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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의 활화산 메라피 골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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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람바난 힌두사원.


세계 최대 이슬람국가인 인도네시아를 찾는다면 권하고 싶은 곳은 수도 자카르타에서 500km 동쪽에 위치한 인구 50만의 ‘인도네시아판 경주’인 족자카르타다. 자카르타 공항에서 한 시간 거리의 비행 환승편이 잘 갖춰져 있다.

인도네시아 인구의 약 87%를 차지하는 이슬람교는 인도네시아 사회와 생활문화의 저변을 이루고 있지만, 음식에서 할랄을 강요하지 않고 다른 종교와 문화에 대해 너그럽게 받아들인다. 심지어 발리 지역은 대다수가 힌두교를 신봉한다. 족자카르타는 지금의 공화국이 들어서기 전까지 자바의 수도였다. 지금도 술탄이 통치하고 있으며 그가 주지사를 대신한다.

그곳에는 세계 7대 불가사의인 보르부드르 불교사원과 가장 아름답다는 힌두사원 프람바난이 있다. 두 가지 종교에서 공히 손꼽는 유적들이 지금으로부터 1000년 전에 있었다. 보르부드르는 일출의 명소로 손꼽힌다. 수백의 부처들 사이로 떠오르는 태양을 마주하는 웅장한 감격이 있다. 반면 프람바난은 일몰의 명소다. 군데군데 무너진 탑들 주변으로 붉은 노을과 함께 지는 해는 장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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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르부드르 불교사원에서 바라본 메라피 화산.


1973년에 유네스코에서 아시아 최초 문화유산으로 지정한 보르부드르 사원은 9개의 단에 432여 개의 부처 조각이 놓여 있다. 이곳은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미얀마의 바난과 함께 세계 3대 불교 유적지이기도 하다. 단일탑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의 불교식 피라미드다. 높이 32m에 하단 길이가 123m에 달한다. 9세기에 건축되었지만 화산재에 덮여서 무려 1000년이라는 세월이 지난 1814년에, 인도네시아를 지배하던 영국 총독 스탬포드 레이플스가 발견했다.

8~9세기에 조성된 유네스코 유산이자 최대의 힌두사원인 프람바난은 240개 탑들에 새겨진 정교한 석공예로 유명하다. 16세기 화산 폭발로 200년간 방치되었고, 1814년에 지진으로 상당부분이 무너지면서 지금까지도 매년 조금씩 복원 작업이 진행중이다.

두 개의 문화 유적에 공통되는 테마는 바로 활화산 메라피다. 저명한 잡지 <내셔널지오그래픽>에서는 ‘불의 산’이라는 이름의 메라피를 ‘세계에서 가장 활발한 화산’으로 소개한다. 지난 1930년 화산 폭발로 1300명 이상이 사망했다고도 한다. 오늘날에도 산봉우리에서 연기 기둥이 종종 솟아오른다. 보르부드르를 1000년간 덮어두었고, 프람바난을 200여년 덮었던 것이 바로 화산재였다. 보르부드르는 메라피에서 서쪽으로 30km, 프람바난은 남쪽으로 30km 거리에 위치한다. 그리고 해발 고도 3000m의 화산 봉우리에서 남쪽으로 8km 거리의 해발 800m 높이에 족자카르타의 대표 골프장 메라피골프클럽(파72 6488m)이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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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화산인 메라피에서 근접한 메라피 골프장.


클럽하우스 입구에는 지난 2010년 메라피 화산 폭발로 인해 불에 탄 소나무를 당당히 전시하고 있다. 클럽하우스 지붕이나 골프장 로고가 연꽃 봉오리를 형상화했지만, 어찌 보면 메라피 화산 봉우리 모양 같기도 하다.

골프장 설립자인 유오노 콜로파킹은 ‘엉클 조’라고 친근하게 불리는 자카르타 도로 공사의 대부다. 그는 호주의 유명한 골퍼이자 코스 설계가인 피터 톰슨, 울버리지&페럿을 불러 1994년에 이 골프장을 개장했다. 공사 초기만 해도 화산 근처에 골프장을 만든다는 구상을 어느 누구도 찬성하지 않았다. 하지만 엉클 조는 뚝심있게 밀어붙였고, 심지어 조성 중에 작은 화산 폭발로 10, 17번이 재로 뒤덮이는 우여곡절을 극복하고 골프장을 완공했다.

메라피에 가장 가까운 곳인지라 이곳에는 방공호와 함께 임시 상황에 대비할 오두막과 긴급 대피길이 코스를 크게 돌며 조성되어 있다. 골프 홀 역시 화산 봉우리를 옆으로 바라보면서 좌우로 왔다갔다 하는 레이아웃이다. 화산과 가장 가까운 곳은 16번 홀 티잉그라운드다. 거기서 뒤를 바라보면 손에 잡힐 듯 삐죽한 봉우리가 종종 연기를 뿜고 있다. 전장 153m의 오르막 파3인 4번 홀에는 화산 쇄설물 사이로 메라피처럼 높은 그린에 볼을 올려야 한다. 그걸 보면 설립자의 깊은 뜻을 어림짐작할 것 같다. 화산이라는 자연조건을 피하지 않고 그걸 관광 자원으로 만들려 한 당찬 발상인 것이다. [헤럴드스포츠=남화영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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