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승환 기자] 국내 은행권이 한국은행의 디지털화폐(CBDC) 도입에 맞춘 플랫폼 구축에 돌입했다. 한은이 CBDC 발행에 속도를 내면서 개인들이 이를 지급결제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중개하는 과정에서 은행권의 새로운 사업 모델이 만들어질 전망이다.

신한은행은 8일 한은의 CBDC 발행을 대비해 LG CNS와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화폐 플랫폼의 시범 구축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 플랫폼은 한은 CBDC를 발행해 신한은행을 통해 유통시키면, 개인 및 가맹점은 발행된 이를 용해 조회, 결제, 송금, 환전, 충전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거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블록체인 기반의 토큰형(거래별 데이터 관리) 방식이 적용됐다.

CBDC 유통 개념도

CBDC의 발행 형태를 개인이 보유한 원화 잔액에서 환전해 사용하는 일반자금과 특정 목적으로 정부 및 지자체에서 교부하는 재난지원금으로 구분해 자금 별로 원장을 별도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재난지원금은 사용처를 한정하거나 사용 기한도 설정할 수도 있다.

KB국민은행 역시 LG CNS와 기술을 협력해 중개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LG CNS는 블록체인 사업 관련 국내 최다 수준의 개발 이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한은, 한국조폐공사와의 협력을 통해 금융거래에 특화된 기술력을 갖고 있다. 국민은행은 앞서 전자화폐인 마곡페이를 개발하고 운영한 경험을 바탕으로 전자지갑 구현과 CBDC 파일럿(Pilot) 테스트를 추진 중이다.

하나은행도 은행 내 인프라 구축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고, 우리은행은 기술력 확보를 위해 블록체인 관련 기업에 지분을 투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NH농협은행은 CBDC와 관련된 시스템 구축을 검토하는 단계다. 이달 말로 예정된 한은의 CBDC 외부 컨설팅 보고서를 확인한 후 구체적인 대응 전략을 수립한다는 계획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권이 빅테크와의 경쟁을 위해 자체 플랫폼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CBDC의 발행은 또 다른 경쟁 포인트”라며 “CBDC 지급결제의 편리성과 함께 정산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시스템 구축이 관건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CBDC와 관련한 파일럿 시스템을 연내 구축하고, 올해 하반기 중에는 실증 테스트를 시작할 예정이다. 가상환경에서 CBDC를 사용할 때 결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 지를 확인하는 절차다. CBDC 발행을 위한 기술적 검토와 함께 CBDC 발행 권한, 법화성, 금융기관 및 민간과의 법률 관계 등 법·제도 개선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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