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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캐넌히터’ 김재현 “해설? 김재현 스타일 기대하세요”
프로야구 TV중계를 보던 시청자는 궁금했다. 해설자의 목소리가 귀에 설지만 그렇다고 ‘초짜’같지도 않다. 안정된 목소리에 정제된 언어구사, 때로는 위트로, 때로는 날카로운 분석으로 능란하게 중계를 이끌어갔다. 방송경력이 제법 된 듯한 이 해설자는 그러나 이제 한 달 남짓된 새내기다.

‘캐넌히터’ 김재현(38)이 돌아왔다. 타석이 아닌 중계석에서, 야구 방망이 대신 마이크를 잡고 2년 만에 야구팬들을 만나고 있다. 2010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뒤 미국과 일본 프로야구에서 2년간 지도자 연수를 한 김재현은 올시즌부터 SBS ESPN 해설자로 활약하고 있다. 선수시절 여성팬들을 설레게 한 고운 미소를 흩날리며 보드라운 얘기만 할 줄 알았는데, 이게 웬걸. 선수들의 플레이에 거침없는 돌직구를 날린다. 이 얘기부터 해보자 했더니 씩 웃으며 말한다. “바른말 잘하는 성격이 잘 안고쳐져서요….”

▶‘능수능란’ 새내기 해설자=데뷔전은 지난달 30일 ‘두 친정팀’ LG-SK전이었다. “경기 전 덕아웃에 가서 감독님과 선수들 취재하는 게 어색해 죽겠다”고 엄살을 부리지만, 벌써부터 어록이 쏟아진다. “저는 슬럼프 때 조계현 선배만 만나면 타격감이 살아 났어요”라든가 “저도 현역 시절 홈런치고 세리머니를 너무 크게 해서 데드볼 참 많이 맞았죠”, 아니면 경기시간이 4시간을 넘어가자 “제가 경기 전 면도를 했는데요, 벌써 수염이 자라고 있네요” 등 재치있는 애드리브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능청스럽기까지 한 매끈한 해설에 한 시청자는 “경기시간이 길어지는데도 김재현 때문에 지루할 틈이 없다”며 즐거워했다.
 
김재현                                                                                                                                       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주위에선 괜찮다고들 하시지만 전 아직 마음에 안들어요. 해설 데뷔전서는 오프닝 녹화에 30분 이상이 걸렸어요. NG가 너무 많이 났거든요. 카메라 앞이라고 떨리는 건 없지만 아직은 좀 낯설죠. 특히 같은 말을 중복하는 건 잘 안고쳐지네요. 그래서 벌써 별명이 생겼잖아요. ‘네, 그렇습니다’가 제 별명이래요, 하하”

가장 힘든 건 선수들에게 ‘싫은 말’을 해야하는 상황이다. 김재현은 “예를 들어 SK 투수 이재영이 만루홈런을 맞았을 때 볼배합에 대한 부분을 방송에서 지적했다. 이재영-조인성 배터리로서는 최선이었을지 몰라도 내가 봤을 땐 잘못된 선택이었다. 미안하긴 하지만 이런 걸 얘기 안할 수 없다.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한다”고 했다.

▶이야기가 있는 해설=미국 LA다저스 산하 마이너리그팀 그레이트 레이크스 룬즈에서 1년간 지도자 연수, 일본 요미우리 자이언츠 2군 타격코치 1년을 하고 돌아온 그가 코치 제의를 뿌리치고 돌연 해설을 한다고 했을 때 많은 이들이 놀랐다. 하지만 그에겐 야구를 보는 새로운 시각을 가질 수 있는 더없이 좋은 기회였다. 스승 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도 “재현이라면 잘 할 것”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해설을 하다보니 제가 했던 타자 뿐 아니라 투수, 내야, 외야 그리고 팀 전체를 보게 되더라고요. 사실 그게 감독의 시선이잖아요. 감독의 생각을 읽고 전달해야 하는 자리죠. 지금까지 야구의 공격적인 부분만 봤는데 해설을 하면서 시야가 넓어지고 공부도 많이 되네요.”


한국 야구에 대한 뼈아픈 지적도 한다. 올시즌 프로야구는 특정팀들의 연패와 선수들의 실책이 잦아지며 수준 저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저는 지금이 제일 위험한 시기라고 봐요. 선수들이 더 좋은 야구를 해줘야하는데, 최근 2~3년 간 좀 정체된 면이 있어요. 짜임새가 떨어졌다고 할까? 선수들 스스로 위기의식을 갖고 풀어가야 할 문제예요.”

김재현의 해설 스타일? 어찌보면 선수시절 때와 비슷하다. LG 신인시절인 1994년, 당대 최고의 투수 선동렬, 조계현(이상 해태)을 상대로 주눅들지 않고 힘껏 풀스윙을 돌렸던 그다. 당돌했던 패기는 해설 스타일에도 그대로 묻어나온다.

“옷도 유행이 있듯이 해설도 그런 것같아요. 어린 야구팬부터 나이 드신 분까지 다 이해하고 재미있게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거죠. 이야기가 있는 해설을 하고 싶어요. 때론 유머러스하게, 때론 진지하게. 그러다 보면 ‘김재현 스타일’이 나오지 않을까요?”

조범자 기자/anju1015@heraldcorp.com

사진=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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