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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 코로나 시대 스포츠의 진화

코로나 때문에 스포츠도 잔뜩 움츠러들었다. 대회 일정을 미루거나 취소하는가 하면, 무관중 경기로 활로를 찾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에 없던 새로운 시도가 곁들여지며 일부에서는 진보라고 할 만한 특이 상황도 일어나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

11월 말부터 열리고 있는 ‘코리아 당구 그랑프리’는 코로나 시대에 기회된 새로운 당구대회다. 코로나로 인해 올 한 해 개점휴업 상태였던 선수들의 어려움을 해소한다는 명분도 있었지만 프로야구, 프로축구 시즌이 끝나고 겨울철 콘텐츠를 확보해야 하는 방송사의 니즈에 적극적으로 부응해 나온 대회여서인지 몇 가지 눈에 띄는 시청자 친화적 시도를 했다. 특히 이 대회에서 열리는 여러 종목 중 처음 시도된 ‘슛아웃 더블 스카치’ 부문이 대표적 사례다. 명칭조차 난해한데 더블 스카치는 골프에서처럼 한 팀끼리 번갈아서 치는 복식을 뜻하고, 슛아웃은 총 쏘듯 빨리 공격한다는 의미로, 1990년 다른 당구 종목인 스누커에서 유래했다. 이 종목은 몇 점이 되든 20분으로 경기시간을 고정하고, 공격 제한시간을 통상 40초에서 10~20초로 대폭 단축하는 파격적인 실험을 했다. 이를 생중계 경기로 편성했으니 실험이란 표현이 과한 게 아니다.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관계자들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큰 반향이 일었다. 시청자들은 “이렇게 박진감 넘치고 흥분되는 당구 경기는 처음” “타 단체인 PBA(프로당구협회)에서도 따라하겠다” 등의 폭발적 반응을 보였다.

20분으로 경기시간을 끊은 건 15분 안팎의 숏폼 콘텐츠를 즐기는 MZ세대를 끌어들일 맞춤공략이었다. 공격 제한시간을 절반 이상 줄여 20초, 심지어 후반부에는 15초, 10초로 제한한 것도 지루한 것을 싫어하는 시청자를 붙든 것으로 풀이된다.

기존 일반적인 당구 경기는 선수가 40초를 다 채우도록 장고를 하면 시청자도 덩달아 기다려야 했다. 그 사이 관습적으로 리플레이 장면이 한 번 심지어 두세 번도 나오지만 기막힌 명장면이 아닌 다음에야 지겹기 일쑤였다. 실은 직접 당구를 즐기는 사람들은 ‘속사’에 익숙해져 있다. 대대 클럽이 아닌 동네 클럽에서는 공이 멈추면 척 보고 ‘탁’ 치는 식으로 인터벌이 짧고, 그게 매너처럼 돼 있다. 그런 면에서 프레데리크 쿠드롱, 조재호 등 국내외 대표적인 속사수들이 인기가 높다는 건 놀라운 사실도 아니다. 이 템포를 방송 경기가 맞춰주니 호응도 높아진 것이다.

공격시간이 짧으니 경기력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는 기우였다. 이 부문 준우승을 차지한 허정한-강인원 팀은 20연속득점이란 세계타이기록을 세웠고, 한국랭킹 2위 이충복은 황봉주와 짝을 이뤄 며칠 뒤 이를 경신한 23점을 기록해 당구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속사’에 단단히 재미를 본 대회사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이미 발표된 대회 요강을 뒤집고 22일 시작하는 3쿠션 개인전 룰을 급변경해 공격 제한시간 20초 룰을 적용했다. 전에 본 적 없는 빠른 변화다.

코로나 시대에는 새로운 변화가 생기는 게 아니라 이미 서서히 벌어지고 있던 트렌드를 엄청나게 가속화하는 것이라는 이론이 최근 제기됐다. 당구계를 양분하는 PBA라는 막강 라이벌의 출현, 용품시장의 급성장에 팬데믹의 초가속 환경이 더해지며 새로운 콘텐츠는 꿈틀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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