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스크칼럼-김필수] 고르디우스의 매듭·콜럼버스의 달걀

# .‘고르디우스의 매듭’

고대 프리기아의 왕 미다스가 아버지 고르디우스의 우마차를 묶어 놓았다는 복잡한 매듭. “매듭을 푸는 자, 아시아의 왕이 된다”는 신탁이 내려졌다. 프리기아로 진군한 알렉산드로스 3세가 도전했다. 쉽게 풀지 못하던 그는 홧김에 칼로 매듭을 끊는 걸로 해법을 대신했다.

# .‘콜럼버스의 달걀’

1492년 신대륙을 발견한 후 콜럼버스는 이탈리아로 금의환향했다. 일부 시기하는 사람이 있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리 엄청난 일이 아니다.” 발끈한 콜럼버스는 제안한다. “달걀을 세울 수 있는 자, 나와라.” 아무도 못하자, 콜럼버스가 나섰다. 달걀 밑을 깨고 평평하게 해 세웠다.

지금까지 인구에 회자되는, 역사적인 ‘매듭’이고, ‘달걀’이다. 대개 좋은 뜻으로 해석된다. ‘칼로 매듭 끊기’는 생각을 달리해 단번에 해법을 찾아낼 때 소환된다. ‘밑을 깨 달걀 세우기’ 역시 발상의 전환을 통한 문제해결에 비유된다. 우리도 발상을 전환해 좀 비뚤게 봐 보자. ‘칼로 매듭 끊기’는 정상적 해법이 아니라 미봉책이고, ‘밑을 깨 달걀 세우기’도 본질적 해법이 아니라 편법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결국은 본체인 ‘매듭’과 ‘계란’을 훼손했으니까.

12일 본지 특종으로 ‘한진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소식이 전해졌다. 인수 구조(한진칼→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를 전한 13일 후속보도도 연이은 특종이었다. 13일 후속보도 확인 과정은 지난했다.

우선, 산업은행의 참여 통로(유상증자 참여 대상)가 한진칼인가, 대한항공인가의 문제. 주지하다시피 한진칼은 경영권 대립이 한창인 회사다. 여기에 국책은행이 뛰어드는 건 누가 봐도 모양이 좋지 않다. 상식적으로 판단해 대한항공이 유증하고, 여기에 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 구주를 현물출자(금호산업 보유 아시아나항공 주식 30.77%) 할 것으로 봤다.

그런데 후속취재 과정에서 산업은행이 (대한항공이 아닌) 한진칼 유증에 참여하고, 최종 인수주체는 대한항공이 될 것으로 확인되면서 그림이 달라졌다.

결국 이를 종합해 ‘한진칼→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구조를 후속보도했다(아시아나항공 구주 현물출자만 머리에 있었던 터라, 후속취재 과정에서 ‘1조5000억원 규모 신주 유상증자’ 얘기를 들었음에도 이를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 건 아쉬움으로 남는다).

정부와 산업은행의 공식발표 후 의미와 걸림돌 등에 초점을 맞추던 여론은 이제 과정과 문제점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첫째, 앞서 지적했듯, 산업은행은 왜 굳이 경영권 분쟁 중인 한진칼을 유증 참여 통로로 활용해 진흙탕 싸움에 자진등판했을까. 둘째, 아시아나항공 구주를 활용해도 됐을 텐데, 왜 굳이 신주를, 그것도 한진칼이 아닌 대한항공에 배정하는 방식을 택해 비난을 자초했을까. 셋째, 부실회사 처리에만 집중해 부채 덩어리 두 회사(대한항공 22조원, 아시아나항공 12조원)를 그냥 뭉뚱그려 놓은 것은 아닐까 등등이다.

정부와 산업은행은 발표 전에 ‘고르디우스의 매듭’, ‘콜럼버스의 달걀’을 떠올리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을 수 있다. 그러나 매듭 끊기와 달걀 깨기가 능사는 아니다. 합체된 두 부실 항공사의 본체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제발 흘려듣지 않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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