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래도 저래도 소비자 덤터기…금융위 신용대출 분할상환 의무화 ‘딜레마’
어떤 기준·방식 택해도 부담 커
“빨리 빌려놓자” 선수요 부추겨
은행 “상환기간 늘린 대출 출시”

서울에서 자취를 하는 30대 초반 직장인 이모씨는 금융당국이 고액 신용대출 원리금 분할상환 의무화를 도입했다는 소식에 다급해졌다. 빌라에 거주중인 그는 서울 외곽의 소형 아파트를 대출을 끼고 매수할 기회를 노리고 있다. 자금을 신용대출로 마련할 계획이었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면 6개월 내 입주해야하는데, 현재 사정 상 불가능해서다.

이 씨는 “집 값이 하도 올라 이러다 평생 집도 없이 살겠다는 생각에 불안한데, 이자를 더 내더라도 대출을 하루라도 빨리 받지 않으면 그마저도 어려울 것 같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금융위원회가 고액 신용대출의 원리금 분할상환을 의무화 방침을 밝히면서 은행권에는 대출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금융위가 정책 발표 하루만에 전면적·일률적 도입이 아닌 단계적·부분적 도입 추진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여전히 애매한 게 한 둘이 아니어서다. 신용대출 증가세를 강제로 누르기 위해 금융위가 무리수를 뒀다는 평가도 나오면서 ‘정부가 우물쭈물할 때 일단 빨리 받아 놓자’는 분위기가 번지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구체적인 시행방식에 대해서는 확정된 것이 없다며 오는 3월까지 내용을 정리해 발표할 것”이라며 “시장 충격이 없도록 차주들의 부담상황을 고려하겠다”고만 설명했다.

하지만 ‘시장 충격’을 없애려면 고민해야할 게 한 둘이 아니다. ‘고액’의 기준을 액수가 아닌 차주의 상환능력에 비해 과도한 대출로 설정하거나, 분할상환액을 대출금의 일정 비율로 제한하는 방식도 고민해야 한다. 하지만 그 어떤 선택을 해도 시장경제의 기본원칙을 훼손할 수 밖에 없다는 평가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장경제에서 대출이란 담보나 신용을 바탕으로 갚을 능력을 금융 회사가 판단해 대출 상품을 제공하는 것인데, 정부가 자꾸 규제를 덧씌우다보니 부작용이 없을 리 없다”고 말했다.

시중 은행 관계자는 “신용대출은 보통 3년 만기가 많았는데, 만약 1억 받아서 3년 내 갚아야 하면 연간 3300만원이나 갚아야 해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면서 “상환기간을 크게 늘려 원금상환 부담을 낮추는 상품이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이순호 금융연구원 박사는 “신용대출 기간이 길어질수록 금융회사 입장에선 리스크가 커진다”면서 “금융회사의 자본비율에도 안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원금의 일부만 분할상환 대상으로 두는 방안도 결국에 ‘체감이자’를 높인다는 점에서 금융시장 원칙과 어긋날 수 있다. 예를 들어 3년간 연 3%로 1억원을 빌릴 때 3000만원만 36개월간 분할 상환한다고 가정해보자. 원금감소에 따른 이자비용 감소효과는 있지만 차주는 이자 외에 매달 83만원 가량을 상환하고도 만기에는 7000만원이란 목돈을 갚아야 한다. 첫 12개월간만 1200만원이 훨씬 넘는 현금부담인데, 최초 원금의 12%가 넘는 수준이다.

성연진·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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