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헤럴드광장] 실손의료보험, 근본부터 다시 검토해야
김창기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실손의료보험이란 질병, 상해로 입원하거나 통원치료를 받은 가입자가 실제 부담한 의료비를 보장한도 내에서 보상하는 상품으로, 국민건강보험에서 보장하지 않는 의료비를 보상한다. 사업 주체는 민영 보험사다. 공보험인 국민건강보험과 보장범위가 연계되어있는 구조로, 국민건강보험의 보완형 보험이라고 할 수 있다. 상품의 인기가 높아서 2020년까지 누적 가입자수가 약 3800만명에 달한다.

보험사들은 높은 손해율 때문에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기존 120% 수준의 높은 손해율이 지난해 말에는 133.9%까지 상승했다. 손실액도 눈덩이처럼 커져 수년간 1조원대에 머물던 손실액이 지난해에는 2조8000억원까지 치솟아 보험사 실적 부진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실정이다.

보험업계에서는 그 주된 원인을 가입자들의 도덕적 해이에 기인한 잦은 병의원 이용과 의료진이 개입된 비급여 과잉진료를 꼽고 있다. 계약자 도덕적 해이에 대해서 정확한 데이터 기반의 연구 분석 등이 충분히 이루어져 있지는 않다. 근거없는 추측성 주장일 수도 있다. 의료계도 이 주장에 대해 부당한 부분이 있다고 항변하고 있으므로 혹시 모를 억울한 면이 있다면 해소해야 할 것이다.

보험 상품 개발과 제도 시행 시 도덕적 해이, 역선택, 보험사기 등 여러 요소들을 충분히 고려하여 이를 미연에 방지하는 상품을 내놓는 것은 보험사의 책임이다. 사후에 보완책을 찾고 외부에 책임을 돌리는 것은 프로답지 못하다. 부뚜막의 생선을 고양이가 물어갔다고 고양이 탓을 할 수는 없다. 보험업계와 학계는 우선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도덕적 해이가 정말 존재하는지 그리고 만약 존재한다면 도덕적 해이의 주된 동인, 유형, 트렌드 등을 면밀히 실증 분석할 필요가 있다. 이를 기반으로 방지책을 고려한 전면적 상품구조 개선과 제도개선이 마련되어야 한다.

정부에서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일부 계약자들의 과다 의료이용으로 인한 실손의료보험의 손해율을 개선하고자 자기부담률 상향, 보험료 차등제 등을 고려한 새로운 실손 상품을 내년에 출시하는 새 대책을 내놓았다. 이 제안은 기존의 3800만 가입자에게는 적용되지 않고 새로운 가입자에게만 적용되는 방안이다. 이를 통해 도덕적 해이가 충분히 해결되리라고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지금부터라도 정확한 자료 분석을 기반으로 실손의료보험의 제도, 보험료 수준, 보험금 지급 등에 대한 철저한 연구가 필요하다. 이를 기반으로 도덕적 해이, 역선택, 보험사기 등을 방지하는 상품과 제도를 마련하고 동시에 정확한 손해율을 반영하여 대수의 법칙과 수지상등의 원칙 등 보험원리에 따라 정확한 보험료를 계산해야 한다.

감독당국은 선량한 다수의 계약자 보호를 위해 소수의 도덕적 해이로 인한 보험료 인상 요인을 방지해야 하며, 정부는 차제에 비급여 의료 관리 방안을 포함한 구체적이고 전반적인 안을 마련해야 한다. 조그만 제도 개선으로 해결될 문제가 결코 아니다.

실손의료보험은 보험사의 수익을 저해하지 않는 상품이어야 한다. 동시에 국민의 의료복지를 향상시키는 중요한 제도로 자리 잡아야 한다. 정부 당국과 민영보험회사들은 같이 지혜를 모아서 보다 근본적이고 전반적인 개선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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