계인 인정단체로만 등록돼도 성범죄 경력 조회 신청을 의무화하도록 한다면 매번 새 종목이 나올 때마다 법을 개정할 필요가 없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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