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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프와 성(性)] 여성 골퍼 전성시대, 그렇다면 여성용 비아그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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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라는 스포츠에서 남성보다 여성이 더 두각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았다. 세계 최강인 양궁이 그렇고, 쇼트트랙도 여자부가 더 강한 듯 하다. 물론 골프는 두 말할 것도 없다. LPGA가 지나친 한국 선수들의 독식 때문에 오히려 미국 흥행에 마이너스가 되고 있다는 볼멘 소리가 나올 정도이니 말이다. 특히 얼마 전, 박인비 선수의 그랜드슬램은 과거 박세리로부터 시작된 한국 여자 골프사의 정점을 찍는 순간이었다.

사실 스포츠뿐 아니라, 현대 사회에서는 여성들의 경제력이 상승하면서 '신 모계사회', 혹은 '여성 상위 시대'가 오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지속적으로 있어 왔다. 그런데 스포츠와 경제력뿐만 아니라 이제는 성의학(sexual medicine)에서도 여성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과거 인간의 성 생활에서 수동적인 역할에 머물던 여성들이 이제는 성적 자기 결정권을 높여 가고 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성기능 장애의 치료에 있어서도 고통 받던 여성을 위한 치료가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최근에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은 '여성용 비아그라'로 알려진 애디(Addyi)이다. 애디의 성분은 플리반세린(Flibanserin)이며, 후천성 성욕 감퇴 장애(HSDD) 환자가 주요 대상이다. HSDD는 다른 질병이 없이, 성욕이 감소하여 스트레스나 인간 관계의 장애를 유발하는 질환이다.

하지만 남성의 발기 부전에 주로 쓰이는 비아그라와는 명확히 다른 작용 기전을 갖고 있다. 남성용 비아그라가 주로 음경의 발기 조직에 작용하여 혈관을 확장시키는 역할을 한다면, 애디는 주로 중추 신경계에 작용을 하게 된다. 아직 정확한 작용 방식이 다 밝혀지진 않았다. 그러나 성적 흥분을 유발하는 도파민 및 노르에피네프린의 불균형을 교정하고, 성적 흥분을 억제하는 세로토닌의 농도를 낮추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여성용 비아그라를 ‘만능의 정력제’로 여기는 것은 위험한 생각이다. 실제로 애디는 많은 논란 끝에 가까스로 미국 식약청의 승인을 받았기 때문이다. 효과 면에서 아주 뛰어나다고 볼 수 있는 증거가 없고, 어지러움과 실신 등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그래서 실제로 애디는 음주와 함께 복용하는 것이 엄격히 금지되어 있다. 심한 어지러움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간기능 이상이 있는 환자에서도 금기이다. 모든 의사가 다 애디를 처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미국에서도 온라인 인증 교육을 이수한 의사만이 이 약을 처방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실제로 우리 나라에 애디가 정식으로 유통되기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게다가 호기심이나 단순한 성욕 증가를 위해 이 약을 복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다만, 그 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여성 성기능 장애 환자들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치료의 전기가 마련되었다는 데 큰 의의를 두고 싶다. 이준석(비뇨기과전문의)

*'글쓰는 의사'로 알려진 이준석은 축구 칼럼리스트이자, 비뇨기과 전문의이다. 다수의 스포츠 관련 단행본을 저술했는데 이중 《킥 더 무비》는 '네이버 오늘의 책'에 선정되기도 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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