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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즐겁고 신나게, 전인지가 돌아왔다[조범자의 필드 Tee-Talk]
LPGA투어 개막전 4위 ‘부활’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도 했지만
골프 잘 됐을때 감각 다시 느껴”
말렛형 교체…평균 퍼트수 1위
댈러스 집 마련 심리적 안정
박원 코치 “눈에 다시 불 켜져”
전인지 [게티이미지]

“제가 예전에 ‘즐겁고 신나게’ 골프하는 걸 강조했던 것 기억하세요? 그런데 제가 그걸 못하고 있더라고요. 어느 날 ‘더이상 바닥에서 이러고 있지 말자’ 하는 생각이 확 들었어요.”

전인지(27)의 목소리는 살짝 들떠 있었다. 그동안 스스로를 옥죄었던 강박에서 벗어난 해방감, 원하는 방향대로 가고 있다는 안도감이 담긴 목소리이기도 했다.

지난 25일(한국시간) 끝난 미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2021시즌 개막전 다이아몬드 리조트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에서 부활 시동을 켠 전인지는 전화 인터뷰에서 “예전에 골프가 잘 됐을 때의 경기 운영방식, 감각 등을 몇 년 만에 다시 느낄 수 있었다”고 기뻐했다.

이번 대회 성적표는 단독 4위. 2019년 10월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공동 4위) 이후 1년 3개월만에 최고 성적이다. 2019년과 2020년에는 2번씩만 톱10에 들었고, 상금랭킹은 2019년 67위, 지난해 37위로 부진했다. 우승 소식은 2018년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 이후 전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올시즌 개막전부터 확실히 다른 ‘기운’을 뿜어냈다. LPGA투어닷컴은 “몇년만에 처음으로 전인지의 얼굴에서 긴장이 사라졌다”며 그의 변화된 모습을 주목했다.

▶전인지의 눈에 쌍불이 켜졌다=그는 “골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 왜 안했겠어요. 안했다면 거짓말이죠”라고 웃으며 슬럼프로 힘겨웠던 시기를 돌아봤다.

“과거의 잘했던 나와 끊임없이 비교했어요. 잘 되고 있을 때도 스스로를 못믿고 계속 의심했죠. 주위에서 잘하고 있다고 아무리 얘기해줘도 받아들이지 못했어요. 안들리더라고요. 오히려 더 땅을 파고 들어갔죠. 어느 순간, 바닥에서 이러지 말자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퍼터를 교체한 건 좋은 전환점이 됐다. 전인지는 지난해 12월 CME그룹 투어챔피언십 때부터 한·미·일 프로 14승을 안겨준 일자형 퍼터를 버리고 포크 모양의 ‘핑 타인4(Tyne4)’ 말렛형 퍼터로 바꿨다. 일자형의 스트로크 타입과 말렛형의 관용성을 모두 만족시키는 퍼터다. 퍼터 교체는 심리적인 이유가 컸다고 박원 코치는 귀띔했다.

전인지와 10년간 고락을 함께 한 박 코치는 “작년부터 기술적으론 거의 회복했는데 스코어로 연결이 안됐다. 심리적인 부분이 컸다. 3~4m 버디 기회에서도 스리퍼트를 반복했다”며 “변화를 주는 방법 중 하나가 퍼터 교체다. 성능보다 심리적인 면을 기대했다. 그린에서의 자신감이 성적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새 퍼터로 전인지는 이번 대회서 라운드당 평균퍼트수 26.5개를 기록, 이 부문 1위에 올랐다.

박 코치는 “이번 대회에서도 홀컵 가장자리서 멈춘 퍼트가 3,4라운드에 3번씩 있었다. 작년같으면 바로 무너졌을텐데 이번엔 눈에 불이 켜지더라. 원래 전인지가 클러치 퍼트 할 땐 눈에 쌍불이 켜진다.(웃음) 반드시 집어넣어야겠다는 적극적인 눈빛이 이번 대회에서 계속 보였다”며 흡족해 했다.

전인지 [게티이미지]

▶즐겁고 신나게, 전인지가 돌아왔다=많은 팬을 보유하고 활발히 소통하고 있는 전인지는 한 팬의 댓글에도 마음이 열렸다고 고백한다.

“어떤 팬이 그러시더라고요.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으니까 행복한 거라고. 처음엔 잘 이해가 안됐는데 이제 좀 알 것같아요. ‘즐겁고 신나게’를 주장했던 제가 그러지 못하고 있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거든요.”

LPGA 투어 진출 5년 만에 처음 미국에 집을 장만한 것도 심리적 안정에 도움이 됐다고 했다. 전인지는 지난해 말 김세영의 소개로 댈러스 지역에 집을 구했다. 전인지는 “아직 가구도 들여 놓지 못했다. 매니저와 농담으로 ‘가구 사야 하니까 열심히 벌자’고 얘기한다”며 크게 웃었다.

26일 귀국하는 전인지는 2주간 자가격리 후 가족과 설을 보낸 뒤 다시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2월 25일 게인브릿지와 3월4일 드라이브 온 챔피언십에 연속 출전해 부활샷을 이어간다.

전인지는 올시즌 목표를 묻는 질문에 ‘우승’이라는 기계적인 대답을 내놓지 않았다. 꼼꼼하고 진중한 전인지다웠다.

“제가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잘 맞게 가고 있는 것같아요. 그래서 다음 대회가 정말 기다려져요. 앞으로 제가 어떻게 나아가는지 꼭 지켜봐 주세요.”

조범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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