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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 로컬택트 시대, ‘소통협력공간’ 지역네트워크의 중심으로

남춘천역을 내려 강원대 방향으로 걸어가다 보면 색 바랜 빨간 벽돌 건물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세월이 느껴지는 외관에 끌려 안으로 들어가 보면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에 놀라게 된다.

높은 층고를 가진 건물 1층에는 ‘동산면 흑임자 라떼’ ‘신북읍 오미자 에이드’ 등 지역특산물을 이용한 제철 음료를 판매하는 카페가 운영 중이다.

2층으로 올라가면 도시농업부터 청년협동조합까지 지역문제 해결에 관심 있는 다양한 기관단체가 입주해 있고, 누구나 대관할 수 있는 회의실과 다목적실이 자리 잡고 있다. 한쪽 벽에는 다양한 주민 참여형 사업을 알리는 크고 작은 게시물들이 시선을 끈다.

이곳은 최근 주민 참여 방식으로 새 단장을 마친 ‘춘천 소통협력공간(커먼즈필드춘천)’이다. 20년 넘게 유휴 공간으로 방치됐던, 옛 강원지방조달청이 주민 소통과 협력을 위한 지역사회 혁신의 메카로 탈바꿈한 장소다.

‘지역거점별 소통협력공간’은 행정안전부에서 지난 2018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다. 지역 유휴 공간을 리모델링해 일반주민, 민·관·산·학 등 다양한 주체가 서로 만나서 소통하는 지역사회 혁신의 공간으로 조성했다.

9월 현재 전국 5개소(강원 춘천, 전북 전주, 대전, 제주, 충남 천안)가 선정돼 운영 중이거나 개소를 준비하고 있다.

전주시는 성매매업소 집결지였던 선미촌을 강제 철거가 아닌 점진적 전환을 도모하기 위해 그 지역을 문화예술촌으로 재탄생시켰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전주 소통협력공간’이 자리 잡고 있다. 도시재생, 세대갈등 등 다양한 지역의 문제를 놓고 지역주민과 머리를 맞대며 마을의 이미지는 물론 도시의 분위기도 바꾸는 역할을 한다.

대전시는 80여년 동안 행정타운이었던 옛 충남도청 일부를 청년·마을공동체·과학단지 등 여러 분야를 연결하는 ‘대전형 네트워크 공간’으로, 제주도는 탐라 시대 이래 중심지였던 원도심 목관아 인근 옛 산업은행을 이주민과 선주민이 함께하는 ‘제주형 공유공간’으로, 충청남도는 사통팔달 교통요충지 천안IC 인근 옛 중부농축산물류센터 일부를 ‘충남형 소통협력공간’으로 운영을 준비 중이다.

지역거점별 소통협력공간의 또 하나의 특징은 관(官)이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수직적 방식이 아닌 민관 파트너십에 기초한 수평적 방식으로 추진된다는 점이다. 기존의 커뮤니티 공간이 일방적인 관 주도로 만들어졌다면 지역주민과 논의를 통해 공간을 기획하고 사전 운영 방식을 도입해 공간의 쓰임새를 명확히 했다.

이러한 ‘선(先) 운영 구상-후(後) 공간 조성’ 방식은 지역주민이 원하는 바를 충분히 담을 수 있었다.

소통협력공간이 조성되자 자연스럽게 아이디어가 모였고, 아이디어가 모이자 이를 실행하려는 연대의 힘이 생겼다. 그리고 이렇게 생겨난 연대의 힘은 코로나19를 겪으며 더욱 강해지고 있다.

비대면 방식의 ‘언택트(Untact)’ 시대를 넘어 지역과 마을을 기반으로 한 ‘로컬택트(Localtact)’로 소통 방식이 변화했다. 그 결과, 관계와 신뢰를 중심으로 주민 간 소규모 만남을 이어가며 지역의 특성을 살리고 공동체를 유지하는 한 차원 높은 네트워크가 주목받고 있다.

앞으로 소통협력공간에서의 주민 참여 방식은 온라인 총회와 비대면 세미나, 소규모 회의 등 온·오프라인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더욱 확장해나갈 것이다.

정부 또한 지역사회의 주민 참여활동이 물리적·디지털 공간을 통해 상호 보완하며 활발히 진행될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할 예정이다.

코로나 위기를 딛고 각 지역에서 주민 참여와 다양한 분야 협력이 활성화돼 소통협력공간에서 탄생한 연대의 힘으로 지역문제를 해결하는 ‘지역사회 혁신의 시대’가 활짝 열리기를 기대한다.

이재영 행정안전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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