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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 ‘쉬고 있는 청년’, 일 경험과 직무 멘토링으로 돕자

구직활동을 멈춘 채 쉬고 있는 청년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15~29세 청년층 인구는 14만9000명이나 줄었고, 취업자 수는 인구 감소보다 조금 더 줄어 18만3000명이나 감소했다. 실업자와 학교 및 학원의 수강자도 각각 1만6000명, 9만2000명씩 줄었다.

반면 일할 능력이 있는데도 구체적인 이유 없이 막연히 ‘쉬었음’으로 응답한 청년은 8만8000명이 늘어났다. 취업준비자와 구직단념자도 각각 4만3000명, 7만3000명씩 증가했다.

지난해 구직활동을 한 청년실업자는 30만명이지만 쉬고 있었던 청년은 실업자보다 15만명이나 많은 45만명에 달하고, 취업준비생은 79만명이었다. 구직활동을 단념하고 쉬고 있는 청년이 늘어나는 것은 수년간 심화돼온 구조적인 문제이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제대로 된 교육과 훈련을 받지 못하고 기업의 경영 악화로 신규 채용이 위축되면서 더 심각해지고 있다.

한편 기업들은 직원 채용 시 직종에 대한 실제적인 이해와 경험을 중시한다. 실무적 경험과 해당 기업에 대한 구체적 이해를 가진 청년을 찾는다. 일반 지식이 아닌 이른바 ‘일머리’가 있는 인재를 찾아 수시 채용한다. 최근 국내 대기업 705곳의 수시 채용 비율이 49.9%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하지만 청년들은 ‘일경험’을 통해 문제해결력을 보여줄 기회가 극히 부족하다. 업직종별로 상세한 이해를 가지기도 쉽지 않다. 요즘 대학일자리센터는 지역 기업에 일경험 기회를 부탁하거나 현직자와 직무 멘토링을 연결하기 위해 노력한다. 정부도 청년에게 일경험 기회를 제공해주고자 ‘청년디지털일자리’와 ‘청년일경험지원 사업’ 등을 대규모로 펼치고 있지만 직무 체험을 제공해줄 기업이 적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추경까지 편성하며 11만명에게 기회를 주고자 했지만 실제 직무 체험 사업에 참여한 청년은 7만3000명에 그쳤다.

이제 기업, 대학, 정부는 청년에게 어떻게 더 많은 일경험 기회를 제공할지 같이 고민할 때다. 쉬고 있는 청년이 늘어날수록 역량을 키울 기회를 잃은 청년이 늘어난다. 장기적으로 기업과 사회 전체에 큰 손실이다. 그동안 인턴, 일경험, 직무체험 등 다양한 이름으로 실시한 정부의 유인책도 기업의 소극적 참여와 단기 일자리 양산이라는 비판에 직면해 고전을 면치 못했다.

대학도 청년이 기업을 실제적으로 이해하고 겪을 기회를 더 적극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지난 2019년 한국고용정보원이 실시한 청년사회생활 실태조사에 따르면 재학 중 취업 및 진로지도를 받은 경우는 45%에 불과하고, 이 중 59%는 진로 지도 내용이 너무 뻔해 불만족스럽다고 답했다. 지난해 대학일자리센터가 설치된 학교의 학생들이 가장 원하는 것 1순위는 기업정보 제공, 2순위는 일 경험으로 조사됐다.

기업은 자사에 꼭 맞는 직원 채용을 원하는 만큼 미리 겪어보고 배울 기회를 재학생에게 더 적극적으로 제공할 필요가 있다. 대학은 멘토링과 실습 등을 통해 기업과 현직을 이해하고 겪을 기회를 만들어주고 청년에게 적극 지도해야 한다. 청년은 일경험과 직무멘토링 기회에 더 몰입하고 참여해 자신의 역량을 키우고 적합한 진로를 찾아야 한다.

정부는 일경험을 제공하는 기업과 대학에 고용보조금, 연구·개발(R&D)자금, 산학 협력 등 재정 지원 시 우대하고, 기업-청년 일경험 매칭 정책을 통해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해나갈 필요가 있다. 청년 채용시장의 변화된 현실을 직시하고 일경험 지원사업이 단기 일자리에 불과하다는 단선적 시각에서도 벗어나야 할 때다. 청년 고용에 쉬운 길은 없지만 쉬고 있는 청년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모두가 지혜와 의지를 모아야 할 때다.

나영돈 한국고용정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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