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문화스포츠 칼럼 - 김학수> 스포츠와 시(時)테크
뜻밖의 대답이었다. 민주당 이종걸 의원, 새누리당 한선교 의원 등 현역 국회의원을 누르고 농구인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대한농구협회 신임 회장에 선출된 방열(72) 건동대 총장에게 농구인생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을 묻자 조금도 주저함 없이 ‘시테크’라고 잘라 말했다. 대표선수, 국가대표 감독과 실업 명문 현대 기아 감독, 대학교수 및 총장 등으로 화려한 명성을 쌓은 그이기에 교과서 같은 답이 나올 줄 알았다. 정직, 진실, 책임, 투명성, 협동심 등 스포츠만이 갖고 있는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가치를 말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래서 의외였다.

“일반인들은 재테크라는 말을 많이 하지요. 돈을 많이 버는 것이 능력있는 사람으로 비춰지기 때문이겠지요. 스포츠맨으로서 저는 재테크에는 별 솜씨가 없고 시간관리를 잘 하는 시테크로 성공한 것 같아요. 농구를 비롯해 스포츠 경기라는 게 대부분 시간을 다투는 것이지요. 시간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절대로 좋은 선수가 될 수 없습니다. 시간의 주인공이 돼야 합니다. 운동선수 때 익힌 시간관리 활용법이 모든 부분에서도 통했습니다”고 방 회장은 말했다.

명문 경복고를 시험을 쳐서 들어갔고, 대표선수와 지도자로 큰 성공을 거두고 한국체육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경원대 교수를 거쳐 건동대 총장까지 역임한 그는 농구계에서 대표적으로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성공적인 인생을 보냈다. 예전 그가 자신의 농구인생을 ‘1쿼터는 선수 시절, 2쿼터는 지도자로 보낸 세월, 3쿼터는 교수로 연구한 시기’ 등으로 농구경기에 비유했던 것도 어떻게 보면 시테크의 기준에서 나온 게 아니었나 싶다.

축구, 야구, 농구, 배구 등 인기 스포츠가 프로화하면서 많은 스타들이 탁월한 기량과 개인적 자질을 발휘하면서 대중들의 우상으로 떠올랐다. 스포츠 스타들은 개인적 명성과 함께 막대한 돈을 챙긴다. 프로농구만 해도 방열 회장이 선수로 활약하던 때와 비교하면 엄청나게 변했다. 특급 스타는 물론 각 팀의 주전급만 해도 억대연봉을 쉽게 받는다. 어떤 선수는 수백억대 재산가가 됐을 정도로 일반인들이 상상도 못할 부를 쌓았다.

하지만 방열 회장의 현역 시절에는 지금과 상황이 많이 달랐다. 1960~1970년대 대부분의 국민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던 시절, 농구선수들의 생활도 입에 풀칠하기에 급급할 정도로 고달팠다. 방열 회장도 선수와 지도자생활을 하면서 큰 돈을 버는 것은 생각지도 못했다. “농구선수들에겐 농구만이 인생의 전부였던 시절이었습니다. 열심히 코트에서 뛰고 달리고 던지며 승패의 고락을 느꼈습니다. 돈을 벌겠다고 다른 쪽으로 눈을 돌릴 수도 없었던 때였습니다. 코트에서 시간싸움을 하며 숨막히는 승부를 펼치다 보니 시간관리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차지한 것이지요”라고 방 회장은 설명했다.

아마도 요즘 프로에서 활약하는 유명 선수들에게 성공의 비결을 얘기하라면 방 회장 같은 대답을 듣기는 어려울 것이다. 개인 성적이 돈의 가치로 평가받는 현대 스포츠에서 시간관리를 잘해 성공했다는 말을 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포츠의 본질적인 면을 생각해 볼 때, 시간관리의 중요성은 결코 잃어버려서는 안 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