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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문대생만 가입 데이팅앱 ‘황당한?’ 성차별 매칭 논란!
서울대 졸업생이 개발한 온라인 커플 매칭 서비스 ‘결정샤’ 홈페이지 화면 [결정샤 홈페이지 갈무리]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여성은 스펙 없고 학력 부족해도 가입 가능한데..남성은 대기업·공기업·고학력? 성차별 아냐?”

명문대생들끼리만 제한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폐쇄형 온라인 서비스가 잇따라 개발되고 있는 가운데, 운영 방침에 성고정관념이 지나치게 반영돼 있다는 불편감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남자는 능력, 여자는 외모’라는 성차별적 편견으로 가입 조건에 차등을 둔 것이 대표적이다. ‘여자는 일단 본인을 좋아해주는 사람을 만나고 싶어한다’는 욕구가 있다고 가정하고, 먼저 말을 걸 수 있는 권한을 남성에게만 부여한 서비스도 있다.

남자는 스펙, 여자는 얼굴? "극에 달한 성차별"

‘아무나 가입할 수 없는 프리미엄 소개팅앱’을 표방하고 있는 스카이피플은 명문대 학생들을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 현재 약 38만명의 회원을 두고 있다. 지난 2014년 서울대 졸업생들이 개발했는데, 처음에는 서울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운영되다가 점차 학교의 범위를 넓혔고 직장인들까지 회원으로 받았다.

데이팅앱 ‘스카이피플’ 회원가입 화면. 남성들에게 깐깐한 자격 요건을 내걸고 있다. [스카이피플]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서울 명문대나 전국 의·치·한의대, 로스쿨 학벌이어야 가입할 수 있다. 직장인의 경우 대기업, 공기업에 다니거나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여야 한다. 본인 확인을 위해 학교 이메일이나 회사 명함 등으로 인증을 거친다.

문제는 이같은 높은 스펙이 남성들에게만 요구된다는 점이다. 여성은 프로필을 입력한 직장인이나 프리랜서, 취준생 등이라면 누구나 가능하다. 학교나 전공 입력 후 가입이 승인된 모든 대학생, 대학원생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당장 구글스토어의 앱 리뷰만 살펴봐도 이같은 성차별적 운영 방침에 대한 불만이 상당하다. 리뷰를 남긴 한 이용자는 “여자는 무(無) 스펙, 무 학력이어도 가입 가능하고, 남자는 대기업, 공기업, 고학력 아니면 가입이 안 된다. 남녀차별 최고조에 달한다”고 적었다. 또 다른 이용자는 “여자라면 고졸만 아니면 무조건 가입 가능한데, 남자 입장에선 외모, 재력, 하물며 교육 수준조차 걸러내지 못하는 불공평한 시스템”이라고 지적했다.

[123RF]
여자는 자기를 좋아해 주는 남자 중 고르고 싶어한다고?

‘서울대 구성원을 위한 1:1 매칭’을 모토로 내걸고 있는 ‘결정샤’는 스카이피플과 또 다른 결에서 운영 시스템에 성고정관념이 반영돼 있다.

결정샤는 서울대 졸업생이 지난해 말 선보인 온라인 커플 매칭 사이트다. 서울대 이메일 주소를 인증해야만 가입할 수 있다. 이밖에 태어난 연도, 키, 졸업대학 및 단과대, 직종 및 직장, 집안 경제 상황(상·중·하로 구분) 등을 정보를 적어야 한다.

도마에 오른 것은, 남성에게 선택받지 못한 여성은 남성의 프로필을 열람할 수 없도록 한 지침이다. 남성은 가입만 하면 하루 2~3명 여성의 프로필을 열람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프로필을 열람하고 해당 여성이 마음에 들면 호감을 표시하는데, 상대방으로부터 긍정적 답변이 돌아오면 매칭이 이뤄지는 방식이다. 하지만 여성은 남성이 호감을 표시할 때까지 남성의 프로필을 열어볼 수 없다. 자신의 프로필을 열어 본 남성들의 한해 프로필을 볼 수는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매칭이 불가능하다. 호감 의사를 전달받지 못한 여성은 서비스에 가입하고도 이용을 하지 못하는 셈이다.

서울대 졸업생이 개발한 온라인 커플 매칭 서비스 ‘결정샤’ 홈페이지 화면 [결정샤 홈페이지 갈무리]

개발자 측은 이같은 남녀 비대칭 구도에 대해 “현실 연애에서의 원초적 욕구를 반영했다”고 설명한다. 남성의 경우 일반적으로 자기 마음에 드는 사람을 찾아 나서기를 원하고, 여성은 ‘일단 나를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고는 싶은데, 그 중에 제일 나은 사람을 고르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남녀의 심리적 특성을 고려했다지만, 누군가에게는 성차별적인 해석으로 느껴져 불편감을 줄 수 있다.

글로벌에선 '여자만 말 거는' 페미니즘앱 주가 폭등

전 세계의 다른 데이팅앱은 어떤 정책을 도입하고 있을까. 세계 최대 데이팅앱인 틴더를 비롯해 대부분은 남녀 모두에게 먼저 접근할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최근에는 기존의 성고정관념을 반대로 해석한 여성 친화적 앱이 인기를 끌고 있기도 하다.

여성친화적 데이팅앱으로 평가되는 '범블'의 홈페이지 설명 화면 갈무리 [범블]

틴더의 공동 창업자인 휘트니 울프가 지난 2014년 퇴사 후 출시한 데이팅앱 ‘범블’이 대표적이다. 페미니스트앱으로도 불리는 범블은 여성만 먼저 대화를 시작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남성도 여성의 프로필을 볼 수는 있지만 먼저 접근할 수는 없다. 데이팅 앱에서 남성보다는 여성이 익명의 위험성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범블은 홈페이지에도 ‘첫 시작부터 평등을 장려할 수 있도록 여성들이 먼저 메시지를 보냅니다’라고 홍보하고 있다.

기존 고정관념에 따르면, 마음에 드는 이성을 먼저 찾아나서길 원하는 남성들의 욕구가 반영되기 힘든 구조 때문에 큰 인기를 끌지 못했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다. 범블은 지난 11일 미국 나스닥 주식시장에 상장됐는데, 성장성에 대한 기대감으로 상장 첫날부터 공모가 43달러보다 64% 급등한 70.3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현재 기업가치는 약 8조4000억원에 달한다.

hum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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