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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자구 노력도 않고 요금만 올리는 한전
전기요금 인상이 너무 잦다. 작년 8월에 이어 14일부터 산업용과 가정용 가릴 것 없이 또 오른다. 지식경제부가 한국전력이 요청한 전기요금 평균 4% 인상안을 받아들인 것이다. 불과 1년 반 사이 네 번째 인상이며, 누적 인상률은 무려 20%에 이른다.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 살림의 주름이 더 깊어지게 됐다. 기업 역시 원가 상승 등 그 부담이 여간 아닐 것이다. 물가 전반에 미치는 압박도 적지 않다.

눈치가 보여도 요금을 올릴 수밖에 없는 전력당국의 사정은 이해 못하는 바 아니다. 우선 전기요금을 올려서라도 여름ㆍ겨울 전력 성수기마다 겪는 살얼음판 같은 수급 상황을 조절하겠다는 것은 명분이 된다. 또 잇단 인상에도 전기요금은 여전히 원가를 밑돌고 있다는 점도 납득은 된다. 전기를 팔수록 밑지는 기형적 원가 구조를 언제까지 눈 감을 수 없는 노릇이다. 전기요금이 자꾸 오른다고 아우성이지만 우리 전기 값은 선진국의 절반을 약간 넘는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싼 값 때문에 1인당 전기 사용량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두 배에 이르는 ‘에너지 과소비국’이란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그렇더라도 전력당국이 무작정 요금 인상으로 당면 현안을 해결하려는 것은 옳지 않다. 전기 값이 생산 원가도 안 된다고 우는 소리만 할 게 아니라 원가를 줄이기 위해 한전 스스로 얼마나 노력했는지부터 자문해 볼 일이다. 요금인상 때마다 한전은 경영합리화와 자구 노력을 다짐하지만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매년 국정감사에서 방만한 경영을 지적하는 의원들의 질타로 귀에 딱지가 앉을 지경이다. 연간 수조원의 적자를 국민 혈세로 메우면서도 정작 공기업 가운데 억대 연봉자가 가장 많은 곳 또한 한전이다. 일부 전력 자회사의 만연한 비리도 원가를 갉아먹는 요인이다. 이런 판에 요금만 올리겠다니 소비자들이 화가 나는 것이다.

요금 인상은 전력 정책 최후의 수단이어야 한다. 그 전에 정부는 전력 안정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장단기 대책을 세우고 실행해야 한다. 요금으로 수급을 통제하는 것은 임시방편일 뿐이다. 특히 정확한 수요 예측은 필수다. 무엇보다 한전의 체질부터 바뀌어야 한다. 국가는 가난한데 백성이 부자 노릇을 하려들면 그 나라는 미래가 없다. 허리띠를 더 졸라매고 고통을 분담하는 자세를 보이라는 것이다. 매번 문제가 되고 있는 원가 산출 방식도 알기 쉽고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이 요금 인상의 불가피성을 이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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