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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눈에 읽는 신간]박완서의 부엌에서 ‘정확하고 완전한 사랑의 기억’외

▶정확하고 완전한 사랑의 기억(호원숙 지음,세미콜론)=‘나는 맛있는 것을 먹고 싶은 건 참을 수 있지만, 맛없는 건 절대로 먹지 않는다.’ 10년 전 작고한 박완서 작가의 산문집 ‘호미’에 나오는 말이다. 입맛의 깐깐함이 묻어난다. 그 어머니의 그 딸이라고 했나. 장녀 호원숙씨의 슴슴하면서 깔끔한 맛으로 입맛 동하게 하는 요리얘기가 구수하다. 2011년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아치울에 살고 있는 호씨는 엄마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부엌에서, 엄마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밥상에 대한 추억과 요리들을 담아냈다.엄마가 각별해했던 살구나무가 비실비실 열매를 맺지 못해 막걸리를 사다 붓고 2년 정성 끝에 열매를 맺게 된 해, 그녀는 어느새 엄마가 하던대로 뜨거운 냄비 앞에서 살구잼을 만들고 매실잼을 만든다. 손자들에게 엄지척 받는 슴슴하게 끓이는 양지머리 뭇국, 곱게 고추가루 물을 내 미나리를 넣어 담근 나박김치, 엄마의 자랑 개성만두가 ‘만두박사’ 아들이 세상을 뜨면서 슬픔의 음식이 된 얘기 등 음식을 통해 박완서 작가를 추억할 수 있다.

▶필요의 탄생(헬렌 피빗 지음, 서종기 옮김, 푸른숲)=2012년 영국 왕립협회는 ‘식품학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발명은 냉장 기술’이라고 밝혔다. 냉장기술이 현대사회의 식량공급 및 안보, 식품안전에 필수라는 이유에서였다. 냉장고는 가전의 필수품목으로 당연시되고 있지만 60년 전만해도 얼음으로 차가움을 대신해야 했다. 런던과학박물관 큐레이터인 저자는 저온저장 유통, 즉 콜드체인을 처음으로 고안한 인물로 ‘얼음왕’ 프레더릭 튜더를 꼽는다. 튜더는 미국과 노르웨이에서 얼음을 수확해 세계 각지로 실어날랐는데, 1806년 130톤에 불과했던 수송 얼음양은 50년 뒤엔 무려 14만 6000톤에 달했다. 19세기 중반부터는 제빙기들이 만들어지고, 선박에 냉각기가 설치된다. 육류와 생선, 유제 등이 세계각지로 실려나가게 됨으로써 식품체계에 큰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냉장고는 20세기 초에 선보였지만 아이스박스를 대신해 가정의 인기가전이 된 시기는 1960년대다. 세계는 이 매력적인 상품에 열광했고, 미국의 프리지테어는 냉장고란 명칭을 대신했을 정도로 폭발적이었다. 냉장고의 원리는 단순하지만 제품형태로 구현하는 건 간단치 않았다.1930년대만 해도 사치품으로 여겨졌던 냉장고가 생활필수품이 되기까지 여러 가전 회사들의 집념어린 기술개발과 홍보전략 등 활약상이 눈길을 끈다.

▶터키 갬빗(보리스 아쿠닌 지음, 이형숙 옮김, 아작)=톨스토이, 도스토예프스키 등 19세기 러시아 작가에 머물러 있는 국내 독자들에게 현재 가장 인기있는 러시아 작가 아쿠닌의 작품은 새로움을 선사한다. 아쿠닌은 필명으로 일본어로 ‘악인’이란 뜻으로, 아쿠닌은 작품 ‘다이아몬드 마차’를 통해 ‘스스로 규칙을 창조하는 자’로 소개했다. 대표작인 판도린 시리즈는 모두 16편으로 ‘터키 갬빗’은 전작 ‘아자젤’과 함께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이시리즈는 러시아에서만 3000만부 이상 판매됐으며 전 세계 30여개국 이상의 언어로 번역됐다. 소설의 배경은 알렉산드르 2세 치하의 러시아 제국. 변호사인 아버지 밑에서 자란 진보적인 여성 바랴는 의술을 공부하고 전신기사 기술을 익히고 농민의 자녀들을 가르치는 등 독립적인 여성상을 쟁취하기 위해 끊임없이 투쟁한다. 그런 와중에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진다. 러시아-터키 전쟁이 발발하고 결혼을 약조한 남자가 전선으로 떠난 것. 바랴는 고민 끝에 남장을 하고 약혼자를 찾아 전쟁터로 향하는데, 길 안내자에게 그만 전재산을 털리게 된다. 어렵사리 난관을 무릅쓰고 약혼자가 있는 군부대에 도착하지만 상황은 더욱 나쁘다. 그녀를 연모하면서 이용하고자 하는 남자들과 그들이 작당하고 있는 국제적 음모에 휘말리게 된다. 슬라브적인 또 다른 색채를 만날 수 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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