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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늘집에서]최경주와 이보미의 내리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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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퀸즈에서 준우승을 한 뒤 눈물을 흘리고 있는 캡틴 이보미. <사진 제공=KLPGA>


모든 승부에는 승자와 패자가 있기 마련이다. 모두가 승자가 될 수는 없다. 승자는 환호하지만 패자는 동정과 위로를 받는다. 공교롭게도 올해 한국과 일본에서 열린 골프 대항전인 ‘프레지던츠컵’과 ‘더 퀸즈’에선 유독 패배의 아픔이 도드라진 우리 선수 둘이 있다. 동향인 대구 출신의 배상문과 조윤지다.

배상문은 지난 10월 인천 송도의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 코리아에서 열린 2015 프레지던츠컵에서 인터내셔널팀 패배의 비운(悲運)을 짊어져야 했다. 마지막 날 빌 하스와의 싱글매치에서 18번 홀의 뒤땅으로 머리를 감싸쥔 채 주저앉아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대회가 끝난 후 배상문이 뒤땅을 친 18번홀 그린 주변 경사 면은 골프장을 찾는 내장객들이 한번씩 칩샷을 해 보는 명소(?)가 됐을 정도로 유명세를 탔다.

조윤지는 지난 6일 끝난 4개 투어 대항전인 더 퀸즈 최종일 싱글 매치에서 한국선수중 유일한 패배를 기록하며 고개를 떨궈야 했다. 조윤지는 선전했으나 상대인 일본의 와타나베 아야카가 더 잘 쳤다. 골프에서 경기력은 매일 매일 다르고 라운드 도중 바뀔 수도 있다. 공교롭게도 조윤지의 패배로 한국은 일본에 초대 챔피언 자리를 내줘야 했다. 조윤지는 자신의 패배로 한국팀이 역전우승을 놓쳤다는 사실에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둘은 영웅이 될 수도 있었다. 전체 판을 좌우할 결정적인 순간 패배를 승리로 바꿔 놓았다면 평생 남을 환희의 순간을 맞을 수도 있었다. 분명 그건 기회였으나 그 기회를 낚아채기에는 운(運)이 부족했다.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기에 감동적이다. 승패를 가르는 몫은 인간의 영역 밖이라고 위로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단체전의 특성상 수많은 매치의 결과로 승패가 결정된 것이지 그들의 패배로 이길 경기를 졌다고 볼 수는 없다.

눈여겨 볼 대목은 두 선수의 패배에 선배들이 아쉬움의 눈물을 함께 흘려줬다는 점이다. 2015 프레지던츠컵 인터내셔널팀 최경주 수석 부단장은 인터내셔널팀의 패배가 결정된 후 TV 인터뷰에서 “상문이가 패배의 무거운 짐을 짊어져 안타깝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더 퀸즈의 한국팀 이보미 캡틴도 눈물을 흘리며 “윤지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너무 많은 부담감을 짊어지게 한 것 같다. 내가 그 자리에 갔어야 했나 싶었다”고 말했다.

어느덧 우리 사회에선 선배가 후배를 아끼고 후배가 선배를 존경하는 풍토가 사라졌다. 이런 풍조는 IMF 사태로 우리 사회의 허리가 잘려 나가면서 시작된 전통의 붕괴가 작용했다. 스포츠의 세계가 아름다운 것은 인간의 순수성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승리를 향한 염원은 마음 깊은 곳에서 울림을 만들어 낸다. 평소 최경주와 배상문, 이보미와 조윤지가 어떤 선후배 사이였는 지는 중요하지 않다. 치열한 승부의 세계에서 터져 나오는 인간애는 세상을 정화시킨다. 부디 배상문과 조윤지도 후배들에게 내리 사랑을 잘 실천해 아름다운 울림이 계속되기를 기대한다. [헤럴드스포츠=이강래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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