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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대 목좋은 자리도 ‘깔세’…“당장은 손님없어도 버티고 가야죠”[부동산360]
세입자가 다시 세입자 받는 방식…월세만 대신 내고 장사
“코로나 이전 권리금 수준 회복될 때까진 못 넘겨”
신촌역 앞 월세 1000만원 지상1층 법인 안테나샵은 철수
코로나19로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의 99%가 줄어들자, 직격탄을 맞은 홍대 골목 상권의 모습. 큰 길가보다는 작은 골목길 쪽 공실이 많았다.[이민경 기자]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깔세라고 들어보셨어요? 요즘 홍대 메인거리에는 이런 전전세 형태로 매장을 넘기는 일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전례없는 불경기를 겪고 있는 주요 대학가 상권에서는 생존을 위한 다양한 모습들이 나타나고 있었다. 지난 21일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 인근에서 만난 한 공인중개사는 상권의 주축인 걷고싶은거리 인근의 옷가게 등 점포에서 최근 전전세(일명 깔세) 형태로 매장을 넘기는 일이 늘고 있다고 했다.

전전세로 월세부담이라도 줄여 보자

깔세란 세입자가 또 다른 세입자를 받는 것을 말한다. 새로운 세입자는 보증금을 내지 않고 월세만 내면서 그 자리에서 장사를 한다. 기존 세입자는 매장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월세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일종의 고육지책인 셈이다.

홍대 앞 한 공인중개사는 “지난 10년 간 홍대에 유동인구가 엄청나게 몰리고, 외국인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홍대 상인들이 벌었던 매출 규모가 상당했다”며 “과거의 영광을 못 잊어서 다른 지역에 있는 매장은 빼더라도 홍대 매장은 안고 가겠다는 생각인 것”이라고 언급했다.

지금 포기하고 나갔다가 코로나가 끝난 이후에 같은 장소에서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예 점포 문을 닫은 채로 버티거나, 또는 깔세를 준다고 했다.

물론 이렇게 할 수 있는 점주는 버틸 자금력이 그나마 있는 이들이다. 반면 홍대 골목길 쪽으로 들어가면 1층 매장에도 공실이 많다. 매장 유리창에 ‘임대’가 붙어있고, 무권리금 상태다. 보증금과 월세도 낮아졌다. 코로나로 인해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급감한 탓이다.

홍대상권 중심축인 걷고싶은거리.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사회적거리두기가 진행 중이어서 거리에 다니는 유동인구가 예년에 비해 80~90%가 줄었다.[이민경 기자]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3월~6월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전년 동기 대비 99%가 감소했다. 홍대 골목길엔 스타일난다, 임블리 등 한류 패션·코스메틱 플래그십 스토어가 있어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역할을 했다. 관광객들이 골목길 구석구석을 누비면서 소비를 했지만, 지금은 뚝 끊겼다.

이때문에 예년대비 저렴하게 나온 매장도 계약이 잘 안되고 있다. 인근 B공인 대표는 “지금 공실상태인 점포가 과거에는 권리금을 7000만원까지 받던 곳”이라면서 “하지만 지금은 매출이 정말 안 나와서 찾는 이들이 드물다”고 했다. 실제로 상업용부동산 서비스제공업체인 CBRE코리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상가·오피스 임대차계약 규모는 50%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다.

사라진 권리금, 일단 최대한 버텨보자는 이들도

권리금은 자영업자들이 폐업을 쉽게 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상권의 메인도로 1층(일명 바닥)은 골목길에 비해 권리금이 세다.

신촌 명물거리 인근에서 액세서리 점포를 하는 C씨는 최근 부동산에 ‘권리금을 얼마로 불러서 내놓으면 점포가 빠지겠느냐’고 문의했다. 하지만 대답은 ‘거의 없다시피 하면 나갈 것’이었다.

C씨는 “작년에 억대 권리금 제안을 받고서도 넘기지 않았는데, 1년 사이에 무권리로 매장을 넘길 수는 없다”며 “코로나가 좀 진정될 것 같은 내년 중순까지는 조금 더 버텨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하철2호선 신촌역에서 연세대학교 방향으로 가는 일명 명물거리 1층에 생긴 공실. 월 임대료 1000만원이 넘어, 주로 프랜차이즈 법인이 들어오는 자리로 쓰인다. 코로나19로 인근 대학생들의 수요가 줄어들자 공실로 남아있다.[이민경 기자]

오히려 대형법인들의 안테나샵은 매장을 철수시켰다. 신촌역 3번출구 초입의 1층 점포 공실이 눈에 띄었다. 이 자리는 주로 대형 화장품 브랜드 점포가 들어오는 곳으로 월세가 기본 1000만원 이상이다. 누가 봐도 목이 좋은 상가지만 대학생들이 등교를 하지 않으면서 매출이 급감해 문을 닫았다. 새로 들어오겠다는 이도 나타나지 않아 상당 기간동안 비어있다.

상권이 클수록 코로나로 인한 타격을 더 크게 입었다. 서울 동북부 1호선 회기역 인근 경희대와 외대상권을 비교하면 그렇다. 이 일대 상가매물을 중개하는 E공인 대표는 “외대는 상권 자체가 너무 작고 압축적이어서 있을 것(가게)이 하나씩 있다”며 “매출이 이전에 비해 줄기는 했지만, 완전히 못 버틸 정도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좀 더 규모가 큰 경희대 상권은 내부 경쟁이 심해 지금같은 시기에는 더욱 살아남기가 어렵다고 했다. 인근 공인중개사는 “큰길가 1층인데 권리금 없이 나온 매물도 꽤 있어요. 권리금이 괜히 있는게 아니거든요. 권리금은 일종의 자리값을 주는 것인데 그만한 값어치가 없어진 셈”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서울의 상가 수는 모든 업종에서 감소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상가데이터에 따르면 2분기 37만321개로, 1분기 39만1499개에 비해 2만1178개가 줄었다.

부동산114 여경희 수석연구원은 “8월 중순 이후 코로나 재확산에 따라 다중이용시설 운영이 한시적으로 중단되고 제한된 경험이 매출에 타격을 줬을 것”이라며 “3분기에도 서울의 상가 수는 감소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홍대 입구역에서 호프집을 하는 한 자영업자는 “코로나가 재확산 터지기 전까지인 7월~8월 중순은 매출이 그나마 반등했었어요. 그런데 재확산되면서 급락해버렸다”고 했다. “코로나 관련 이슈가 터질때마다 상권이 확 죽고, 또 올해는 장마가 너무 길어서 2주 정도 영업을 못하디시피 했죠. 지금까지 장사하면서 올해 만큼 힘든 날은 없었습니다.”

한편 정부는 코로나같은 재난상황에서 임차인이 임대료 감액을 요구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키로 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7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상가건물임대차 보호법 개정안이 법사위에서 논의되고 있다”며 “현재도 경제 사정의 변동 등이 있는 경우 임차인이 임대료 감액을 요구할 수 있으나 이를 코로나19 같은 재난 상황도 포함되도록 명확히 하고, 법상 임대료 연체기간 3개월을 산정할 때 개정안 시행 후 6개월은 연체기간에 포함하지 않는 방향으로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상가건물임대차 보호법 개정안은 22일 국회 소위를 통과, 24일 본회의 상정이 예정돼 있다.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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