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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진출 전인지의 고민 ‘LPGA 신인상이냐 올림픽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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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지는 21일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 진출에 관한 얘기를 털어놓았다.


“LPGA 신인상과 올림픽 중에 어디에 중점을 두고 스케줄을 짜야할지 아직 결정 못했다. 어느 쪽이냐에 따라 많이 달라진다.”

내년부터 미국 무대를 뛰는 전인지(21 하이트진로)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진출을 앞두고 두려움보다 기대감이 더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스케줄이 달라지기 때문에 신인상에 포커스를 둘지 올림픽에 둘지는 아직 뚜렷하게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

전인지는 2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다음 시즌 LPGA투어에 도전하는 각오를 전했다. US여자오픈 트로피와 메이저 대회 트로피 5개가 테이블에 진열된 상태였다. ‘계급장 떼고 인터뷰하자’고 서두를 뗀 뒤에 수많은 미디어의 질문에 상세하게 답했다.

■ 두려움보다는 기대감

전인지는 미국 투어에 도전하는 데 대한 기대감부터 드러냈다. “두려움은 없다. 올해 외국 친구들과 많이 사귀었다. 그들과 대화하면서 미국 투어에 대한 궁금증도 많이 생겼다. 첫 시즌이니까 성적에 욕심내기보다는 즐겁게 생각하려 한다. 새로운 코스를 접하는 만큼 우승보다는 기대감이 더 크다. 내가 선수가 아니면 언제 이런 곳에 와보겠나. 그래서 경기를 마치면 주변에 좋은 음식점이나 구경도 하고 싶다. 걱정되는 것은 친구, 팬, 가족들이 보고 싶어지면 어떻게 하나 하는 정도다.”

전인지는 지난 6월 LPGA투어 최대 메이저 대회인 US여자오픈을 우승하면서 내년 풀 시드를 확보한 상태다. 하지만 이 밖에도 KLPGA투어에서만 메이저 2승을 포함해 5승을 거두면서 다승, 상금, 대상포인트 등 주요 타이틀을 독식했다. 또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 메이저 대회인 살롱파스컵과 일본여자오픈도 제패했다.

‘LPGA투어에서 몇 승 정도를 목표로 하느냐’는 질문에는 망설였다. 답변에 솔직한 심정이 묻어난다. “이번 시즌에 사고를 친 것 같을 정도로 많은 것을 달성했다. 그래서 몇 승이라고 잡자니 오히려 스트레스와 부담감이 될 것 같다. 하지만 브리티시여자오픈은 우승하고 싶다.” 올해 3개 투어에서 메이저 우승을 했지만 아직 레이디스유러피언투어(LET) 우승은 챙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 국내 무대는 나오기 힘들다

“미국 무대에 처음 진출하는 만큼 당분간은 LPGA에 집중하고 싶다.” 올해 우승한 국내 대회에서 내년에 디펜딩챔피언 자격으로 출전하는 전인지의 모습을 보기는 힘들 것 같다.

전인지는 오는 27일 미국 ANA인스피레이션이 열렸던 팜스프링스의 미션힐스 리조트로 가서 체력 보강 훈련에 들어간다. 2~3주 동안 골프보다는 체력 훈련에 중점을 두면서 충전의 시간을 가질 계획이다. 그리고 1월말에는 1시간반 거리의 시즌 두 번째 대회 코츠챔피언십부터 출전한다. 내년 시즌에 대비해서 좀 일찍 들어가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치료뿐 아니라 운동을 병행하게 해주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스윙을 봐주는 박원 코치가 훈련 일정을 통괄한다. 하지만 미국 투어라고해서 특별하게 더 준비하는 건 없다.

전인지는 특징이 없다. 박인비는 퍼팅, 박성현은 장타, 김세영은 파이팅이 있지만 전인지의 경기에서는 뚜렷한 특징이 없다. 각 통계 부분에서 골고루 잘한다고들 한다. 미국 무대에서는 그런 장기를 따로 가져야 할까? “남과 잘 비교하지 않는다. 누군가를 닮기보다는 스스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 한다. 따라서 미국에 가더라도 현재 해오던 연습에 좀더 집중하고 보완하는 데 치중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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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기자회견은 전인지가 올해 획득한 메이저 트로피 5개를 나란히 진열하고 진행되었다.


■ 올림픽이냐 신인상이냐

전인지는 내년 여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출전하고 싶지만 그건 미지수다. 현재 세계랭킹 10위인 전인지가 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한국 선수 중 세계랭킹 기준으로 4명 안에 들어야 한다. 현재로는 박인비(2위), 유소연(5), 김세영(7), 양희영(8), 김효주(9)에 이어 10위로 6번째다. 최종 순위가 결정되는 7월까지는 국내 선수 중에서도 두 명을 더 제쳐야 한다.

전인지는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에 나간다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열심히 준비해서 나가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국내 선수끼리 치열하게 경쟁해야 한다는 점에 조심스럽게 답을 찾았다. “참가하는 선수가 제한된다. 그래서 올림픽보다는 메이저가 수준이 더 높다는 얘기도 나온다. 올림픽에 꼭 출전해야겠다는 목표는 갖지 않고 대회들에 임하겠다. 어디에 중점을 둘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 선수로서 포기해야 하는 것들

지난 19일 전인지는 부모와 팬클럽인 플라잉덤보 회원 등 1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3회째 송년회를 가졌다. 5400명이 넘는 회원 중에 선착순으로 참가자를 뽑았는데 전국 각지에서 모였다. 그날 축하 케이크를 자르면서 소원을 비는 순서에서 전인지는 ‘작년에 사주신다던 자동차를 아빠가 사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인지는 올해 필기시험, 실기시험, 도로주행 등을 모두 한 번에 합격해 운전 면허증을 땄다.

‘어떤 차에 관심이 있는가’라는 질문이 나오자 수정했다. “당시에 재미있게 하려고 그런 말을 했었다. 면허를 한 번에 땄지만 차에 대한 특별한 관심은 아직 없다.” 하지만 그건 어쩌면 내년 미국 투어를 준비하는 선수라서 미리 혹시라도 나올지 모를 비판을 미리 차단하는 것일 수도 있다.

‘첫사랑을 한 번도 해본 적 없다’는 말도 수정했다. “호감이 간 사람은 있었다. 하지만 남자친구는 없었다. 그래서 친구들도 그것과 관련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유명 선수라서 포기해야 하는 것이 많음을 잘 안다. 고려대학교 국제스포츠학부 13학번인 전인지는 대회에 출전하면서도 틈틈이 학과 수업 내용인 스포츠마케팅에도 관심을 두고 보려 했다. 하지만 동기들처럼 평범한 대학 생활은 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동아리 활동을 해보고 싶다. 스케줄 때문에 시도도 못해본 것이 아쉽다. 학교 친구들은 밥 먹자, 술 먹자는 친구들이 있었는데 그걸 함께 하지 못하는 게 아쉽다. 펜싱과 스킨스쿠버 동아리를 들고 싶었다. 동아리방 문 앞까지 가서 서성거리다가 돌아온 적이 있다.”

■ 자기 관리에 대한 각오

전인지는 2015 시즌 하반기에는 매 대회 출전에 이어 각종 행사에 초청되면서 유명세를 톡톡히 치렀다. 막바지에는 급기야 병이 날 정도였다. 아픈 몸을 이끌고 대회장을 찾고 중간에 포기하기도 했다.

어깨 부상과 과다한 행사 참여 등으로 인해 스케줄 조정에 힘들었다고 인정한다. “투어 첫 해에 어깨 부상이 있었는데 그냥 참았다가 모든 대회를 마무리하지 못했다. 스윙에 안 좋은 습관이 반복되어 나오면서 그게 어깨에 무리가 왔다. 가끔씩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고 무리하고 참았던 적이 있었다. 그래서 시즌 마치고 4개월을 치료만 한 적이 있다. 투어 2년차인 2014년에는 회복 훈련에 집중했고 다행히 잘 이겨냈다.”

자기 관리를 잘해야겠다는 다짐을 한 계기가 올해 있었다. 가수 인순이로 인해서다. 지난 10월 KEB하나은행LPGA챔피언십 행사장에서 인순이가 초청되어 ‘보디빌더에 도전했다’는 얘기에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그 얘기를 듣고 느낀 게 많았다. 내가 주목받는 프로 선수인 만큼 음식 관리나 몸 관리를 스스로 잘 해야한다는 생각을 처음부터 다시 하게 됐다.”

인터뷰 마지막 질문과 답변 차례. 얼굴 중에 자신 있는 부분과 자신 없는 부분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 “정면보다는 옆얼굴이 낫다. 개인적으로는 단점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걸 두고 남들은 트레이드마크라고 한다. 바로 볼살이다.” [헤럴드스포츠=남화영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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