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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사람> “엘리베이터 줄서기 컨설팅 받고 사라져”
승강기 컨설팅 틈새시장 공략…박응구 KEC 사장
3000개 부품 최적의 조합 찾아내
노하우로 올 매출 20억 달성 기대



부동산 시장 위축으로 건설업계가 최악의 침체를 겪고 있는 가운데 틈새시장에서 재미를 보는 사람이 있다. 엘리베이터(승강기) 분야의 컨설팅을 하는 박응구(46ㆍ사진) 코리아엘리베이터컨설팅(KEC) 사장이 화제의 주인공. 건물에 들어가는 승강기를 시공사 편에서 더 싸면서도 뛰어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설계부터 시공, 감리, 운전까지 모든 과정을 돕는 게 박 사장의 직업이다.

“승강기는 어떤 제품이고 완성품이 아니에요. 3000여개의 부품을 현장에서 조립합니다. 부품 하나하나 품질을 확인하고, 건물에 맞는 최적의 조합을 찾아주죠.”

2009년 출발한 이 회사의 성공 사례는 꽤 많다. 2011년 8월 준공한 서울 신도림동의 복합쇼핑몰 디큐브시티에 들어가는 승강기가 대표적. 승강기 업체와 최초 계약보다 설치비를 3억원 가량 절감하면서도 소음과 진동을 20~30% 줄여 시공사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이후 KEC는 시공사인 대성산업이 짓는 대부분 사업장에서 컨설팅 업무를 도맡고 있다.

올 2월 컨설팅을 끝낸 파주 LG디스플레이 R&D센터 승강기 운영 컨설팅도 업계에선 화제다. LG그룹의 6개 계열사 1만여명이 이용하는 LG디스플레이 R&D센터는 매일 출근시간이면 승강기 앞에 긴 줄이 늘어서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하지만 KEC가 컨설팅한 뒤 사정은 달라졌다. 3개월 동안 승강기 이용 패턴을 분석해 승강기가 정차해야 하는 층과 운행 속도 등 최적의 운전방식을 찾았기 때문이다.

“경기가 어려우니 좀 더 싸고 효과적인 승강기 시공방법을 찾는 건설사가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요즘엔 매일 한 건 정도씩 견적서를 쓰고 있어요. 실제 계약까지 이어진 건 올해만 10건 정도고요.”

박 사장이 현재 컨설팅을 하는 건물은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GS건설 청진동 사옥, 부산국제금융센터 등 90여개에 달한다. 승강기 컨설팅은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국내에선 아직 불모지다. 정식으로 관련 업무를 내걸고 수익내는 회사는 KEC를 제외하고 찾기 어렵다.

박 사장은 1992년 서울과학기술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뒤 LG산전과 오티스 등에서 19년간 승강기 관련 업무를 두루 거쳤다. 홍익대 대학원에선 초고층 건축물 디자인에 대한 강의도 하고 있다. KEC엔 그와 같은 전문가가 많다는 게 박 사장의 자랑이다.

KEC는 얼마 전부터 승강기 디자인 업무를 시작했다. 역시 국내 최초다. “건물 디자인이 제각각이듯 승강기 디자인도 그에 맞게 달라져야 합니다. 승강기의 개별 부품의 특징과 적용 방식 등을 모두 꿰뚫어야 디자인을 변형할 수 있는 노하우가 생기죠.”

KEC의 올해 매출 목표는 20억원 정도. “국내 승강기 시장은 5조원대입니다. 컨설팅 시장이 앞으로 더 성장할 가능성이 크죠. 우리가 그 시장을 개척할 겁니다.”

박일한 기자/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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