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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 - 정장선> 정치인들, 역사에서 더 배워야 한다
임란후 300년 허망히 보낸 조선
나라잃고 국민들 참담한 고통
현실정치도 당쟁악몽 그림자
포용력있는 미래비전 제시를





#1. 16세기 말 1592년 일본은 ‘정명가도(征明假道, 명나라를 치기위해 조선에게 길을 비켜달라고 하는 것)’를 외치며 조선을 공격했다. 임진왜란 7년 동안 조선은 완전히 초토화되었다. 일본의 위협이 예사롭지 않음에 당황한 명나라는 지원군을 보냈다. 조선을 돕기보다는 일본의 명나라 공격을 조선에서 봉쇄하려는 것이었다. 조선군은 명나라에 배속되어 지휘를 받았고, 군수품 조달이 늦었다고 중국의 지휘관은 조선 대신의 곤장을 쳤다. 중국 종5품 관리는 조선의 왕에게 호통을 치기도 했다. 나라가 아니었다.

#2. 19세기 말 1894년, 그러니까 임진왜란 300년 이후 한반도에서 청일전쟁이 또 일어났다. 조선을 지배하기 위한 전쟁이었다. 그전 1892년 임오군란 후 청나라는 3000명의 군대를 보내 왕의 아버지 대원군을 중국으로 압송했으며 조선을 조공국에서 속국으로 만들어 국정을 장악했다. 그리고 3년 뒤 위안스카이를 사실상 통감으로 보내 통치했다. 청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은 조선을 식민지로 만들어 대륙으로 나가는 발판을 만들었다.

#3. 임진왜란 때 선조는 국경을 넘어 중국으로 피신하려다 유성룡 등 대신들의 만류로 포기했고, 구한말에 고종은 일본의 위세를 피해 러시아 대사관으로 피신했다(아관파천ㆍ俄館播遷).

여기에서 가장 궁금한 것은 300년 동안 조선은, 조선의 정치인들은 무엇을 했느냐는 점이다. 임진왜란 당시 중국인들이 본 조선의 관리는 기생을 끼고 시나 읊조리며 국사를 태만히 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중국만 쳐다 본다고 한탄했다. 사대주의에 젖어 자주적 생각을 못했으며 부국강병보다는 대의명분만 중시했고, 국가보다는 당쟁에 몰두한 나머지 300년 후 나라를 잃고 국민을 비참하게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임진왜란 때 배운 것이라고는 없었다.

지금 분단된 한반도는 긴박하다. 북한은 쇄국정책으로 세계에서 가장 못 살면서도 인권이 없는, 그러면서도 장거리 미사일과 핵무기 개발에만 몰두하는 나라가 되었고, 한국은 개방정책을 꾸준히 추구하면서 가장 못 사는 나라에서 선진국 문턱에 그리고 민주주의를 실현한 나라로 발전했다.

양극으로 갈라진 이 불행한 한반도의 미래에 대해 우리만이 아니라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더욱이 지금 한반도는 19세기 말처럼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어 더욱 그렇다. 임진왜란에서 시작된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의 충돌이 여전히 한반도에서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과 대등했던 고구려에서 비참했던 구한말 조선에 이르기까지의 우리의 모습을 다시 봐야 한다. 특히 미래의 한반도는 우리 대한민국이 주도해야 하기 때문에 정치인들에게 역사를 더 진지하게 공부하라 권하고 싶다.

300년의 시간을 허망하게 보낸 조선의 정치에서 역으로 우리는 배워야 한다. 지금 중대한 전환점에 와 있다. 정치와 경제가 그리고 사회가 그렇다. 우리 국민은 조선시대의 당쟁정치의 악몽을 가지고 있으며 지금 우리의 정치가 그러하다고 보고 있다. 국가보다는 당의 이익을, 공익보다는 정치인 개인을 우선하다고 보고 있다. 국가를 맡기기에는 한계점에 와 있다고 생각한다. 이게 서운하게 들리면 정말 문제가 심각한 것이다.

일본보다 우월했거나 대등했던 조선이 저렇듯 몰락한 배경과 일본이 대국이 된 과정을 겸허하게 살펴 본다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나 여야 정치인 모두의 어깨뿐만 아니라 행동도 더욱 무거워지리라 생각된다. 지금까지는 열심히 일해 왔고 그것이 우리의 오늘을 가능케 했다. 그러나 이제는 창의적이고 남을 배려하는 경제, 그리고 타인에 대한 포용력 있는 사회가 되어야 선진국으로 갈 수 있다. 청렴하면서 주변 현실을 직시하고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정치가 없으면 이는 불가능하다. 정치가 중요하기 때문에 그래서 정치인들에게 가혹하리만큼 많은 주문을 하는 것이다. 우리는 역사에서 배울 게 많다. 

헤럴드경제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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