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헤럴드비즈] 경제정책과 여론

‘여론조사로 경제정책을 결정한다면 어떨까’라는 상상을 해보곤 한다. ‘국민 다수의 의견에 따라 사회가 나갈 방향을 결정한다’는 민주주의의 기본원리를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집단지성을 활용한다는 최근 유행에 비춰봐도 한 번 시도해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여기에는 충분하고 정확한 정보가 제공된 상태에서 충분한 토론을 거친 이후에 여론이 형성돼야 한다는 전제가 붙는다. 충분한 훈련과 경험을 거치지 않은 일반 대중이 경제정책의 영향을 거칠게나마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경제정책 결정을 여론에 따른다는 ‘발칙한 상상’은 그야말로 상상에 그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근래 여론에 따라 중요한 경제정책이 근본적으로 바뀌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있어 우려를 자아내고 있는데, 특히 주식시장과 관련된 정책이 그러하다. 독자의 기억을 돕기 위해 시간의 역순으로 살펴보면 먼저 주식양도차익 과세 대상이 되는 대주주 요건의 완화를 둘러싼 논란이다. 세금에 대한 일반국민의 부정적 인식과 대주주라는 잘못된 명칭이 주는 편향된 인식에 편승해 주식가격에 조금이라도 부정적이면 무조건 반대하는 데 앞장서고 있는 일부의 억지에 가까운 주장에 떠밀려 오랜 토론과 합의를 거쳐 이미 3년 전부터 예고됐던 정책의 실행이 좌절됐다. 지난 9월 발표됐던 공매도 금지 연장도 여론에 떠밀려 정책이 결정된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공매도 금지는 연초 코로나19의 습격으로 극심한 혼란에 빠진 주식시장에 투여된 진정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공매도 금지 조치가 주식시장을 진정시키기보다 심리적인 위약 효과라도 있을 것으로 기대해 궁여지책으로 취한 방책이라는 것이 오랫동안 지켜보고 있는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사정이 이런데도 애초 6개월을 시한으로 도입된 공매도 금지 조치가, 주식시장이 코로나19로 인한 충격을 완전히 극복한 시점에서 이해하기 힘든 설명과 함께 6개월 추가 연장됐다. 그 과정에서 공매도로 인해 자신이 보유한 주식의 가격이 하락해 피해를 보고 있다고 굳게 믿는 일부 투자자가 공매도 금지 연장을 압박하는 여론몰이를 주도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비록 경제정책이라고 하더라도 경제논리만을 고집해 최종 결정을 내릴 수는 없고 정책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일반대중의 반응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적어도 경제 문제와 같이 사실 파악과 미래 예측을 위해 상당한 정도의 훈련과 경험이 요구되는 영역에서는 전문가 의견이 존중돼야 한다.

매우 우려스러운 일은 최근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경제정책의 방향을 결정하기 위한 논의 과정에서 국민경제 전체의 이익이 아니라 자신의 이익을 관철할 목적으로 움직이는 일부 목소리 큰 집단의 주장이 관철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일이 여기까지 이른 데는 전문가집단의 불친절과 오만이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한 것이 사실이다. 전문가에 대한 불신과 거부는 우리 사회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민주주의의 모범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던 미국에서도 허상이 명백하게 드러났는데도 트럼프와 같은 아웃사이더에 대한 열광이 가라앉지 않는, 이해하기 어려운 사태가 계속되고 있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책임 없는 이익집단의 주장에 휘둘리면 안 된다고 훈계하는 것이 전문가가 취할 태도가 아닐 것임은 분명하다. 이미 복잡하게 엉켜버린 매듭을 푸는 것이 쉬운 일은 분명 아니지만 국민이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집단이 국민의 신뢰를 받는 전문가의 진단과 처방을 존중해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선순환구조를 구축하는 데서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전문가들이 국민을 설득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문제해결의 출발점이 돼야 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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