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속으로] 사람을 향하는 기술, 세상을 바꾸는 교육

“개가 말을 하게 할 수는 없을까?” 안내견의 도움을 받으며 가고 있는 시각장애인을 보며 여자 주인공이 혼잣말처럼 중얼거리자 동료 개발자는 “그건 개발자의 능력을 벗어난 신의 영역이지”라고 한다. 그러자 남자 주인공이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어? 너는 천재야. 우리가 한 번 해보자”라며 모바일폰에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이미지 인식기술을 입혀 시각장애인을 돕는 ‘눈길’ 서비스를 만들어 가는 과정을 그리는 드라마 ‘스타트업’의 한 부분이다. 점점 시력을 잃어가는 할머니를 보면서 AI 기술이 도울 방법이 없을지 고민하다가 만든 애플리케이션이 우승을 하게 된다는 내용인데, 기술이 사람을 향하면 어떤 기적을 만들 수 있을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최근에 필자가 근무하는 대학에서도 비슷한 행사가 있었다. ‘아이디어 옥션마켓’이라는 이름으로 학생들의 졸업연구작품전시회를 열었다. 26회째를 맞은 올해 코로나19 영향으로 온라인으로 개최했는데 ‘화재진압과 인명구조를 위한 소방 드론’ ‘눈동자의 움직임으로 작동하는 전동 휠체어’ 등 158개의 산·학 지역사회 연계작품, 다학제 융합작품이 출품됐고, 무려 7600여명이 방문해 성황리에 전시회를 마쳤다. 코로나19의 언텍트 상황인데도 산업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학생들의 열정은 그 어느 때보다도 뜨거웠고, 그 노력과 결실은 산업 현장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우리 대학이 추구하는 인재상은 ‘다담형 인재’다. ‘다산’ 정약용과 ‘담헌’ 홍대용의 실학사상에서 따온 다담형 인재란, 기본 가치를 인간에 두고 창의적 사고와 도전정신으로 실제적 문제를 기술적 활용을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실사구시’의 철학을 실천하는 인재를 말한다. 이번 온라인 졸업연구작품전시회는 역경 속에서 오히려 더욱 빛을 발하는 대학의 다담형 인재상을 널리 드높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천안 병천에 소재한 우리 대학에서 2.5km 거리에 담헌 홍대용의 생가와 묘소가 있다. 그는 한양에서 북경까지 1900km의 연행길을 걸었다. 1766년 북경에 도착한 홍대용은 천주당에서 서양 천문기기를 경험하고, 처음 본 파이프오르간에 매혹돼 직접 연주하기도 했다. 유리창(琉璃廠) 또한 그를 사로잡은 곳이다. 유리창은 본래 유리 기와와 벽돌을 만드는 공장이었는데, 당시에는 서적과 비판(碑版), 제기와 골동품 등을 파는 시장이었다.

그런데 그의 고백처럼 마치 페르시아의 보물시장같이 찬란하고 황홀한 유리창에서 홍대용은 중국이 발전하지 못하는 이유를 찾는다. 홍대용이 보기에 유리창에는 일반 백성의 ‘양생송사(養生送死)’에 필요한 것들이 없었던 것이다. 양생(養生)과 송사(送死)란, 삶을 기르고 죽음을 보내는 인간 삶의 기본적인 양식이다. 양생송사의 기술들은 생명을 지속시키고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다.

우리 대학은 지난 30년 동안 사실에 토대를 두어 진리를 탐구하는 ‘실사구시(實事求是)’를 대학의 교육이념으로 삼고, 쓰는 것을 편리하게 하며 삶을 두텁게 하는 ‘이용후생(利用厚生)’의 실천 지향적인 기술공학을 그 내용으로 삼아 교육하고 있다. 담헌의 양생송사의 기술이지만 현대적 의미로 본다면 사람을 향하는 기술로 풀이될 수 있을 것이다.

오늘도 학교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몇몇 동료와 함께 둘레길을 걷는다. 우리 대학의 명물 스마트러닝 팩토리를 지나 학생기숙사를 거쳐 최근 조성된 연구·개발(R&D) 돔(Dome)을 지나고 있다. 야트막한 산에 자연적으로 난 둘레길은 떨어져 쌓인 리기다소나무 잎이 자연스레 길을 이뤄 제법 운치 있다. 둘레길 폭이 넓은 곳마다 쉴 만한 벤치가 있어 먼 산을 바라보기에 좋고, 누가 꾸몄는지 모를 작은 화단은 절로 미소 짓게 한다. 그 길은 ‘사람을 향하는 기술’을 연마하는 과정이며, 그 길은 또 ‘세상을 바꾸는 교육’을 심화하는 도정일 터이다.

이성기 한국기술교육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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