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만남의 장소 1번지’로 꼽히는 광화문 교보문고 내 스낵코너는 책을 보고 고르다 허기를 달래는 독자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교보문고 리모델링과 함께 달라진 이 스낵코너의 가장 큰 변화는 1인용 테이블의 증가다. 구석구석 혼자 책을 보고 식사할 수 있는 테이블이 이제 3분의 1이 넘는다.

이런 1인용 테이블은 카페테리아, 레스토랑 어디서나 이젠 쉽게 눈에 띈다. 신촌, 홍대앞 등 대학가나 오피스 밀집지역에는 1인 전용 음식점도 성업 중이다. 공연장이나 극장도 나홀로족을 위한 싱글석이 트렌드다. 맥스무비의 조사 결과를 보면, 2009년 1인 1티켓 구매율이 전체의 8.1%를 차지해 2008년 7.5%, 2007년의 6.6%에 비해 꾸준히 늘었다.

대용량을 뽐내던 가전제품도 ‘1인용 미니’에 자리를 내주고 있다. LG전자의 미니냉장고는 지난해 9~12월 판매량이 2009년 같은 기간 대비 36%나 증가했다. 인터넷쇼핑몰에서는 1인용 꼬마밥솥이 전년 대비 10% 더 팔렸다. 

소포장, 소용량, 원룸의 급증, 2세대 아파트의 등장 등 대한민국의 라이프스타일이 점점 마이크로화하고 있다. 작아지고 쪼개지는 이런 분화의 중심에는 싱글족이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우리 사회는 4가구 중 1가구가 싱글족이다. 2005년 말 기준 1인가구 수가 300만명이던 게 5년 만에 100만명이 늘었다. 특히 1인가구 전체의 42%를 차지하는 30, 40대는 주 경제활동인구라는 점에서 시장을 움직이기에 충분하다.

싱글족의 급부상은 독신과 만혼, 비혼의 증가가 결정적이다. 여기엔 결혼과 육아에 대한 회의, 개인주의화, 일자리를 얻기 어려운 구직 현실이 그림자처럼 따라붙는다. IT기술의 진화에 따른 스마트라이프로의 이동도 싱글족의 증가, 개인화와 연관성이 깊다. 특히 스마트폰과 mp3플레이어, pmp,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등 개인용 매체들은 게임, 영화, 책, 뉴스 등 콘텐츠를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 있는 ‘내 손 안에 세상’을 구현함으로써 생활의 불편함이나 정신적 허기를 느끼지 못하게 만든다. 접속만 하면 늘 누군가와 연결되기 때문에 굳이 얼굴을 맞대고 얘기해야 할 친구도 필요치 않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는 1인 미디어로서 강력한 파워를 행사하기도 한다.

일은 어떤가. 사무실에 모여 일정 시간 업무를 보는 일의 개념도 스마트워크, 1인 사무실로 대체돼 가고 있다. 집이나 호텔, 카페 어디에 있든 시스템에 접속만 하면 똑같은 업무환경에서 일하는 게 가능하다. 

이런 사회 전반적인 다운사이징 바람은 더욱 가속화할 게 분명하다. 저출산 고령화와 초식남녀의 등장 등 사회적 분위기,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확산과 콘텐츠의 마이크로화를 부추기는 다양한 개전(個電)제품들 덕(?)이다. 이에 시장도 발빠르게 반응하고 있다. 올해 건립될 1인가구용 원룸형은 4642가구로 도시형 생활주택 전체 5212가구 중 무려 89.1%를 차지한다. 이마트는 최근 나홀로족이 주로 찾는 간편 가정식 매출이 전년 대비 65% 성장하는 등 큰 변화를 보이자 매장 내에 ‘미니미니존’을 구성, 싱글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요즘 소비자들은 작은 사이즈 안에 수많은 기능이 포함되길 원한다”며, 이런 모순을 뛰어넘어 소비자들을 만족시키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