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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평생법관제 정착 위한 모든 지혜 모을 때
양승태 대법원장 주도로 시행되고 있는 평생법관제가 1년 만에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고위법관 인사를 앞두고 중량급 판사들이 줄사표를 내는 관행이 시행 첫해인 작년에만 반짝 주춤하더니 다시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올해의 경우 차관급인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7명이 무더기로 사표를 냈다. 서울고법 전체 부장판사 55명의 13%에 달해 원활한 재판 진행에 차질을 줄 정도라니 법원 안팎에서 충격으로 받아들일 만하다.

문제는 이들이 옷을 벗게 된 배경이다. 우선 사퇴 법관들은 1명을 제외하고는 법원장 승진 대상도 아니다. 그런데도 줄줄이 사직서를 낸 것은 ‘경제적 사정’ 때문이라고 한다. 더 늦기 전에 변호사 개업을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법관 인사제도 때문이라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구체적으로는 평생법관제에 대한 정신적ㆍ물리적 부담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자신들이 고법 부장판사급의 평생법관으로 남아 있으면 승진이 적체돼 후배인 지방법원 부장판사들이 되레 옷을 벗는 경우도 생길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갈수록 복잡한 분쟁 사건이 많아 업무 부담은 크게 늘어나는 데 반해 대우는 달라지는 게 없는 것도 평생법관으로 남기를 꺼려하는 이유다.

물론 법관의 진퇴는 전적으로 자신이 판단할 문제다. 더욱이 개인적으로 돈이 필요해 사직하는 법관을 탓할 것도 못 된다. 하지만 이번 줄사퇴가 어렵사리 시작한 평생법관제 정착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평생법관제는 법원장 등으로 근무한 고위 법관이 상급 법원장으로 승진하지 않더라도 고법 판사로 돌아와 정년까지 일을 하는 법관 문화를 정착시키자는 게 그 의도다. 설령 후배 기수가 대법관 등 더 높은 자리에 오르더라도 개의치 않고 재판에만 전념하는 획기적 제도다. 법조계의 고질적 관행인 전관예우 악습의 고리를 끊는데도 한몫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어떠한 경우에도 그 취지가 훼손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어떤 제도든 시행초기에는 운영상 문제점이 드러나게 마련이다. 그렇다면 서로 머리를 맞대고 개선점을 찾아 제도를 정착시켜야 한다. 법원이 거물 변호사 양성소가 돼선 곤란하다. 대형 로펌 수준은 아니더라도 평생 법관들이 자긍심을 갖고 재판에 임할 수 있을 정도로 대우를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경륜이 풍부한 판사들이 법원에 남아 원숙한 판결을 내리게 되면 그 혜택은 결국 국민들에게 돌아간다. 사법 신뢰회복 차원에서도 평생법관제가 반드시 뿌리 내려야 한다. 모두의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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