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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뚜껑 연 300억원 대작 ‘마이 웨이’, 압도적인 스펙터클

전쟁을 재현한 스펙터클은 압도적이었다. 병사가 한 걸음을 뗄 때마다 포탄이 날아오고, 폭탄이 터졌다. 총탄은 이름없는 군인들의 몸을 사정없이 뚫었고, 탱크는 쓰러진 육신을 무자비하게 짓밟고 지나갔다. 하늘에선 폭격기가 포탄을 퍼붓고, 해안에 늘어선 함선들은 ‘총알받이’들을 쏟아냈다. 

육해공을 망라한 스펙터클이었다. 일본과 소련군의 전투로 시작해 소련과 독일간의 전쟁을 거쳐 연합군과 독일이 벌인 (프랑스) 노르망디 작전까지 영화로 보는 2차 대전사였다. 한국영화사에선 전무후무하다 할만했다. 그만큼 할리우드에서도 정상급이라 할정도로 영상은 현대적이었지만 문제는 이야기였다. 고전적이고 평이했다.

한국영화계에서 올해 최대 화제작으로 꼽히는 강제규 감독의 ‘마이 웨이’가 개봉(22일)을 앞두고 13일 서울의 한 극장에서 언론 시사회를 통해 처음 공개됐다. ‘마이 웨이’는 이날 행사에도 참석한 장동건, 오다기리 조, 판빙빙 등 한국, 일본, 중국을 대표하는 톱스타 배우들이 출연했고, 순제작비 280억원을 포함해 마케팅비용까지 300억원이 넘게 투입된 대작이다. 

보통 영화의 러닝타임을 훌쩍 넘는 2시간 30분 내내 스크린은 화려한 위용을 자랑했지만 단순하고 고전적인 스토리는 상영시간 동안 영상을 떠받치기가 버거웠다. 선악이 분명한 캐릭터는 평면적이었고, 인물들의 행동은 예상가능했으며 심리묘사의 깊이감이 부족했다. 규모와 영상의 효과가 큰 만큼, 감정이입의 한계도 뚜렷했다. 

영화는 일제 강점기에 2차 대전의 격랑 속에 휩쓸린 조선과 일본의 두 청년, 준식(장동건)과 타츠오(오다기리 조)의 비극적 이야기를 담았다. 1930년대 조선에 파견된 일본군 장교 할아버지를 따라 경성에 온 소년 타츠오는 ‘조선에서 뜀박질을 제일 잘 한다’는 소년 준식을 처음 대면한다. 준식은 할아버지댁의 집사 아들이었다. 이후 준식과 타츠오는 마라톤 대회 때마다 1, 2위를 다투며 조선과 일본의 자존심을 대표하는 마라톤선수로 성장한다. 그러던 어느날 준식의 아버지가 소포로 잘못 알고 건네준 폭탄으로 인해 타츠오의 할아버지가 죽게 되고 타츠오는 준식에 대한 경쟁심에 더해 커다란 증오심을 갖게 된다. 2차 대전이 터진 후엔 준식이 일본군으로 강제징집되고 타츠오는 장교로 전선에 뛰어든다. 부대의 거듭되는 패배 속에서 준식과 타츠오는 적군의 포로가 돼 소련군과 독일의 군복을 입게 된다. 

영화는 화해할 수 없는 경쟁과 증오의 관계였던 두 청년이 비극적인 운명을 겪으며 서로에게 유일한 희망이 돼 가는 과정을 담았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두 미남배우는 같이 서 있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미장센’이 된다. 영화 통틀어 가장 눈에 띄는 배우는 이들과 운명을 같이하는 준식의 친구 중배 역 김인권이다. 영화 속에서 희비극을 한 몸에 감당하는 가장 입체적인 인물로 김인권은 발군의 호흡과 연기력을 보여줬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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