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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든베이에서 만난 사람] 국내 최초의 홀인원 캐스터 임한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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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금융클래식 중계를 앞두고 포즈를 취한 임한섭 캐스터. [태안=원동민 기자]


KLPGA투어의 주관 방송사인 SBS골프의 임한섭(41) 캐스터는 고급스런 중저음의 목소리를 가졌다. 대학에서 산업 심리학을 전공했으나 신(神)이 주신 선물인 좋은 목소리 덕에 인생 항로가 바뀐 주인공이다.

98년 대학 마지막 학기 때 서울대에서 검색 엔진을 만드는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그는 자신의 길이 아닌 것 같아 그만 두고 6개월째 놀다가 방송국 공채에 응시해 합격하면서 방송인이 됐다. 어려서부터 목소리 좋다는 얘기를 많이 들은 임 캐스터는 통장 잔고가 바닥날 즈음 방송 아카데미에 등록하려던 참에 공채에 합격하면서 “돈을 내는 게 아니라 돈을 받으며 방송을 배우게 됐다”고 했다. 그의 현재 공식 직함은 sbs스포츠 제작 1팀 차장이다.

올 해로 골프중계 15년차다. 2000년 12월 SBS 스포츠채널에 입사해 축구 농구 당구 등을 중계하다 2001년 4월 SBS 골프로 발령 나면서 골프 중계를 시작한 그는 한국을 대표하는 골프전문 아나운서로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목소리만 좋다고 그처럼 롱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의 장점은 성실성이다.

임 캐스터는 골프 중계를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매년 꼼꼼하게 선수들의 데이터를 정리해 중계에 반영하고 있다. 골프 중계의 생명인 신속성과 정확성을 위해서다. 그의 노트에는 KLPGA투어 선수들의 모든 기록이 연도 별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항목은 대충 이렇다. 연령대별 우승자와 생애 첫 우승자, 다승자, 연장전 결과,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 기록, 역전우승 기록, 18홀과 36홀, 54홀, 72홀 최저타 기록, 최다 타수차 우승, 우승의 방식(첫날 선두 우승, 2라운드 선두 우승 등), 대회별 커트 라인, 그리고 홀인원과 연속 이글 등 이색 기록이다.

이번 주 한화금융클래식은 올시즌 그의 13번째 KLPGA투어 중계다. 중계석에 앉을 때 가장 행복하다는 임 캐스터는 출장이 잦아 아이들에게 미안한 게 유일한 아쉬움이다. 초등학교 6학년짜리 딸과 두 아들(초 1학년, 6살)을 둔 그는 “아이 셋이 부의 상징이라고 하는데 저는 잦은 출장의 상징”이라고 말한다. “장기 출장을 다녀 오면 마누라가 얼마나 예뻐 보이겠냐!”는 게 그의 부연 설명이다. 그는 KLPGA투어 증계를 위해 올 해 두달 이상 객지 생활을 하고 있다.

임 캐스터는 강산이 변할 시간 동안 골프 중계를 했으니 KLPGA투어의 어제와 오늘을 잘 비교할 식견을 가졌다. “요즘 여자 선수들은 스핀을 걸어 그린에 볼을 세울 정도로 헤드 스피드가 빨라졌다”는 그는 “공을 다루는 능력이 선배들 보다 많이 좋아졌다. 과거 신지애 프로는 똑바로 치는 것 만으로 KLPGA투어를 평정했지만 지금은 똑바로 치는 것은 기본이고 거기에 탄도를 조절하고 볼을 그린에 세우는 경지에 이르렀다. 한 마디로 세계 톱 수준”이라고 말했다. 임 캐스터는 이어 “이번 주 한화금융클래식을 보라. 대회 규모 자체가 과거와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졌다. 코스 스팅도 전문화되고 있다. 갤러리 문화도 좋아지고 있다. KLPGA투어가 선진화되고 있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임 캐스터가 생각하는 최고의 골프전문 캐스터는 어떤 사람일까? 그는 “해설자가 부각될 수 있도록 뒷받침을 잘 하는 캐스터가 좋은 캐스터”라고 잘라 말한다. 해설자 특성에 맞게 방송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캐스터의 역할이란 것이다. 캐스터는 던지는 사람이다. 시청자가 골프 중계를 보면서 뭔가를 생각할 수 있도록 던져 주는 사람이란 뜻이다.

그의 골프 구력은 13년째다. 방송국 입사후 바로 골프에 입문했다. 잘치면 80대 중반, 못 치면 90대 중반을 기록한다. 그는 자칭 국내 최초 홀인원 캐스터라고 했다. 2005년 태국에서 골프 칼럼니스트인 조주청 씨와 라운드를 하다 얼떨결에 홀인원을 잡았다. 15년 외길을 성공적으로 걷고 있음은 기본적으로 골프에 대한 애정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는 진정한 골프인이다. [태안=헤럴드스포츠 이강래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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