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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힐링캠프의 저공해 토크
예능에서도 치유가 필요한 시대다. SBS 토크 예능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가 ‘힐링’이라는 독특한 콘셉트로 시청자의 호응을 얻고 있다. 특정 병을 치료한다기보다는 ‘탁 트인 공간에서 쉬면서 편안하게 내려놓고 마음을 충전하고 가라’는 의미를 담고 있어 비슷한 처지에 있는 시청자들도 공감하는 바가 적지 않다.

자극적인 토크에 식상함과 피로감을 느낀 시청자들이 억지로 짜내는 이야기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어울려 편하게 볼 수 있는 ‘힐링캠프’ 분위기를 선호하고 있다. 갈수록 자극보다는 공감, 이성보다는 감성을 건드리는 저공해 토크쇼로서의 정체성이 형성되고 있다. 그렇다고 심심하고 밋밋한 토크쇼가 아니라 감성적이면서도 디테일이 살아 있다.

‘힐링캠프’는 초창기에 낮에는 경기도 남양주의 탁 트인 야외 잔디밭을 거닐고 밤에는 텐트를 치고 모닥불 앞에 모여앉아 편안하게 대화를 나눴다. 특히 캠핑 분위기를 만들어 답답한 도시인들에게 후련하면서도 훈훈한 느낌이 들게 했다.

최근 들어 캠핑족들이 급속도로 늘어난 것은 소통이 잘 안 돼 지친 마음을 안고 사는 현대인들이 편안한 소통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파트에서 사는 도시인들은 이웃과 가족끼리도 소통과 대화가 부족하다. 하지만 대자연을 배경으로 텐트를 치면 일행 간이나 옆 텐트 사람들과도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뤄지는 경험을 맛본 사람들은 캠핑에 중독되게 마련이다. ‘힐링캠프’는 분위기만으로도 캠핑촌처럼 만남과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질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하지만 최근에는 ‘힐링캠프’가 장소를 고정하지 않고 게스트에 따라 장소를 옮겨다니며 분위기를 다양화하고 있다.


‘힐링캠프’의 공간은 게스트의 힐링 포인트에 따라 달라진다. 대학 시절 MT를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 오연수에게는 MT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상처와 아픔을 가진 스타는 그 경험을 그대로 ‘오답노트’에 적게 하기도 한다. 오연수가 3명의 MC와 MT 게임을 한 것은 소중한 경험이 됐을 것이다. 시청자들은 그런 오연수를 보며 연기자로 형성된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오연수의 실체를 발견하게 된다. 오연수는 겉으로 보면 깍쟁이가 연상되고 차가워 보인다는 말을 많이 듣지만 실제로는 성격이 급하고 목소리가 크며 남자 같은 면도 많은 등 정반대의 모습이 자연스레 드러났다.

박칼린은 KBS2 ‘남자의 자격-하모니’편으로 주목받았지만 인기가 부담스러워 “도망가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어릴 적 살았던 부산으로 여행을 떠나 추억이 담긴 음식을 함께 먹었다.

박칼린에게는 부산에서 먹었던 ‘생선뼈 콩나물조림’이 ‘컴포트 푸드(Comfort Foodㆍ먹으면 편안해지는 음식)’였다. 박칼린은 지금은 찾아보기 어려운 이 음식을 맛보고 “바로 이 맛”이라 외치며 즐거워했다. 박칼린은 한국에 와서 다녔던 초등학교를 찾아 생활기록부를 뒤져보고, 당시 피아노를 가르쳐주던 선생님을 만나며 소박했던 과거를 회상했다. 이처럼 매주 스타들에게 맞는 ‘힐링’을 위한 장치들이 마련돼 관심을 끈다.

5일 방송에서는 이미숙이 ‘씨크릿가든’ 촬영지이기도 한 넓은 정원에서 “결혼을 연기에 대한 도피처로 생각했던 것 같다”는 사실을 고백하기도 했다.

3명의 MC는 의외로 조합이 괜찮다. 이경규는 고참이라고 무게 잡지 않고 때로는 망가지며 후배 MC들에게도 기회를 넘기고 있다. 그래서 신선함과 가능성을 아울러 지니고 있는 한혜진의 역할이 돋보인다.

한혜진은 예능MC가 처음이지만 예의를 잃지 않으면서도 솔직하다. 싫은 것은 싫다고 얘기하며, 그렇게 말하는 분위기가 좋게 보이는 것은 착한 심성과 진심이 바탕이 돼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약간 튀는 MC 김제동도 점점 자연스럽게 분위기에 스며들고 있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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