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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 항공산업, 위원회 체제로…산업은행에 달렸다

애매할 때는 위원회다. 독단을 피해 합의체에 결정권을 넘기는 방식이다. 독립성, 전문성, 합리성, 투명성 등의 수식어가 따른다. 동시에 거수기, 낙하산, 요식행위, 밀실 등의 평가도 자주 등장한다.

위원회에서는 위원 선임권이 핵심이다. 선임권을 특정기관이나 세력이 독점하면 거수기가 된다. 선임권이 너무 분산되면 합의를 이루기 어렵다. 결국 위원회는 지배구조로 귀결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합친 통합 항공사의 지주회사인 한진칼이 사실상 위원회 경영 체제로 전환될 예정이어서다. 산업은행은 한진칼 내에 윤리위원회, 경영평가위원회, 의결권행사위원회 등을 설치할 예정이다. 한진칼 이사회 내에는 이미 거버넌스위원회와 보상위원회, 감사위원회의 소위원회가 있다. 무려 7개의 위원회가 한진칼 경영에 참여하는 셈이다.

단일 기업으로 경영참여 외부 인원도 국내 최대다. 한진칼 이사회는 현재 사외이사 8명이다. 산은은 3명을 추가로 선임하면 11명이 된다. 국내 최대기업인 삼성전자가 6명, 국내 최대 금융회사인 신한지주 10명 보다 많아. 신설될 3개 위원회까지 감안하면 한진칼 경영에 참여하는 외부 인사는 20명을 넘게 된다. 한진칼 사내이사까지 합친 경영 참여 ‘위원’ 선임권은 조원태 회장이 11명, 산은이 그 이상이다.

산은이 구성할 3개 위원회의 위원선임권이 중요하다. 한진칼 주주 대표자로 구성할 수도 있겠지만, 경영권 분쟁 재발 가능성을 감안하면 가능성은 낮다. 산은이 채권단이나 그 대리인을 중심으로 구성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조원태 회장의 담보를 잡은 것도, 의결권 행사의 최종결정권자도 산은이다. 3개 위원회는 산은이 경영에 보이지 않게 간여하기 위한 ‘합리적 도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동걸 회장은 취임 후 일단 해당업종 전문기업에 3자 배정 증자로 경영권을 넘긴 후 기업가치를 회복해 산은 등의 투입자금을 회수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대우건설과 KDB생명은 매각이 결렬됐다. 대우조선해양은 유럽연합(EU)의 기업결합 지연 등으로 현대중공업의 인수가 진행되지 못해 여전히 산은이 대주주다. 중국 더블스타에 넘긴 금호타이어는 실적 부진으로 다시 자본잠식에 들어갔다.

산은과 한진칼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통합만 하면 구조조정 없이도 충분히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주장한다. HDC현대산업개발과의 협상 결렬 과정을 감안하면 이번 통합 안이 검토된 지는 길어야 두어 달이었을 것이다. 치밀한 통합 전략은 아직 채 만들어지지 않다고 봐야 한다. 통합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해도, 통합 자체가 성공을 담보하지는 않는다.

부실기업 처리가 국책은행 전담이 된 지 꽤 오래다. 국책은행이 부실기업을 잘못 처리하면 다시 국책은행이 더 큰 부담을 지며 떠안아야 한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사례도 있다. 산은 회장은 정권과 운명을 같이 해왔다. 이동걸 회장의 임기 전 새 정부가 들어선다. 특혜 논란과 독점 우려에 정교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는 이유다. 아무리 최고권력자의 신임을 얻고 있다고 해도 독단은 제거돼야 한다. 거수기가 아닌 진정한 합의체가 중요하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한 비상계획 수립도 중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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