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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시사] 중국의 연말 정상회의 여론전 관전법

해마다 11월이면 다양한 국제 협력 이슈를 논의하는 복수 간 정상회의가 열렸다. 대부분의 국가 정상은 거의 한 달을 해외순방에 할애해야 할 정도로 정상회의 일정이 많았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올해는 비대면 화상 정상회의가 열렸다.

아·태 지역 첫 복수 간 정상회의는 11월 14~15일 개최된 ‘제15차 동아시아 정상회의(EAS)’였다. 이어 19~20일에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21~22일에는 세계 주요국(G20) 정상회의가 열렸다.

코로나19 공동 대응과 국제 협력은 모든 국제회의의 공통적인 주제가 됐다.

특히 코로나 발생국이면서 부실한 초기 대응으로 국제적 비난에 직면했던 중국은 코로나19 방역 국제 협력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집권 기간 국제적으로 소외돼가던 중국은 올해 정상회의를 수세에서 공세로 본격 전환하는 계기로 삼은 듯하다.

2015년을 전후해 미국이 동아시아 정상회의에 참여하고 있지만 아세안 정상회의가 주요 이벤트이고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와 동아시아 정상회의는 부대행사 쯤으로 미국은 파악하고 있을 수 있다. 지난해 정상회의와 마찬가지로 올해에도 트럼프 대통령 대신 국가안보보좌관이 참여했다. 동아시아 정상회의가 열리던 날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정상회의가 별도로 개최돼 인도를 제외한 15개 국가가 RCEP 협정을 서명했다.

올해 APEC 정상회의와 G20 정상회의에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참여했다. 아직 인정하고 있지 않지만 대선 패배로 힘이 빠진 트럼프 대통령보다는 시 주석이 자국의 ‘쌍순환 전략’, 일대일로(OBOR) 전략 정책을 홍보하는 데 역점을 뒀다.

시 주석은 APEC 정상회의 연설에서 ‘빚함정’으로 비판받고 있는 일대일로 전략을 고품질 국제 협력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참가국들과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쌍순환 역시 국제적 우려가 없도록 운영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또한 시 주석은 APEC 정상회의에서 2017년 미국이 탈퇴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일본이 수정해 발효시킨 포괄적·점진적 TPP(CPTPP) 가입을 적극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일부 언론은 중국의 CPTPP 가입에 대응하기 위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도 CPTPP에 복귀할 수 있다는 전망을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CPTPP 신규 가입국은 현재의 CPTPP 규범을 그대로 수용해야 하고, 모든 회원국이 찬성해야 한다. 중국이 현재의 중국공산당 국가지배 체제를 민주적인 방식으로 바꾸지 않는 한,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구체화시킨 국영기업, 데이터, 정부조달, 경쟁 정책 등 까다로운 규범을 충족시키기 어렵다. 이것을 모를 리 없는 중국이 CPTPP 가입을 언급한 것은 다분히 미국 신행정부의 통상 정책 형성에 영향을 줘 트럼프식 대중국 강경 정책을 변경하도록 하기 위한 여론전일 것이다. 그동안 미 대선에 대해 침묵하던 중 시 주석은 바이든이 승리를 선언한 지 18일이 지난 25일 축하를 전했다.

21일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시 주석은 ‘함께 코로나19를 이기고 더 나은 미래를 창조하자’는 주제로 연설했다. 중국이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다양한 국제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켰고, 트럼프 행정부하의 미국이 교란시킨 국제통상질서를 바로 세워야 하며, 경제성장 역량 회복을 위해 디지털경제를 발전시킬 것을 제안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렇다 할 주목을 받지 못했고, 정상회의 도중에 므누신 재무장관을 대신 참석하게 하고 버지니아 소재 자신의 골프장으로 직행했다.

올해 중국의 국제적 여론전은 과거 어느 때보다 적극적이지만 큰 효과를 보기는 어려울 듯하다. 중국이 바뀌지 않는 한, 현재의 국제통상질서는 유지되기 어렵다는 점을 세계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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