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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팀장시각] 굿바이 빚, 굿바이 집

“갚을 능력이 돼도 빌리지 못한다.”

신한은행에선 남은 올 한 해 사실상 더는 대출받기가 어렵게 됐다. KB국민은행은 연말까지 2000만원을 넘는 모든 신규 가계신용대출을 막는다. 은행권의 대출 조이기가 이달 들어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앞서 금융감독원이 은행들에 12월까지 월 평균 신용대출 증가액을 2조원대로 관리하라고 권고했기 때문이다.

대출 규제는 부동산 값을 잡기 위해 나온 것이라 해도 무방하다. 시작은 12·16 대책이었다. 서울에서 강남3구뿐 아니라 마·용·성(마포구·용산구·성동구)의 중형 아파트가 15억원을 넘보자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서울에서 KB국민은행 시세가 15억원이 넘는 아파트의 주택담보대출을 아예 막았다.

그런데도 고가 아파트값은 잡히지 않았다. 고소득 전문직에겐 주담보대출보다 더 낮은 금리로 수억원 신용대출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대기업 인근 은행 영업점은 부동산 대책이 하루나 이틀 전 예고될 때마다 창구에 미리 대출을 받아놓으려는 이들로 북적였다고 할 정도니 대책은 사실상 무용했다. 이후 1년간 집값은 전국을 돌아다니며 뛰었다. 끝없이 규제지역을 지정하면서 주담보대출을 묶었는데도 서울과 수도권뿐 아니라 울산·창원·대구·천안·대전에서도 중형 아파트 10억원 단지가 눈에 띈다.

급기야 지난달 30일부터 금융위원회는 신용대출 규제안을 내놓았다. 연소득 8000만원이 넘으면 1억원을 초과하는 신용대출을 받을 시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한도를 40%로 규제하고, 신용대출로 1억원이 넘게 돈을 빌린 후 규제지역에서 집을 사면 즉시 빌린 돈을 회수하도록 했다. 겉으론 대출 규제지만 실은 부동산 규제책인 셈이다. 대출을 끌어모아 주택을 매수하는 ‘영끌(영혼을 끌어모을 정도로 대출을 끌어쓴다)’ 금지령과 다름없다.

시장에선 주담보대출에 이은 신용대출 규제가 소득은 높으나 자산이 적은 이들의 ‘대출 사다리’마저 끓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신용대출 1억원이 아니더라도 사내복지기금 등을 통해 자금을 구할 수 있는 대기업 직장이나 고소득 전문직이 아닌 이상 신용대출까지 끌어쓰지 않으면 내 집 마련이 사실상 불가능한 이들이 더욱 어렵게 됐다.

게다가 지난 17일에는 또다시 전국의 36곳을 조정대상지역으로, 1곳을 투기과열지구로 무더기로 지정하면서 사실상 전국에서 산간벽지 정도를 제외하곤 집을 살 때 주담보대출을 받기 어렵게 했다. 월급만 모아 내 집 마련에 나서란 이야기다.

그러나 지금은 월급을 모아 내 집 마련하기 가장 어려운 때다. 가장 최근 통계인 올 9월 통계청 기준 서울에서 중간소득(5분위 가운데 3분위) 가구가 월급을 한푼도 쓰지 않고 모아 서울에서 중간값(3분위)의 주택을 구매하는 데 드는 기간은 15.6년으로, 2008년 말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래 가장 길다.

사실상 제로금리 시대에 돈의 가치는 그 어떤 자산보다도 낮아졌다. 월급보다 집값이 더 빨리 오르는 게 우리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갚을 능력이 있어도 돈을 빌리지도 못하는 건 우리뿐이다. ‘하루라도 빨리 살 걸’ 하는 후회를 만들고 ‘패닉바잉’을 조성하는 건 국민 탓이 아님을 알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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