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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경원의 매크로뷰] 연준이 물가채 ‘큰손’이 된 이유
명목금리 상승세에 맞춰
기대인플레 높이는 효과
실질금리 오름폭 제한해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물가연동국채(TIPS·Treasury Inflation-Protected Security)를 빠른 속도로 사들이고 있다. 물가가 오를수록 높은 수익률이 보장되는 채권이다. 혹시 추가적인 물가 상승을 예상이라고 한 것일까.

8일 연준의 공개시장조작을 담당하는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지난 3일 현재 연준의 TIPS 보유 규모는 3억2600만달러로 작년말 대비 4.6%(1440만달러) 증가했다. 같은 기간 연준의 총자산은 2.6%(1940억달러) 늘어났는데 증가율이 이보다 높다.

연준의 TIPS 보유액은 작년 3월초에 비해선 약 150% 가량 늘었는데, 그동안 총자산은 78.2% 증가해 이 역시 앞서고 있다. 이로써 미국 TIPS 시장에서 연준의 위상은 점차 커지면서 전체 발행액의 25% 가까이를 연준이 보유하고 있다.

연준의 TIPS 매입을 두고 기대인플레이션과 실질금리의 관리 차원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나온다. 피셔방정식에 따라 명목금리는 실질금리와 기대 인플레이션의 합으로 구해진다. 달리 표현하면 기대 인플레이션은 명목금리에서 실질금리를 제한 값이다. 실질금리로는 명목금리에서 예상 물가 상승률을 빼는 TIPS 금리가 일반적으로 통용된다.

연준이 발표한 DKW(D'amico·Kim·Wei) 모형에 따르면 이 TIPS 금리는 다시 ▷단기 실질금리 ▷실질기간 프리미엄 ▷인플레이션 위험 프리미엄으로 나뉜다. 따라서 연준이 TIPS 매입액을 늘려 TIPS의 프리미엄을 낮춰주면 기대 인플레이션을 올려주는 결과로 나타난다. 이럴 경우 어느 정도의 명목금리 상승에도 이를 상쇄해주는 기대 인플레이션 덕분에 실질금리의 증가폭은 제한되게 된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이 TIPS 보유액을 늘리는 것은 BEI(손익분기인플레이션 레이트·기대인플레이션)를 높여 실질금리를 낮추려는 차원으로 보는게 맞다”며 “현재 시장에 TIPS의 유동성과 인플레이션 프리미엄에 대한 민감도가 과도해진 상황이기 때문에 이를 완화시키려는 조치”라고 말했다.

연준은 그동안 실물 경기에 악재가 될 수 있는 실질금리 관리에 집중해 왔다. 현재는 소폭 올라왔지만 한동안 -1%대가 유지되도록 했고, 지금도 마이너스 수준이 이어지고 있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도 지난 5일 “실질 10년 국채수익률은 많이 움직이지 않았고 기본적으로 동일하다”며 “대부분의 (금리) 움직임은 인플레이션 기대에선 나왔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최근 미 국채 10년물이 1.6%에 근접할 정도로 명목 금리가 빠른 상승세를 보인 것은 인플레 기대를 넘어 연준의 긴축 전환에 대한 우려, 그리고 긴축까진 아니더라도 연준이 용인하는 명목금리의 상단을 높여갈 것이란 기대가 반영됐단 분석이다.

강 연구원은 “DWK 모델에 따르면 1월 말 이후 지난달 26일까지 실질금리(단기 실질금리 기대 + 실질기간 프리미엄)는 23.05bp(1bp=0.01%포인트) 확대됐는데 단기 실질금리 기대 값은 2.52bp, 실질기간 프리미엄은 20.53bp 확대됐다”며 “결국 실제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보단 경기 개선으로 인해 연준이 용인하는 금리 상단을 높여가는 과정이 최근 금리 상승의 주요 배경이었다”고 설명했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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