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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포커스] 누구를 위한 부동산 세금 인상인가

자고 나면 맞닥치는 새로운 사건들로 웬만한 화젯거리는 밀려나기 십상이다. 지난여름의 집중호우와 태풍으로 인한 자연재해도, 해를 넘겨 지속되던 검찰개혁을 둘러싼 秋-尹 갈등도 그랬다. 하지만 코로나19보다도 끈질겨서 수년째 정부 여당의 발목을 잡고 있는 현재진행형 쟁점이 있다. 바로 ‘부동산 실정(失政)’이다.

25차례의 대책을 쏟아냈는데도 집값 불안은 여전하고 민생에 직결되는 전·월세난이 가중되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의 집값 급등으로 지방과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임대차 3법의 졸속 시행에 따른 전세매물 잠김으로 세입자와 저소득 빈곤층의 피해가 급증했다. 무엇보다도 종부세, 양도소득세, 취득세 등 부동산 세금의 인상·중과로 1주택 실수요자는 물론 무주택 서민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현 정부는 주택 수요 억제와 다주택자의 투기 근절을 명분으로 부동산 세금을 줄줄이 인상해왔다. 8·2대책(2017년), 9·13대책(2018년), 12·16대책(2019년) 등을 통해 추진해오던 세금 인상과 중과 조치의 결정판은 지난해의 7·10대책이다. 2%이던 종부세 최고세율을 6%로 높이고, 양도소득세를 70%까지, 취득세도 현행의 4배인 12%까지 전광석화같이 인상한 것이다. 법인세 인상을 포함한, 이른바 부동산 세법 3종세트가 힘을 가진 여당에 의해 제대로 된 심의 절차 없이 국회를 통과했다. 미국과 일본, 영국, 프랑스 등 선진 외국에서의 세율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수준이다.

이러한 부동산 세금의 인상과 징벌적 중과는 무엇보다 그 부담이 장기 임대사업자, 1주택 실수요자, 무주택 서민 등 일반 국민에게 고스란히 전가된다. 팔기도, 보유하기도, 사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매물 잠김 현상과 임대료 상승으로 무주택 서민의 내 집 마련 기회를 박탈하거나 이들의 주거 여건을 악화시키게 된다. 더군다나 지난 이태 동안 급격히 인상된 주택 공시가격으로 집 가진 일반 국민의 세 부담이 더욱 커졌다. 공시가격 인상은 재산세뿐 아니라 상속세와 취득세, 소득세, 건강보험료, 기초연금 수급 대상자 결정 등에 직결돼, 특히 은퇴 가구와 고령자에게 심각한 타격이 된다.

이러한 급속한 부동산 세금 인상은 겉으로는 과열된 집값 안정과 투기 억제, 부자를 표적으로 한 ‘핀셋증세’라지만 실상은 중산층과 서민, 집 가진 국민을 대상으로 한 ‘보편 증세’이자 ‘서민증세’다. 선진국에 비해 재산과세 비중이 매우 큰 것을 보더라도 공정과세, 조세형평과는 괴리된 정책 방향이다.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부동산 세금 인상에 따른 부담을 국민도 체감하기 시작했다. 해마다 불어날 세금 앞에 국민의 고통지수도 더불어 늘어날 것이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부동산 과세를 정상화해야 한다. 1주택 실수요자의 세금을 선진국 수준으로 낮추고 양도세의 일시적 감면을 통해 거래의 활성화를 유도해야 한다. 공시가격 인상 속도를 조절해 국민의 부담을 줄여줄 필요가 있다.

덧붙여 선진국에서 시행 중인 ‘과세이연제’를 도입해 거주 이전을 해야 하는 1주택 국민뿐 아니라 소득이 없는 은퇴자와 고령자를 배려해야 할 것이다.

이종인 여의도연구원 경제정책실장·인하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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