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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변창흠 국토부 장관내정자, 주택공급에 유능함 보여야

4명의 장관을 바꾼 12·4 개각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국토건설부 장관에 변창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을 지명했다는 것이다. 변 사장은 대학에서 경제학·도시계획학·행정학을 두루 섭렵하고, 대학 강단(세종대 교수)에 선 후 서울주택도시공사(SH)와 LH 사장을 지낸, 이론과 실제를 겸비한 인물이다. 주택 문제에 관한 한 국내 최고의 전문가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SH와 LH 사장 재임 중에는 도시재생, 지역균형발전 등에서 강한 추진력을 보였다.

부동산정책의 사령탑에 이념에 휘둘리는 정치인이 아닌 전문가형 장관이 내정됐는데도 시장은 벌써 불안한 시선을 보낸다. 변 내정자는 문재인 정부 부동산정책 설계자인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서울시정개발연구원에서 한솥밥을 먹었고 세종대 교수도 함께했다. 둘은 진보 진영에서 같이 활동했다. 주택과 토지의 공공성을 강조하고 세제와 금융정책으로 부동산 투기세력에 철퇴를 가해야 한다는 철학도 공유한다. 이런 연유로 야당은 변 내정자를 ‘김수현의 아바타’ ‘김현미 시즌2’로 몰아붙이고 있다.

야권의 공세가 아니더라도 변 내정자는 선한 의도의 부동산정책이 가져온 처참한 실패를 목도했을 것이다. 투기세력을 척결해 1가구1주택을 보편화하고, 세입자들은 임대료와 임대 기간 걱정 없이 살도록 주거권을 보장하며, 사회취약계층에는 공공임대주택으로 주거복지를 실현한다며 24번의 부동산대책을 내놨지만 현실에서는 작동하지 않았다. 오히려 집값과 전·월셋값이 다락같이 올라 무주택서민의 박탈감만 높였고 2030은 ‘이생집망(이번 생에서 집 사기는 망했다)’을 소리쳤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 근저에는 살고 싶은 곳에 공급이 부족한 점이 자리 잡고 있다. 많은 사람이 아이들 학교가 가깝고 출퇴근이 편리한 곳에서 살길 원한다. 이런 수요에 응답하지 못하면 어느 정권이라도 부동산 문제를 풀지 못한다. ‘준강남’으로 꼽히는 과천에 새 아파트 입주물량이 쏟아지면서 지난달 전셋값이 수도권 전체에서 유일하게 하락한 게 공급의 힘을 말해준다. 다행히 변 내정자는 “지금 아니면 집을 못 산다는 막연한 불안감을 갖지 않도록 주택시장에 확실한 공급 신호를 주겠다”고 밝혔다. 이 말에 힘이 실리려면 도심 공급의 젖줄인 재건축·재개발 아파트 활용 문제의 매듭을 풀어야 한다. 단기적으로 집값 급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시장이 수긍할만한 수익 환수장치를 마련하고 이 기금을 공공주택에 재투자하는 선순환을 만든다면 도심 공급의 혈맥을 뚫을 수 있을 것이다. 전문가형 장관의 유능함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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