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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비즈] 죄악세(Sin tax)와 조세정책

‘신 택스(Sin tax)’라는 용어는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재정학 용어다. 우리말로는 ‘죄악세’ 또는 ‘악행세’로 번역되는데, 사회에 해롭거나 바람직하지 않은 행위를 억제하기 위해 높은 세율로 과세하는 제도를 말한다.

대표적인 대상이 담배, 술, 휘발유 등이다. 담배, 술 등은 소비자가 지불하는 금액 중에 세금 비중이 60~70%에 달한다. 배보다 배꼽이 크다는 비유가 적절하다.

높은 세금을 매기는 논거로 담배, 술 등의 과도한 소비가 개인에게 부정적 귀책 효과를 가져올 뿐만 아니라 이를 치유하는 비용을 일반국민이 납부한 세금으로 충당하고, 많은 사회적 비용을 유발한다는 점이 꼽힌다. 높은 세율과 가격을 통해 개인의 술, 담배 소비를 줄이고, 이를 통해 추후에 발생하는 추가적인 사회적 지출을 사전에 예방한다는 취지다.

이에 반대하는 논리도 있다. 담배는 서민층, 육체근로자 등 저소득층이 많이 소비하는 물품으로, 과세 공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맥주, 소주 등 대중 주류에 대한 높은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과연 충분한 소비 위축 효과로 이어지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많다. 명분상 죄악세 이론을 차용해 조세저항은 줄이면서 실질적으로는 세수를 확보하려는 게 정부의 의도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최근 일부 서구국가에서 비만 퇴치를 위해 설탕 소비를 줄이려는 의도로 콜라 등 기호 음료에 대해 ‘비만세’를 부과하는 국가들이 있다. 대체로 비만세율이 10% 수준으로, 실질상 설탕 소비 감축 효과는 미지수다. 올해 초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에 대해 ‘애견세’를 과세하자는 주장이 나와 견주들의 심한 반발이 있기도 했다. 반려견의 무단 배변, 소음에 ‘Sin tax’를 과세하자는 논리다.

최근 정부에 의해 고가주택이나 다주택자 소유자를 비도덕적 인사로 간주하고 징벌적 과세를 정당화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아파트 소유자가 집값 인상의 책임을 지는 당사자가 아닌데도 집값 인상 책임을 주택 소유자에게 묻는 형국이다. 주택은 삶의 가장 필수적인 기본 재산이며 동시에 특정 장소에 뿌리내리고 살려는 행복추구권의 대상이다. 언뜻 아파트 소유자를 죄악세, 악행세 대상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닌지 염려된다.

주택에 대한 재산세의 과세는 거주하는 지역의 행정 서비스 제공에 대한 수익자 비용 부담이 기본적 원칙이다. 거주환경 수준, 해당 지역의 행정 서비스 과소에 따른 세금 부담에 차별을 두되, 기본적으로는 모든 사람이 함께 부담하는 보편성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

정부는 최근 주택의 과세 근거가 되는 공시가격을 15억원 이상 주택은 2025년까지, 9억원 이상 주택은 2027년까지, 6억원 이하 주택은 2030년까지 시가의 90% 수준으로 인상한다고 확정했다.

정상적이라면 과세 저변을 확대할 경우 세율을 인하하는 게 원칙이다. 현재도 고가 주택은 높은 누진세율을 적용해 많은 세금을 걷는데 여기에 추가해 공시가격 인상으로 과세표준을 대폭 확장하면 이중, 삼중으로 과세하게 된다. 재산세금을 낼 형편이 안 되는 퇴직자, 고령자 등은 살던 집을 팔고 다른 지역으로 이사 가라는 잔인한 강요와 다름없다.

아울러 주택의 가격대별 공시가격을 행정부처가 임의 재량으로 설정하는 것은 헌법상 조세법률주의와 과잉금지 원칙에 상충될 수 있다. 균형을 상실한 극단적인 고율의 재산세금 과세는 거주의 자유, 행복추구권 등 기본권에 충돌될 소지도 있다.

세금은 한 번 도입되면 각종 부작용이 발생하더라도 원위치로 되돌리기 어렵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외국의 사례를 보면 극단적인 주택세금은 장기적으로 공급 부족 등 많은 부작용을 발생시켰다.

윤영선 법무법인 광장 고문·전 관세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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