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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바로보기] 대지진이 일본을 지배한다

“3월 17일 밤 10시, 동일본 대지진의 최대 피해지 센다이에서 오전 7시 출발한 지 15시간 만에 도쿄에 도착했다. 식당과 편의점들이 문을 닫아 저녁과 아침을 거르고 시외버스를 탔다. 시골역에서 버스에 오른 아주머니들이 가방 속에서 주먹밥을 꺼냈다. 부러운 표정으로 쳐다보자 함께 먹자며 주먹밥을 나눠주던 사람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중략) 대지진 발생 일주일이 지났으나 인명과 재산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아직도 연기가 계속 피어오르는 후쿠시마원전이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불안한 상태다.”(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현장을 떠나며)

“8월 3일까지 미야기현 미나미산리쿠의 동일본 대지진 복구 현장에서 열린 ‘한·일 고교생 교류캠프’에 참가했다. 닷새 동안 농어촌 일손돕기, 창업 아이템 발표회 등 양국 청소년들의 만남에서 많은 것을 느꼈다. (중략) 미나미산리쿠는 쓰나미로 1000여명에 가까운 사망자가 발생한 피해지역이다. 대지진 발생 5년5개월이 지난 8월 현재, 쓰나미가 몰려왔던 해안과 내륙 곳곳에서 산을 깎아 지반을 20m 높이는 공사가 한창이다. 대지진이 다시 와도 안전한 삶의 터전을 만들기 위해 10년 이상 장기 계획으로 복구 공사를 하고 있다.”(2016년 8월 한·일 고교생 여름캠프를 마치고)

2001년 일본에서 처음 살았던 도시가 고베였다. 1995년에 오사카와 고베를 중심으로 한신(阪神) 대지진이 일어난 지 겨우 6년 뒤였다. 지난 30여년간 일본 관련 업무를 하면서 대지진 발생지에서 살거나 피해지를 찾을 기회가 많았다. 세 차례의 거주와 취재를 통해 지진이 얼마나 무서운 자연재앙인지를 생생하게 체험했다.

동일본 대지진 당시 일주일간 현장에 있었다. 난생처음 진도6의 여진을 겪었다. 침대가 위아래로 흔들려 공포 속에 밤잠을 설친 기억이 지금도 또렷하다. 귀국비행기를 타면서 10주년에는 꼭 와서 복구 현황을 확인하겠다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사태로 그 약속은 뒤로 미뤘다. 일본인이 겪는 자연재해 중 가장 흔한 게 지진이다. 일본은 12단계의 메르칼리 진도(MMI)를 채용한 대다수 국가와 달리 ‘일본진도7’을 최고치로 하고 있다. 가옥이 심하게 흔들리는 진도4 이상 지진이 지난해에도 45회나 일어났다. 최근 30년 새 진도7이 넘는 대지진도 두 차례 엄습했다.

오는 11일 동일본 대지진 10주년을 맞는다. 사망·실종 등 인명피해만 2만2000여명에 달한다. 지난달 중순에도 후쿠시마현 앞바다에서 진도6강의 강진이 터져 주민을 또 놀라게 했다. 동일본 대지진은 현재진행형이다. 살던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가설주택 등에서 지내는 피해자들이 아직도 4만명을 넘는다. 후쿠시마원전의 복구 작업은 요원하다.

대지진은 일본인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변수’가 아닌 ‘상수’다. 역사적으로도 대지진 직후 정권교체나 전쟁 등 큰 사건이 빈발했다. 국가와 국민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이유도 ‘대지진’ 공포감 때문일 듯하다. 자연신을 숭배하는 다종교 성향이나 내세보다 현생의 소소한 ‘즐거움’을 추구하는 인생관도 ‘지진’ 잣대로 보면 설명이 된다.

최인한 시사아카데미 일본경제사회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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