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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산四色] 나머지를 줄이는 습관

‘이 액자를 어떻게 버리지?’ 가장 간단한 방법은 2000원짜리 스티커 한 장 붙여 내놓는 방법이다. 하지만 직접 처리하기는 쉽지 않다. 먼저 액자 뒤 철심걸이 연결너트를 뽑는다. 유리는 망치로 잘게 부숴 아파트단지 유리모음 마대에 넣는다. 사각형 테두리와 MDF로 된 뒤판은 톱으로 잘게 썰어 종량제봉투에 넣는다. 쉬워 보이는 스프링노트도 무척 까다롭다. 스프링을 일일이 코가 긴 니퍼펜치로 벌려 플라스틱 겉표지와 종이를 분리하고 철제 스프링도 따로 버려야 한다. 한 권이면 몰라도 여러 권이면 상당한 인내력이 요구된다.

요즘 정신이 온통 ‘나머지’에 쏠려 있다. 가령 이런 식이다. 육개장 건더기를 건져 먹으면서 ‘이 국물은 어디로 가지?’, 미용실에서 염색을 하고 머리를 감으면서 ‘이 독한 염색약 찌꺼기는 아무 처리 없이 흘려보내도 되나?’, 출근길 마스크를 쓸 때도 마찬가지다. ‘마스크 포장지는 온갖 과자봉지, 비닐과 섞여 수거되는데 어떻게 재활용 될까?’

배달음식 문화가 정착하면서 플라스틱 용기가 엄청나게 늘었다. 기름기 있는 배달음식은 먹으면서부터 후회가 시작된다. 먼저 ‘국물을 어떻게 해야 하나’. 기름기를 걷어내고 맑은 국물만 버리고 싶어도 방법이 없다. 한지나 거름종이로 걸러내고 싶지만 마음으로만 머뭇머뭇거릴 뿐 대부분은 생활오수로 버려진다. 플라스틱 용기에 묻은 기름을 키친타올이나 휴지로 닦아내고, 세제로 씻어보지만 만족스럽지가 않다. 깔끔하게 처리하기엔 시간도, 품도 많이 든다. 이런 상황을 마주하면서 극단적인 생각이 든다. ‘전통도 좋지만 환경을 위해 국물음식을 최소화해야 하지 않을까. 국물을 흡수해 고체형태로 버릴 수 있게 밀가루나 톱밥 형태의 흡수제를 만들 방법은 없을까’.

매주 화요일 분리수거를 하다 보면 깔끔하게 처리한 플라스틱은 찾아보기 어렵다. 먹는 샘물 페트병, 막걸릿 병, 요구르트병 등에 붙은 필름을 떼어내고 분리수거하라고 돼 있는데 실천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한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량은 하루평균 848t이라고 한다. 전년 같은 기간 733.7t에 비해 15.6%나 증가했다. 두 번 손이 가지 않고 100% 재활용이 될 수 있게 배출하는 플라스틱은 몇 %나 될까. 약 50% 수준만 재활용에 쓰이고 나머지 일부는 시멘트 소성로 연료나 고형 연료로 사용된다고 한다.

기댈 것은 나머지를 최소화하는 습관뿐이다. 유치원 때부터 재활용에 대한 습관이 몸에 배여야 한다. 살아가는 것 자체가 태어나면서부터 습관 들이는 것인지 모른다. 아기가 태어나면 바로 엉덩이를 찰싹 때려 숨을 쉬어야 함을 알려주는 것처럼 숨 쉬는 것도 살기 위한 습관이라면, 재활용을 위한 노력도 모두가 살기 위한 습관이 돼야 한다. 우리가 언어를 무의식적으로 자유롭게 구사하는 것도 습관에 의한 것이다. 걷기, 먹기, 물건들기 등 우리의 무심한 행동 하나하나는 모두 반복과 학습을 통해 습관으로 바뀐 것이다. 감정의 표현마저도 순수하게 자연발생적인 것이 아니다. 우리는 적절한 순간에 울고 웃는 것도 배워야 상황에 맞게 자신의 감정을 표출할 수 있다. 나라마다 미소의 의미가 다른 것은 그것이 자연적이지 않다는 방증이다. 습관이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

대형 마트에 가서 가족과 먹을거리를 종량제봉투에 담아오는 나를 발견하고는 깜짝 놀랐다. 먹기도 전에 버릴 것을 전제로 한 행위가 섬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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