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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 속으로 - 신율> ‘정권 교체’ 아닌 ‘캠프 교체’
여야 각 정당 선대위 캠프
경선 경쟁자들 활동은 미미
정당보다 캠프가 대선 주축
민주주의 책임성 훼손 우려


새누리당의 선대위에는 정몽준 전 대표가 공동선대위원장으로 포함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임태희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태호 의원, 그리고 안상수 전 인천시장도 선대위 의장단에 포함됐다. 이들은 모두 박근혜 후보와 경쟁관계에 있었던 인물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래서 박 후보의 입장에선 이들을 선거대책기구에 끌어들여 포용력을 과시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들 중 언론에 얼굴이라도 비치는 인물은 안 전 시장 정도다. 나머지는 전혀 근황을 알 수 없다. 공동 선대위원장을 맡은 정 전 대표의 활동도 기대이하다. 더구나 이재오 의원은 돕기는 고사하고 오히려 외곽에서 박 후보에 대한 날선 비판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민주통합당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은 문재인 후보와 경합을 벌였던 손학규 전 대표와 김두관 전 경남지사를 선대위 고문단에 포함시켰지만 이들이 지금 어떤 역할을 하는지 잘 알 수 없다. 김 전 지사는 지난번 정세균 고문과 함께 문 후보와 사진이라도 찍었지만 손 전 대표는 좀처럼 얼굴 보기도 힘들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새누리당은 경선 룰을 둘러싼 갈등으로 정 전 대표는 아예 경선에 불참했고 나머지 후보들도 박 후보와 경쟁하면서 개인적인 감정이 상한 측면이 있을 것이다. 민주당은 더하다. 모바일 투표의 공정성을 둘러싸고, 경선이 중도에 무산될 뻔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러니 손학규, 김두관 두 사람의 마음이 편할 리 없다. 특히 현장투표나 순회투표에서 문 후보보다 득표수가 많았던 손 전 대표는 더 억울할 수 있다. 새누리당이나 민주당의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이들이 선거대책기구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면 오히려 이상할 판이다. 더구나 정치도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감정적 앙금이 정치과정에서 일정 부분 노출되는 것도 당연하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현상이 아예 노골적으로 표출된다는 데 있다. 이는 정당이 정당 구성원에 대한 장악력이 떨어졌음을 의미한다. 정당이 제 구실을 한다면 이런 현상이 이 정도로 심하게 나타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새누리당이 친이와 친박으로 나누어지기 시작하면서 나타났고, 민주당의 경우 친노와 비노로 나누어지면서부터 본격화됐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정당이 이 모양 이 꼴이 된 건 정당의 구성원이 정당을 두려워하지 않을 정도로 정당이 자신의 확고한 지지층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지금의 상태로 대선을 치른다면 ‘정권 교체’라는 표현보다 ‘캠프 교체’라는 표현이 어울릴 판이다. 정당이 이런 상태니 ‘무소속 대통령론’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무소속 대통령을 비판할 때 등장하는 대의민주주의에서의 책임성과 책임귀속성의 원칙을 더 이상 들먹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책임성과 책임귀속성이란 정권은 5년짜리인 데 비해 정당의 지속성은 그보다 훨씬 길어서 다음 선거에서 정권의 실책을 정당에 물을 수 있고 또 정권 중간에 선거가 있으면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도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무소속 대통령이 탄생되면 대통령의 정책에 대한 중간 평가는 고사하고 정권이 끝나 이후에도 정권 심판이 아예 불가능하다. 그래서 무소속 대통령은 이런 대의민주주의 기본 원칙을 훼손할 가능성이 높다. 여야가 주장하는 ‘무소속 대통령 불가론’의 근거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정당보다 캠프가 대선의 중심이 되면 사실상 모두가 무소속이나 마찬가지라는 역설이 가능하다. 정당의 입장에서 자신들이 대선에서 승리하고 싶다면 하루 빨리 ‘캠프 교체’가 아닌 ‘정권 교체’라는 말이 어울릴 수 있도록 내부를 추슬러야 한다. 무엇보다 대의민주주의가 제대로 지켜지기 위해서는 정당의 건강함이 전제돼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자동적으로 정당이 붕괴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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