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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프칼럼-박인호] ‘주거 신토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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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1월 3일부터 몰아친 초강력 한파가 내리 9일간 필자가 살고 있는 강원도 홍천의 한 산골마을에 남기고 간 흔적들(아침 최저 기온)이다. 지난 주말부터 추위가 다소 누그러졌지만, 언제 돌변할지 영 불안하기만 하다.

이렇듯 춥고 긴 겨울 전원생활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거주하는 집이다. 먼저 해가 잘 들고 바람이 잠잠한 곳에 터를 잡아야 한다. 그리고 그 위에 난방비가 적게 들면서 따스하고 건강에 좋은 보금자리를 지어야 한다.

난방비 부담이 적은 저에너지 주택은 단열과 기밀이 잘 되어야 한다. 여기에 우리 나무와 흙(황토), 짚, 돌 등의 자연재료를 사용하면 가장 자연에 가까운 건강한 집이 완성된다. 즉, ‘신토불이 주택’이다.

우리의 몸과 태어난 땅은 하나라는 뜻의 신토불이(身土不二)는 비단 농산물 먹거리뿐 아니라 주거생활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우리 나무와 흙으로 지은 집이 우리 체질에 맞고 건강에 좋다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다.

우리 나무와 흙으로 지은 ‘신토불이 주택’은 통기 및 습도 조절 효과가 뛰어나다. 또한 몸에 좋은 원적외선 다량 방사, 항균ㆍ탈취 작용 등을 통해 몸의 피로를 풀어주고 심적 안정감을 가져다준다. 달리 말하면 에코ㆍ힐링 하우스(Eco Healing House)이다.

하지만 국산 목재제품의 가격이 비싼 데다 나무와 흙의 이질감, 수축, 갈라짐, 물에 약한 물리적 성질 등 극복해야할 과제 또한 적지 않다.

‘주거 신토불이’는 우리민족의 전통 한옥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이는 규모가 큰 기와한옥 뿐 아니라 초가집 너와집 귀틀집 등을 포함한다. 최근 들어 한옥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고조되면서 전통 한옥 양식에 현대의 라이프스타일을 접목한 신한옥 개발 및 건축도 활발하다.

이와 관련해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다. 현재 (신)한옥에 쓰이는 목재의 대부분은 수입산이다. 집의 골조를 이루는 나무가 수입목재라면, 과연 그걸로 지은 집을 한옥이라고 할 수 있을까?

수입산 쇠고기가 한우고기가 될 수 없듯이, 수입목재로 지은 한옥은 엄밀하게 말하자면 ‘무늬만 한옥’일 뿐이다. ‘주거 신토불이’와는 거리가 멀다.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이게 우리 한옥이다”고 자랑할 수 있으려면 적어도 집 건축에 사용하는 목재의 51% 이상은 국산 나무여야 하지 않을까?

우리나라는 임야가 국토의 64%를 차지하지만, 목재 자급률은 16%(2012년 기준)에 불과하다. 게다가 산림은 급속히 고령화되고 있다. 나무는 절대 베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사실 나무도 수명이 있어 성장을 다한 나무는 베어내 유용하게 이용하고 다시 묘목을 심어 울창한 숲을 가꾸는 지속가능한 순환체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 순환 고리 중 하나가 바로 ‘주거 신토불이’다. 목재 자급률을 높이고 수요자들에게는 건강주택을 선물할 수 있다면 일석이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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