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이란 억류 선박 조기해결에 외교역량 총동원해야

이란 혁명수비대의 느닷없는 한국 국적 선박 한국케미호 나포 소식은 많은 의문을 던진다.

한국인 5명을 포함해 모두 20명이 탑승한 이 배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동부 주바일항에서 메탄올 등을 싣고 지난 3일 출발해 아랍에미리트로 가는 중이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반복적으로 환경 규제를 어긴 한국 선박을 페르시아만에서 해양환경법 위반 혐의로 나포했다”고 지난 4일 발표했다.

일단 외교부는 주한이란대사를 통해 강한 유감을 전달한 뒤 “억류된 선박과 선원들을 조속히 풀어 달라”고 요구했다. 동시에 가장 이른 시일 내에 담당 지역국장을 실무반장으로 하는 실무대표단을 이란 현지에 급파해 사태해결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발표했다. 국방부도 호르무즈해협에 청해부대 최영함을 급파했다.

우리 정부의 이렇듯 빠르고 단호한 조치는 당연하다. 동시에 중요한 것은 이번 사태의 속내 파악이다. 일각에선 이번 사태가 미국의 제재로 70억달러에 달하는 석유수출대금을 한국의 은행 두 곳에 장기간 묶어놓은 데 대한 ‘보복’이라고 분석한다. 최근 우라늄 농축 농도를 20%로 올리겠다고 발표한 이란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에 앞서 ‘기선제압용’으로 벌인 일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석유수출대금은 2018년 미국의 핵합의 탈퇴 이후 제재 대상이 되면서 거래가 중단된 것이다. 한국의 책임이라고 보기 어렵다. 게다가 석유수출대금 처리와 관련한 그간의 한·이란 간 협의 과정이 돌파구도 찾아가는 듯한 상황이었다.

실제로 인도적 차원이라는 명목으로 미국의 제재를 피하기 위한 양국 간 워킹그룹회의가 8차례나 이뤄졌고 20여건의 의약품·의료기기 수출이 성사됐다. 전 세계에서 이란에 의약품을 보낸 곳은 한국뿐이다. 특히 우리 정부는 석유수출대금으로 이란에 코로나19 백신을 지원하겠다는 방안을 미 재무부와 협의해 특별 승인도 얻어냈다. 이란이 코로나19 백신 국제 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백신을 확보하면 그 대금을 한국 원화로 납부하는 방식이다. 지난 연말엔 이란의 독감 백신 수입에 우리 항공기가 동원됐다. 역시 한국이 외교적으로 미국을 설득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란의 한국 선박 나포 사태가 벌어졌으니 외교부도 당혹해하는 분위기다. 물론 환경오염과 관련한 단순 해프닝일 수도 있다. 돈을 노린 해상강도들의 인질극이 아니어서 그나마 다행이지만 선원과 가족이 받는 고통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한숨을 돌릴 여유도 없어야 한다. 모든 외교역량을 총동원해 원인규명은 물론 재발방지책까지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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