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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태형의 현장에서] 라임 제재 해 넘기고 공매도 폐지 외면

2020년 증시는 개인투자자들의 한 해였다. ‘동학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은 3월 중순 지수 대폭락을 전후로 외국인의 매도물량을 받으면서 지수를 지탱했고, 나아가 지수상승까지 이끌며 코스피지수의 역대 최고치 경신까지 이끌어냈다. 대형 기업공개(IPO)가 잇따르면서 고객예탁금, 신용잔고 등 증시 주변자금도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올해 경제 분야에서 유일하게 활기를 띤 곳이 증권시장’이라는 말이 여의도 금융투자업계에서 나오는 이유다.

동학개미의 참전(?)으로 뜨거웠던 올해 증시는 그만큼 이슈도 많았다. 라임·옵티머스를 비롯한 사모펀드 사태와 연초 지수가 급락하면서 성행했던 공매도는 올해 개인투자자 사이에서도 최대의 화두로 꼽혔다.

개인투자자들은 이 사안들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외국인이나 기관투자자보다 투자심리에 민감한 개인투자자들이 단체행동에 나선 건 결국 금융 당국이 제몫의 역할을 해 시장의 신뢰가 회복되길 기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국의 반응은 끝내 미온적이었다. 금융 당국은 사모펀드 불완전 판매에 대한 제재심을 내년 1분기 내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라임 판매 증권사에 대한 기관, 대표이사(CEO) 징계도 내년으로 미뤘다. 지난해부터 불거진 라임 사태는 결국 해가 다시 한 번 바뀌는 형국이 됐다.

더 나아가 당국은 옵티머스 펀드를 주로 판매한 증권사에 대해서도 내년 2월에 제재심을 열기로 했다. 당국은 통상 펀드 손해액이 확정돼야 분쟁조정이 진행되던 것을 손해액 확정 전에도 관련 금융사로부터 사전 동의를 받아 신속한 분쟁조정을 추진한다는 계획이지만 지지부진한 처리에 피해자들의 속은 타들어만 간다.

결국 올해 내내 이어졌던 투자자단체의 집회는 이제 해를 넘겨 2021년에도 이어지게 됐다.

금융 당국이 20일 발표한 공매도 대책 또한 개인투자자들의 불만을 증폭시키며 여전히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당국은 투자자단체가 줄기차게 요구해온 공매도 폐지를 애써 외면했다. 기관과 외국인을 위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공매도시장에서 개인의 참여 기회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기로 했지만 개인투자자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현 수준의 대책만으로는 주가 하락의 피해가 대다수 개인투자자에게 전가되는 상황을 개선하지 못할 것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현안인 두 사안에 대해 금융 당국이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면 투심은 언제든 시장을 떠날 수 있다는 점을 당국은 기억해야 한다. 코로나19 시국에 연말이라는 이유로 시장의 신뢰회복 기회를 내년으로 미뤘고, 내년 그 시점이 됐을 때 또다시 제재 논의와 제도 개선이 지연될 것이란 자조 섞인 반응마저 나오는 실정이다. 이대로라면 당국 발표에 일말의 기대를 걸고 올곧이 시장을 지켜온 투자자들의 신뢰는 회복 불가능한 상태로 떨어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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