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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90억 들여 온라인 K팝 공연장…“현실 모르는 탁상행정”잡음
전용 스튜디오 + 90억 공연 지원
문체부, 내년 예산안에 편성
BTS·SM 성공신화만 본 단견
문제는 공연장 아닌 유료 고객
공연생태계 개선 지원이 먼저
일부선 “3억지원 도움” 반응도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지난 14일 유료 온라인 콘서트 ‘방방콘 더 라이브(The Live)’를 진행하고 있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연합]
전 세계 최초로 온라인 유료 콘서트 시대를 연 SM엔터테인먼트의 비욘드라이브.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초유의 예산 편성에 정부와 대중음악계의 입장이 갈리고 있다. 수백억 예산을 들이는 온라인 K팝 공연장 조성 사업을 두고 업계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는 온라인 공연을 ‘K팝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인식하고 있으나, 업계의 입장은 다르다. 방탄소년단과 SM의 온라인 공연 ‘성공 신화’에 기댄 ‘탁상행정’이자, ‘일부’만을 위한 지원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달 초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발표한 2021년 예산안에 따르면 온라인 K팝 공연 제작 지원을 위해 290억 원의 예산이 편성됐다. 공연제작을 위한 K팝 스튜디오 조성에 200억 원, 공연제작 지원에 90억 원이 투입된다.

문체부 대중문화산업과에 따르면 온라인 K팝 공연장은 관객 입장은 불가능한 스튜디오 형태다. “기존 스튜디오 중 장소를 선별해 온라인 대중음악 공연에 최적화된 무대와 음향, 조명, 송출 장비를 갖춘 전문 스튜디오를 조성하겠다”는 것이 문체부의 계획이다. 규모는 300~500평으로 보고 있다. 현재로선 새로 건립하기 보단 기존 시설의 ‘리모델링’을 염두하고 있다.

스튜디오를 조성하면 공모를 통해 총 30팀을 선정, 한 팀당 3억 원씩 총 90억 원을 온라인 공연 제작비용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비용 부담과 기술 부족으로 온라인 공연을 시도하지 못 하는 중소 기획사를 지원하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자 계획했다”고 설명했다.

대중음악계에선 이번 지원 정책에 대해 답답함을 토로한다.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부회장인 윤동환 엠와이뮤직 대표는 “온라인 콘서트가 성과를 냈다고 공연장을 조성하는 것은 현장을 알지 못하는 탁상행정”이라며 “공연장이 없어 온라인 콘서트를 진행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유료 관객이 모이지 않기 때문에 시도가 무의미한 것”이라고 일갈했다.

온라인 공연의 성패는 ‘해외 팬덤’이 쥐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어느 정도 수익성을 담보한 K팝 가수의 경우 해외 결재 비중이 80%, 국내 비중이 20%를 차지한다.

민간 공연장에서 바라보는 시각도 비슷하다. 아이돌 그룹부터 인디 뮤지션 등 다양한 공연을 올리고 있는 홍대 공연장 브이홀 주성민 대표는 “수십년간 업계에서 만들어온 공연 생태계를 지키고 개선할 생각은 하지 않고, 엉뚱한 곳에 예산을 편성한 최악의 지원사업”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방탄소년단과 같은 일부 스타급 아이돌 그룹 외엔 관객 확보도 어려운 온라인 공연을 위해 공연장까지 만드는 것은 코로나19로 다 무너진 콘서트 업체와 공연장을 운영하는 자영업자와 경쟁하자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새 활로를 찾기 위한 온라인 공연 지원 정책에 수혜자가 없는 것은 아니다. 정부의 지원이 굳이 필요치 않은 최상위 0.1%의 아이돌, 지원이 나온다 해도 해외 팬덤이 없어 엄두를 내지 못하는 팀을 제외한 중간층이 존재한다.

해외팬의 비중이 전체 팬덤의 60~70%를 차지하는 아이돌 그룹의 기획사가 대표적이다. 업계에서도 ‘동상이몽’이 나오는 이유다.

두 팀의 K팝 그룹이 소속된 중소 기획사 관계자는 “코로나19로 해외팬을 직접 만날 수 없는 상황에서 온라인으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며 “기획 규모에 따라 제작비도 천차만별이나, 3억 원의 제작비 지원은 굉장히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번 정책에 대한 아쉬움이 커지는 것은 코로나19 이후 현장의 목소리를 세심하게 반영하지 못했다는 데에 있다. 극소수의 성공 사례만 보고 일부를 위한 지원을 결정, 대다수의 현실을 돌아보지 못한 아쉬움이다.

윤동환 대표는 “온라인 공연을 열기만 하면 흥행이 된다고 생각한 지원책”이라며 “코로나19로 인한 잠깐의 대안이지 오프라인 콘서트를 대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온라인 공연이 발전한 형태는 결국 생방송 음악방송이다. 이는 오프라인의 대안이 아닌 결재되는 생방송 음악방송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수백억원을 들인 온라인 스튜디오가 향후 ‘애물단지’가 되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해마다 스튜디오 유지를 위해 인건비 보수 유지비 등 “최소 10억~30억원이 투입, 결국 세금 낭비가 될 수 있다”(윤동환 대표)는 지적이다. 이번 지원에 대해 코로나 시국의 ‘성과 내기’라는 시각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코로나19 이후 대중음악계의 많은 지원 분야가 온라인을 향하고 있다. 온라인 공연 지원도 물론 의미있는 일이다. ‘위드 코로나’ 시대에 글로벌 K팝 스타들이 찾은 새 활로라는 점에서 이견이 없다. 하지만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대중음악계에도 ‘사회적 약자’가 있다. 주 대표는 “코로나19로 인한 생태계 붕괴와 생존이 위협받는 비상 시국에선 보다 현실적인 지원이 우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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